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역도요정 김복주

2017. 2. 20. 14:16

마루님

Drama/하차

채널선택권이 20대에서 3040에 실권이 쥐어지다 보니 주인공 연령대도 대폭 상승한 반면 10대 청소년물이나 20대 청춘물은 기획자체가 위축되어온지 오래. 공중파치고 드물게 기획된 청춘물에 반색한게 무색하게 시청률을 떠나 값어치를 못했다.
체육인으로서 직면하는 명과 암, 역도선수로서 여자로서의 갈등, 청춘의 성장 중 아무 영양가 없이, 한드에 지천으로 널린 '체대에서 연애하는 드라마'에 지나지 않은건 심히 유감이다. 게다가 [역도요정 김복주] 이전에 같은 방송사에서 무려 10년전 드라마인 [태릉선수촌]에서 다룬 바 있는 '체육인'과 '청춘물'이란 궤를 같이하면서도 계승하여 나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됐음에 치열한 자기반성이 뒤따르기 바란다.

작중갈등이 하찮아도 너무 하찮다. 역도 선수가 짝사랑하느라 비만센터까지 다닌건 비밀로 할만하고 극적플롯으로 쓸만하다. 친구한테까지 비밀로한것도 그럭저럭 이해하는데 문제는 그후로도 별거 아닌거까지 선택적 비밀로하고 터뜨리는 걸 반복적으로 써왔다는게 문제다. 이게 시츄에이션 드라마나 일일극이면 그런 사소한 서사나 전개의 반복이 겹치더라도 그러려니할 수 있다. 그런데 프라임타임대 수목에서 남친이랑 가위바위보하며 히히덕거리며 무의미한 분량 채우는데 전파낭비란 생각이 들었다. 첫 비밀이었던 비만센터도 친구한테 비밀로 따로국밥하다 걸리고나서는 좋다고 헤헤거렸던 짝사랑남 회피하질 않나, 그후로 코치는 억지 증량시킨다고 하고, 그와중에 또 코치란 배울만큼 배우신분이 공금을 유용해 학생 합의금에 쓰시고... 3천만원도 아니고 고작 3백만원이 없어서. 대의명분 믿고 허술해도 너무 허술해서 어차피 복직하는거는 시청자가 양해해줄 내용이라지만, 교수가 코치 복직 안시켜준다고 떼 쓰다가 '나안해!'하고 박차고 나오는데서 실소가 나왔다. 역도부원 궐기후 바로 복직결정나서 지들끼리 감격하는데 시트콤이면 그러려니해도 정극치고는 개연성이 너무 얼렁뚱땅이다. 그렇게 문제 해결하자마자 절친들 몰래 비밀연애를 또 집어넣었는데 그냥 말하면 될걸 굳이 당위성없는 얘기로 소비하는데 쓸거리가 없으면 딴사람한테 넘기든가, 분량채우기용으로 쓰이고 정작 복주는 절친한테도 숨기고 비밀만들고 뒤로 일벌이는 캐릭터처럼 비쳐졌다. 난희말대로 의뭉스럽기 짝이 없다. 말로만 스웩타령하다가 결정적인 것에는 비밀인 껍데기만 친구인 애.
비밀연애와 함께 남친한테 뾰루지 숨긴다고 피하는 에피소드라니... 작가가 프라임타임 드라마가 만만했나보다. 인소냐?

