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암살

2016. 4. 8. 00:13

마루님

영화/팝콘

본 글은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최동훈 감독 입봉작부터 개봉첫날 극장에서 봤는데 [전우치]랑 [암살]만 극장에서 안봤다. 전우치는 왠지 강동원이 안끌렸고, 도사 소재란것도 진입장벽. TV로 봐도 딱히 아쉽진 않았다. [암살]도 전지현이랑 애국심 고취를 위한 영화일까 싶었는데 보고나서 극장에서 볼걸 후회했다. 내가 감히 최동훈 감독님을 몰라보고ㅠㅠㅠ


평을 보니 흥미롭게 봤지만 어떻게 해야겠다 뭐 이런 감정을 느끼진 못했다며 평가절하하던데, 상업영화에서 유쾌하게 즐기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래서 돈주고 보는거잖아. '자 이제 여러분 여기가 감동을 느끼시면 됩니다, 우리 독립투사들이 이렇게 열심히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이렇게 이르짚어주면서 감정강요까지 나서줘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신파가 절절해질 수록 영화는 더욱 구질구질해진다는 걸 모르고. 관객들에게 떼쓰지 않고 독립운동하는 이유를 담백하게 전하고 볼거리 풍성하고 스펙터클한 액션영화를 뽑아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더욱이 감정과잉으로 흐르기 쉬운 항일 소재를 두고 이렇게 깔끔하게 괜찮은 오락영화를 만드는 건 그만큼 세련된 감각을 잊지 않았기에 가능했던거고. 


이정재는 [도둑들]에 이어서 악역으로 나오는데 배우를 적재적소에 배치 잘했다. 비열한 악역에 잘어울렸다. 근데 대사칠 때 특유의 과장된 목소리가 좀. 전지현은 힘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이번에도. 배역이 달라지면 발성좀 달리 했으면 좋겠다. 한 거에 비해서 대작에서 원톱으로 나섰지만 전적으로 이건 감독역량. 주연은 하정우지만 조진웅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죽는 서사를 주면 눈도장이 선명해지는 법. 수다스러운 말재간도 유우머 스러웠다. 남편 카와구치가 설정한 결벽증 설정, 탁월했다. 조선어 못한다는 일본인이 일본어를 못하심.... 주요배우들 일본어는 다들 못했는데 뭐 조선인이니 이해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이정재 정말 못하더라. 진짜 김해숙 선생님보다 딸리면 어쩌자는 거냐. 한마디씩 하는 단역들은 오히려 연습 열심히 했는지 발음 좋았는데. 스크롤 올라갈 때 일본이름이 하나도 없어서 놀람. [동주]의 김인우 씨가 착한 일본인으로 나와 웃음. 그리고 그시절에는 당연히 하오체가 기본인데 해요체를 쓰는게 좀.. 특히 이정재 기소한 검사가 쓰는 말투 완벽히 현대말투여서 시대극 느낌 전혀 안났음. 1980년대만 해도 2010년이랑 말투 확차이 나는데 드라마 보는 줄 알았음.


[내부자들]이나 [베테랑]이나 여성캐릭터들이 배제되거나 그나마도 부속캐릭터처럼 비춰졌던 데 반해, [암살]은 주도적으로 활약하는 주연에 극중에서 독립활동 반장도 맡고 멋있게 나온다. 김해숙 씨도 [도둑들]에 이어 엄마역할이 아니라 독립을 돕는 독립의사자 일원으로 등장한다.

결말도 억지로 통쾌하게 마무리하는 게 아니라, 현실 반영해서 요직꿰차고 벌 피해서 잘살고 있는 배신자를 그린것도. 관객들의 바람을 넣어 제거한것도 뻔하지만 마음에 들었다. 


감정 강요없이 스며드는 오락영화를 '잘'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줄 아니까. 게다가 인테리어나 소품이며 배경으로 등장하는 시민들의 생활상 같은 걸 잘 담아내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놈놈놈도 괜찮긴 했는데 암살은 의도와 표현 두마리를 동시에 잡은 느낌. 최근 일본에서 심심치 않게 태평양전쟁 미화 영화 만들곤하는데 최동훈 감독이 일본인이었으면 카미카제 소재로 전범국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영화를 만들었겠지 싶으니까 더욱 아찔했다. 최동훈 감독 춘사영화제 그랑프리 축하합니다. 사...사..사는동안 다작하시오. 



blog activities

  • 왼쪽의 목록에서 링크를 선택해주십시오.
    목록이 보이지 않으면 링크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Visitors: / /

music box

자동재생 상태가 아닙니다.
00:00

[재생목록]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