[2010] 고백 告白

2016. 8. 26. 00:54

마루님

영화/추천

결말누설 함유

청소년 우유 공익광고스러운 떠들썩한 오프닝. 우유 마시라는 선생님의 훈계가 불필요한 잔소리처럼 배경으로 들렸는데, 경어를 쓰면서 학생을 지도하는 것과 다르게 따분한 표정의 학생들. 거기서 4월까지를 끝으로 교사를 그만둔다고. (일본은 4월에 새학기시작) 거기서부터 학생들이 교사의 발언에 집중하기시작한다.
 뜻밖의 자신의 가정사를 떠들기 시작. 에이즈 걸린 남편, 사고가 아닌 사건에 먼저 죽은 딸 마나미. 여러분들의 목숨을 지키는 건 부모인가요, 무기인가요? 여러분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믿을구석은 청소년법. 14세 미만 형사책임을 지지않는 방패막에 대한 전면도전을 선포한다. 그리고 자신의 딸을 살해한 용의자의 우유에 에이즈 걸린 남편 피를 주입했다고. 아무걱정없이 우유cf를 연상케했던 교실은 급 혼돈의 도가니로 동요되고. 다소 따분했던 롱테이크에 구미를 당기는 충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극중 나오는 루나씨사건은 2005년 어머니를 탈륨으로 살인미수하려했던 고교생 실화. 당사자는 미성년 살해범을 동경했고 기사화되고나서 그 고교생을 추종하는 종자들이 나타나는 사회현상을 그대로 작품에 녹였다.

이쯤에서 원작있는 영화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영화가 날고기어도 시나리오 오리지널의 짜임새는 소설 다음이라. 미나토 카나에의 동명소설은 데뷔작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라 신인상, 서점대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가 주는 서스펜스는 원작이 추리소설이라 장르적 특성을 매체구현에 적절하게 옮겨와 잔인한 장면 딱 한개를 제외하면 캐릭터성을 드리워지게 그리는 것만으로 긴장감과 공포를 자아냈다.
히키코모리에 괴성을 지르며 폭주하는 나오키.

꽤 군중심리에대한 묘사가 충실한 편인데 장기결석중인 나오키에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주자니까 꺼리다가 한사람이 참여하겠다니까 뒤따라 하겠다는 학우들. 살인자죽어로 오행시(히토고로시시네)만들고 문자로 이지메를 조장하고 상벌점을 부여해 이지메를 강화시킨다. 슈야가 이지메당하는 이유를 알지도 못하면서 반학생 모두를 전교톱을 다투는 슈야를  '질투'라고 매도한데다가 '슈야가 공부 잘한다고 자기가 뒤떨어졌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본질과 동떨어진 훈계를 침튀기면서 설교를 토하는 새 담임.

 극제목은 각자의 고백으로 전개되는 제목에 충실한 내용이지만 극을 관통하고 있는 소재는 바로 '어머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프로이트 이론이 떠올랐다. 1부 모성애 2부 과잉보호와 인지부조화  3부 분리불안

슈야는 마더컴플렉스. 학대를 당했는데도 온통 엄마의 재능에 대한 찬양과 엄마가 말한 피가 이어져 있다는 연결고리를 계속 곱씹고 있고, 결혼후 육아로 커리어를 중단할 수 밖에 없게되자 슈야를 탓하며 폭력적으로 학대하는데도 멍청한 아빠는 멍청한 새엄마와 재혼을 하고, 슈야를 버린 엄마는 볼록렌즈로 왜곡된 거울로 보여주면서 비누방울 속으로 사라진다. 마치 환상처럼 묘사하고 엄마에 대한 갈망은 커서 엄마가 주목할만한 대회에서 상을 타고, 자신의 마더 컴플렉스란 역린을 건드리자 그동안 조소했던 니깟게 감히란 생각으로 응징한다. 애초에 살인이 나쁘다고 가르쳐준적이 없다고 했던 위악과 친구를 이용하고 자극해 갖고노는 게 사이코패스이면서 소시오패스다운 캐릭터. 한편 나오키는 우발적이고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다. 그러나 사람을 감정없이 죽이는 나오키지만 슈야는 살인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사실.

'어머니'란 소재와 함께 또다른 극의 줄기를 이루는 소재는 '관심(인정)'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에서 1,2단계는 여지껏 가정에서 받아와 기본적으로 생리와 안전 욕구 보장받는다. 3단계는 학교란 사회집단에 소속되면서 당연히 획득되는것이지만 4단계 자기존중(esteem)욕구는 보편적으로 획득할 수 없으며 대개 자신의 성취로 주변으로부터 인정과 관심을 얻을 수 있다. 극중 슈야,나오키, 미즈키는 모두 4단계를 강렬하게 갈망한다. 슈야: 과학대회 수상으로 매스컴타면 엄마의 인정 기대>루나씨 사건에 관심쏠려 좌절/ 수재모임사이트>무플>좌절/무기로 동물학대>핫플>행동강화>종업식 폭파쇼 기획
나오키:아무도 알아봐주지 않는 쭈구리인생>어른스럽다 넌다르다(슈야의 인정하는듯한말투)>슈야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할줄아는거 없는놈, 애초에 동료라고 생각 안했음(슈야의 인정어린 말이 거짓이었다고 자극하자 우발적으로 살인)
미즈키:베르테르 선생이 나오키를 자극했다고 위증, 블로그에 연재 등 행위에 사실이나 도덕성따위를 고려하기보다 관심끌만한 행동을함.
여기서 유일하게 슈야는 5단계인 자아실현에 대해 몇번이고 반복해서 피력한다. 엄마가 물려준 자기 잘난 재능 발휘하고 싶다고.