그것보다 심각한건 20세 이상 성인의 방종 내지 비도덕성에 있다. 일단 복주는 자신의 역도하는 모습이 짝사랑대상이 관람하는게 부끄러워 시합을 말아먹고, 자신을 후원해주겠다는 스폰서와의 만남도 일방적으로 잠적하는 사건을 벌여 평생 역도를 사랑했다는 프로로서나 선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의 책임감도 져버렸다. 복주가 취해서 자는데 준형은 마트 카트를 끌어서 복주네집에 데려다 준다. 택시를 타든가 부모를 부르든가 항상주렁주렁 데리고다니던 친구들의 도움을 빌리든가 도대체 어떡하면 마트카트로 데려다줄 발상을 하지. 남의 사유물에 접근이 쉬우면 무단으로 써도 된다는 그릇된 관념이 들어있는지 작가 감독 아무도 문제의식 못느꼈다면 좀 한심하다. 난희가 옆테이블에 머리카락으로 민폐끼친것도 꽤나 진상이더만 옆테이블사람을 죄다 악인으로만드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감화되긴 했지만. 가장 몸서리치게 싫었던건 준형이 감기걸린 복주한테 감기약전달해준답시고 친구 통해서 약전달해주면 그만일 일을 굳이 여자기숙사에 몰래 잠입해서 들어간다는 설정은 정말이지 동기도 같잖은 이유에 에피만들려는 발버둥이 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여자기숙사에 남자 출입은 들어온 남자도 들여온 여자도 동반 퇴사사유다. 작가의 느슨한 도덕관념으로 캐릭터들이 규칙위반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곤하는데 어린날의 치기가 아니라 특히 무단침입은 범죄인데 그걸 둘이서 몰래 알콩달콩하려고도 아니고 남친이라고 합의없이 여주몰래 침입해놓고 낭만적이라거나 청춘의 이름으로 용서가능한 일화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들이닥치는걸 목도하는 입장에선 머리가 쭈뼛서고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오싹한 평생 트라우마다.
또 럽라 한축으로 애딸린 유부남 교수를 좋아하는 코치와 복주삼촌의 직진 삼각관계를 굳이했어야하나 싶다. 그럼 유부남 설정을 애초에 빼든가! 주변인물 도구캐로 전락시키는 거 정말 싫어하지만 짝사랑이란 이름으로 이혼전부터 마음 두고 있는 사람 설정 소름돋는다. 작품에 필요한 서사냐하면 당위성도 없고 그저 분량떼우기 용에 불과한데 고작 그런 병신같은 사랑도 사랑이랍시고 그릴거면 이왕이면 정상적인 럽라나 제대로 그려나가든가. 유약한 태권이랑 걸크 선옥이, 마돈나 송시호랑 짝사랑에 휘둘리던 '을' 김기석 많은데 중년 상간삘나는 추태를 하필.

그리고 유행어 '1도 없다'나 스웩타령 자체가 너무 유행타서 3년만 지나도 촌티날듯.

로맨틱코미디란 장르에 한해서는 신선한 시도들이 몇몇보여서 그부분은 흥미로웠다. 신호기다리는데 자동차 지나가며 구정물 튀니까 기존 남주들은 자기가 여주를 보호해주는 클리쉐로 쓰이는 장면을 준형은 복주를 방패삼아 자신을 보호함. 여조가 악행을 저지르면 보통 남주는 아무것도몰라요하고 모르쇠하고 여주는 알면서도 끙끙 앓다가 용서하는데 남주가 직접 여조의 못된짓을 다 알고 면전에다 경고하고 경명하는게 전에 없던 클리쉐파괴로 통쾌함을 줬다. 여주도 당하고있지만은 않았던 것도 마음에 든다. 또 태권이 복주랑 난희랑 선옥이한테 경칭하는게 기존에 없던 신선한 구도라 색달라서 클리쉐 부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주혁 연기는 현재의 그와 일치율이 높은 캐릭터라서 캐릭터 분석을 해서 준형을 연기했다기 보다는 남주혁 자신을 많이 드러낸 것 같다. 아직 어색하게 튀어나오는 사투리기와 티격태격하는 상황 이외에 조금만 감정연기로 들어가면 버거워보인다. 엄마 손수건이나 스타트 트라우마 연기할때 한껏 과장된 오디션연기에서 볼법한 그 연기가 튀어나오는거 보면 아직 신인 햇병아리란걸 부인할 수가 없다. 작가도 문제인게 복주와 친해지면서 처음에 갖고 있던  준형의 생활과 성격들이 죄다 증발, 붕괴시켜버리고 정신과 의사가 연애해서 해결로 귀결시킴. 안이해도 너무 안이함.

