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일의 왕비 -1화~12화-

2017. 7. 12. 01:48

마루님

Drama

박민영, 연우진 둘다 좋아해서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렇다할 반응이 없어서 안보고 있다가 연우진 옛날 출연영상 본 김에 보기시작했는데 아역 분량이 생각보다 꽤 있다. 20부작이니 성인만으로는 16부작쯤 되고, 아역 주인공에 이동건은 그대로 나오는데 나이대가 아들딸벌이다보니 괴리감이 들었다. 

미니시리즈 시간대는 1~4회가 승부수를 띄웠어야 하는데 아역도 그냥그랬고 무엇보다 뭘 보여줘야하고 뭘 소구해야하는지 모르고 급작스럽게 몰아쳐서 어리둥절했다. 다시말해 서사와 복선을 까는 회차인데 딴에는 휘몰아치는걸 보여주려했는지 연산이 어린 꼬꼬마동생한테 열폭하면서 부들부들하는데 '왜 쟤만 예뻐해'하면서 사자의 이빨을 드러내는데 앞뒤 전후사정을 깔아놓으면서 크레센도를 주어야 하는데 다짜고짜 감정씬만 휘몰아치는데 어디서 이입해야할지도 모르고 그저 시청자는 벙벙하게 붕뜬 상태. 감정을 휘몰아칠 게 아니라 서사를 휘몰아쳤어야 하는데 그래야 서사의 세월이 쌓이고 성질급한 시청자의 구미를 끄는데 왕자와의 인연 만드느라 할애하는 것 빼고 서노가 도둑으로 몰려 해결해주는 것이랑 쫓기는 거를 그렇게 분량 늘여서 해야했나 아쉬웠다. 신분제사회가 지엄한 조선시대에 웬 동무타령을 하면서 신분을 초월한 친구를 못해 안달인지 환장하는줄 알았다. 조선이야 말로 나이를 떠나서 같은 신분끼리는 10살까지도 친구 잘만 먹었고, 2010년대 한국에서는 신분제 대신 나이제다. 마치 10살 연상연하끼리 친구먹자고 하하호호하는것같이 이질적인 사상이란 의미다. [비밀의 문]에서는 사도세자가 만민평등사상을 외치질 않나, [7인의 왕비]에서는 중종이 백성이 원하는 왕이 어쩌고 하면서 왕앞에서 역적의사를 내비치지 않나. 왕이 없는 곳이라고 왕이라고 함부로 말하질 않나, 옛날에 빨간색으로 이름써도 잡혀갔다는데 빠져가지고.'나으리'라는 호칭은 어디가고 높은 분을 '무사님' 호칭한다. 화면 집중하면 할 수록 성에 안차는 것 지적할거리 투성이여서 건성으로 넘겼다.

무엇보다 여주아역배우가 연기를 못하는건 아닌데, 사투리 억양이 너무 희한해서 몰입이 방해됐다. 어디서 들어본 경상도사투리를 하는 느낌. 그나마 짧은 문장에선 꽤 그럴싸한데 긴문장에서는 자기가 발명한 사투리 억양을 쓴다. 누누히 말하지만 사투리 쓸거면 네이티브를 썼으면. 굳이 왜 거창이어야 했을까 사투리 설정 때문에 만든건가 했는데 나름 고증한거더만. 단경왕후가 거창 신씨여서 경상도 설정한건데 실제 거창에 살았는지 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다. 암튼 사극에 사투리 나온건 양반도 아니고 고귀한 왕족의 과거로 사투리를 쓰는 설정 자체는 신선했다. 영화 [황산벌]이후로 처음본다.(다른 매체에 또 사례가 있는지 확인은 안해봄)


그리고 사극말투가 정통 사극톤인게 제일 마음에 든다. 요즘 퓨전하극은 당연히 합쇼체 쓰고 [정도전]같은 정통대하사극을 표방하면서도 어투는 합쇼체를 쓰는게 옛날느낌 너무 안나서 불만이었는데 감독이 제대로 연출을 신경써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 전부 사극톤이 좋고 발음도 대비전을 대비쩐으로 발음하지 않고 대비전으로 발음하는게 통일되게 지도한듯 듣기 좋다. 대사에서 어미도 '~나이다', 하옵소체 등 멸종된줄 알았던 고어체를 구사한 점도 좋다.

드디어 성인연기로 넘어오면서 주연들간의 실제나이 간극이 메워지고, 연산의 감정선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전까지는 아역이 너무 어려서 몰입하기 힘들었다. 연우진은 까칠한 연기로 몇번 봤지만 까칠한 연기보다 다정한 연기가 더 잘어울려 보인다. 박민영은 [힐러]이후로 오랜만인데 여전히 무난. 어떻게보면 박민영이 타이틀롤인데 여주의 주체적 서사라기 보단 판의 주도권이 없다보니 피동적이다. 의외의 수확은 이동건의 어마어마한 매력발산! 이동건 첫악역인데 악역을 처음하는게 맞는지 내 기억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소화하고 있는데 특히 이동건의 사극발성과 억양 호흡 제대로라서 이동건 연기가 원래 이정도였나하고 깜짝 놀랐다. 메인 러브라인에 드는 남주냐 아니냐를 막론하고 이동건의 연산은 극중 단연 돋보였다. 열등감에 쩔어 사랑에 굶주려 눈앞에 뵈는게 없는 광기어린 폭군. 초반에는 서사와 개연성이 쌓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산이 무턱대고  버럭하고 날세우는데 위압감이 느껴져야 할 상황에서 화면장악력이 다소 부족해 심각한 장면에서 실소가 터졌는데 회차가 지날수록 점차 녹아들었다. 그전까진 딱히 연산군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살짝 로맨스소설스러운 집착남 설정도 잘어울린다.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 연산인데에는 인간 누구나가 비교 열위에 허덕인 경험이 있을만큼 보편적인 기제이기도 하고 물론 얼마나 개연성있게 그려내느냐는 개인 역량에 달려있다. 

성인으로 전환될 때 깜짝놀란건 황찬성의 등장이었다. 딱 주연만 알고봤다가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황찬성이 등장해서. 박민영과는 하이킥을 함께하기도 했는데 2pm활동은 잘 모르겠고 연기활동 대찬성이다. [7급공무원]에서 생각보다 과묵하고 믿음직스러운 연기를 잘 소화해 이전의 그 까불거리던 아이돌스러운 방정맞은 이미지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마침 이번역의 서노도 신의 있는 남주 부하역인데 매력적으로 나오고 러브라인도 있는데 잘 받아먹고 있다. 감옥씬에서 밧줄로 묶을 생각을 한 작가의 잔망이 신선하면서도 약간 설렜다. 그런데 코수염이 정말 너무했다. 황찬성이 이동건, 연우진 다음으로 제일어린데 다들 안하는 수염이 왜 얘가 나도록 했는지 이해가 안감. [밤을 걷는 선비]에서도 최강창민 코수염 때문에 식었는데 러브라인이 아예 없이 심복이기만 하면 그렇다치는데 럽라에 코수염이라니 몰입을 하란건지 말란건지. 볼맛이 뚝 떨어진다. 고보결은 여기서 처음보는데 예쁘장하게 생겨서 연기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런 신인들은 다들 어디에 묻혀있는건지 신인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당차고 적극적인 캐릭터긴한데 악녀로는 안그릴듯. 단 그시대에 옆머리 내린거도 거슬렸는데 대비마마 알현하러 갔을 때는 옆머리좀 묶지. 

작가가 로설감성이어서 그거 보는맛에 특별한 일 없으면 마지막회까지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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