사람들은 [고백]을 복수극이라고 하는데 복수만을 위한 서사만 있는게 아니다. 다각적인 심리묘사가 흥미로운 작품이다. 슈야가 사실은 엄마한테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다는 미즈키 말에 자기딸을 죽인 공범이 엄마를 갈구하다니 미친것처럼 비웃다가 헤어지고 나서 길바닥에 엎드려 오열한다. 방금전까지 2학년 담임 베르테르시켜서 이지메를 더 옥죄겠금 설계했는데 뜻대로 안되서 유감이라고 학생한테 얘기해주는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아이러니컬하게도.
눈물흘리며 안아줄 엄마와 재회를 고대하면서 엄마에게 다가가다가 슈야가 확신했던건 단순히 육체를 안아주는 것보다 자기 재능과 사회에 남길 업적이라며.
근데 담임과의 통화로 슈야가 밝혔던 진상은 거짓으로 전복된다. 슈야의 세계의 유일하고 전부였던 사람이 자기 존재를 잊고 새남자와 결혼했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세상이 무너진 슈야는 자신을 포함한 대량살인으로 마지막까지 엄마에게 관심을 갈구하지만, 모리구치 담임은 슈야의 욕망과 사이코패스성격을 역이용해 보기좋게 복수. 슈야는 넋을 잃고 고함지르며 눈물을 흘리는데 복합적 내면연기 보단 아직 초딩을 못벗어나 생떼쓰는 아이의 발악같았다.
시종 나이어린 학생들에게 경칭과 경어를 사용한 모리구치. 모두에게하는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는 말처럼 표면은 경어지만 오히려 누구보다 거리를 두고 하대의 시선으로 냉정하게 대했다. 특히 감정이 격해지며 슈야가 오마에(너)라고 하는 순간에도 모리구치는 일말의 미동도 동요도 없이 끝까지 경어를 유지한다.

미쟝센이 화려해서 저렇게 감각적인분은 젊은 감독이겠다 싶었고, [갈증]이 떠올랐는데 아빠뻘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로 갈증의 감독. [미움받는 마츠코의 일생]이나 [불량공주 모모코] 자기 색깔 뚜렷한 필모가 마음에 드는 감독이다. 이제부터 감독팬하려고. cf를 방불케하는 영상미 때문에 눈호강에 탄탄한 원작이주는 희열. 게다가 선곡센스도 출중해서 현재 반전체가 사건에 휘말린 긴장감과는 정반대인  that's the way로 아이러니한 소년성의 밝음을 대비시킨거나. 오프닝의 천진무구한 sibuya takeshi의 milk나 문자로 이지메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에서 관조적이고 태평한 radiohead의 last flowers. 영화의 독특한 맛을 만들었다. 엔딩씬에서 폭발 cg가 너무나 조악해서 그게 작품성을 다 깎아버려 아쉬움이 크다. 그치만 일렬종대로 늘어선 강당에서 슈야가 군중을 가로지르고 모여든 군중에 수리치며 순간적으로 직경 1m짜리 원을 그리는걸 부감으로 시각화하고 군중을 모리구치가 뚫고 들어올때도 영상감각이 뛰어나 인상적이었다.

 사랑스런 아시다 마나가 딸로. 타케우치 유코인줄 알았더니 마츠 타카코. 진짜 얼굴 구별이 안가... 소년들은 둘다 95년생인데 키가 너무 작아 초딩같아서 시시했는데 너무 캐릭터가 강하다 보니까 실제 청소년인데 살인의 소재를 연기하는 게 애한테 트라우마가 되지 않을까 걱정됐음. 소년A 니시 유키토는 늑대아이 목소리 출연 경력이 있었는데 귀여운데 나중에 억지뽀뽀 말고 진짜 뽀뽀할 때 박력이 워후! 소년b는 진짜 있을 거같아서 무서웠다. 내 아들이 저렇다면 생각을 하면 소름이 쭈뼛!할 정도로. 오히려 성인 연기자들 보다 강렬한 연기를 잘 소화한거같지만 멘탈 괜찮을지 그게 제일 걱정.

번역자막에 놀랐던건 '미즈키는 아호(바보)' 줄여서 미즈호를 '미즈키는 호구'라고 번역한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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