이성경 연기는 처음보는데 복주캐릭터에 맞게 평소보다 살을 찌웠지만 그럼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개인적으로 남주혁보다 이성경의 매력에 흠뻑빠졌는데, 정작 본인은 불어난 모습과 쪄있는 동안 불편하고 힘들고 싫었던 부정적인 인터뷰를 반복적으로 하길래 그걸 보고 여자로서는 이해하지만 연기자로서는 실망스럽고 복주에 대한 호감도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입삐죽 내미는 거나 눈 껌뻑껌뻑하는거 볼멘소리로 대사치는거 나야 복주캐릭터에 딱이다 싶어서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서 과장된 연기로 많이 지적을 받았고 진입장벽이란 소감도 많았다고 하니 다음작품에선 주의하면 될 것. 양갈래머리하고 나올 때부터 요시모토 나라의 작품 같아서 자꾸 겹쳐졌다.

이재윤은 처음보는데 섹션에서 말하길 정작 선수가 어울리는데 전혀 관계없는 의사 역. 솔까 캐릭터는 짱짱맨인데 못받아 먹은 감이 있다. 따뜻하고 포근한 성격에 여주가 짝사랑하고 자길 또 짝사랑해주는 여자인친구도 있는 남캐치고 사랑받는 캐릭터 흔치 않은데 이재윤은 그저 단순하고 허허거리는 캐릭터처럼 연기한다. 게다가 환희라는 옛여자까지 넣어주며 재이 서사를 쌓아줬음에도 이재윤의 매력도 살리지 못했고 캐릭터에 집중시킬만한 부분이 있었는데 날려버렸다. 여러모로 아쉽다.

경수진도 초면. 좀 더 생기발랄한 화사한 사람이 맡았더라면 싶다. 우울한 설정을 상쇄시켜줄 체대마돈나 다운 부분도 있고 상당히 복합적인 캐릭터인데 경수진은 우울함에만 함몰되었다. 사실 연기력이 복합적인 연기를 소화할만한 깜냥부족이 눈에 띄고 대사치는게 단선적이라 답답하다. 연예계에 체조경력자도 꽤 많을텐데 일단 몸부터가 국대할 몸이 아니고, 설정상 태릉선수촌에 있다가 나온건데 다른후배들이 더 잘하는데 어쩔... 기존 드라마였다면 예쁘고 뛰어자고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으며 짝사랑캐도 여럿 달고다니며 가난한 집안의 무게를 감당하는 인물인데 작가의 한계도 겹쳐서 복주커플에 열등감만 드러내다가 그동안의 고민이나 사정에 급쿨해져서는 퇴장. 송시호 캐릭터는 잘만 풀면 기획의도에 부합하는 체육인의 꿈과희망 그리고 청춘을 그릴수있는 떡밥이 무궁무진할 역할인데 사장되고 말았다.

보면서 일드 학원물의 향기가 났는데 친구들이 죄다 도구캐로 기능하거나 코믹요소가 부각된 캐릭터로 황당한 설정을 수용하는게 딱 그랬다.
이선옥 역의 이주영은 목소리가 집중이 잘되는 꿀성대를 가졌다. 정난희의 조혜정은 아빠빽으로 [아빠를 부탁해]나온 조재현 딸. 조태권 역의 지일주는 여장이며 온갖망가지는 역할 담당을 소화했는데 [청춘시대]의 한승연 남친이랑 이미지 완전 달라 몰라 볼 뻔.

웬만하면 끝까지 보려고 노력했지만 여자기숙사 무단침입에 뜨악했고, 준형이 스타트 트라우마는 복주로 풀고 엄마에 대한 상처는 엄마가 등판하며 나름 떡밥회수에 들어갔는데 기성 작품의 구태의연한 답습도 질리고 14회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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