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27] 드라마 스페셜 - 피노키오의 코

2016. 11. 29. 02:29

마루님

단막극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그냥 단막극이 보고 싶어봤는데 뜻밖에 이유리가 출연해 반가웠다. 임상심리학자로 범죄심리학과 연관해 범죄자들의 심리를 수사하는 강의를 하는데, 물론 표정에서 진위를 판단하기에 클로즈업해야하는데 몇번이고 반복적으로 연이어 숨막히는 마이크로 클로즈업이 잡히니 부담스러웠다. 교과서적으로 입술을 굳게 다문다든가 하는 장면을 위해 작위적인 표정연기가 좀 거슬렸다.

여주는 어린시절 일부 단서만으로 엄마의 외도를 파악했을 정도로 영민했다. 엄마의 갑작스런 실종 이후 아빠의 의뭉스러운 몇가지 행동들, 그리고 용의자로 지목돼 아빠를 면회했을 때 미세한 불안증세에 범인으로 확신하며 아버지를 경계한다.

보면서 아무래도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자신의 경험에 감정이입하기 마련이다. 여주가 자꾸 '아빠 내눈 보고 말해'라며 눈을 응시해서 말하면 진실과 거짓을 읽어낼 수 있는것처럼 말하는데, 나는 사실을 말해도 지그시 응시해서 볼 때면 웃음이 나버린다. 어릴 때 가족들이 참거짓을 가리자고 눈을 맞춰오면 나의 터지는 웃음에 뻥 아니냐며 억울했어서 극중 여주 아빠편에서 자신의 딸이 자신을 의심한다면 하고 이입했다. 것도 유효기간 맞춰서 15년이라니. 징글징글하게 지옥같은 삶이 아니었을까.

여주가 본격적으로 사건속에 다시 발을 담그기 전까지 아빠를 회피하는데 카메라도 아빠를 선명하게 찍지않고 포커스 아웃을 해버린다. 표정도 무엇도 읽을 수 없겠금. 아빠의 무죄를 주장하는 한편으로 유죄의 뉘양스를 의도했다.  '사람은 피노키오가 아니다'란 대사에 나오기 전에 '거짓의 모든신호를 다 보일리가. 사기꾼은 숨소리조차 거짓이라는데'라는 말이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치만 아빠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엄마폰을 우연히 집안에서 발견했을 수도 있는거고, 핸드폰 발견한건 중간에 만났다고 했으니 그건 문제될 게 없는데 엄마를 찾지 않고 전단지를 불태우거나 했던건 살인여부에 관계없이 외도에 집나간 마누라에 화나면 그정도는 할 수 있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사건의 진실은 예상대로였는데 마치 예습한거 기어코 써먹으려는 학생처럼, 오프닝에 써먹은 넥타이를 후반부에도 써먹었던 거 좀 더 세련되게 복선을 드러낼 수는 없었던걸까. 게다가 외도한 마누라 애인이 친구였다지만 그거 실종신거한것도 코미디고, 계속 수사중이었는데 실종자 신고됐단거 그 때 조사할 때 모를 수 있나 싶고. 너무나 질서정연한 단서들이면서도 개연성이 부족해 부자연스러웠다. 엄마도 15년동안 아무것도 가진것도 없이 집도뭣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게 너무 사건을 위한 서사같단 생각과 함께 아무리 백골 사체라지만 성별에 따라 골격이 다르고 dna검사를 할텐데 안이하게 사체나오자 바로 체포일수가... 논리성이 좀 아쉽다.

과하게 혹평을 한감이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 접근이 신선했고 장면전환들이 굉장히 인상에 남았는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갑자기 부감으로 펼쳐지는 논의 푸르름을 너머 거중기로 끌어올리는 마티즈 광경이나, 여주의 회상 나레이션 위로 사건25시스러운 방송으로 이어지는 전환이 센스넘쳤다. TV프로그램의 폰트 필체조차도 90년대 그때 그 촌스러움 그대로였고, 대우전자 간판달린 전파사 앞에 옹기종기모여 TV보는 모습, 다정이네 집에 다정이 남친과의 사진이랑 섞인 표정이나 행동관찰에 관한 사람 사진들. 그런 소품 디테일도 꽤 신경쓴게 보였다. 그리고 떡국 먹었던 고즈넉한 한옥집에서 동생과 마루에 앉아 얘기하던 장면에 푸르른 나무 사이로 참 저런 운치있는 곳에서 계절감도 한껏 느껴지게 잘찍었다.

2015년 공모 당선작이라 그런지 지금은 공소시효가 폐지돼 시의성이 약간 삐끗했지만. 공소시효와 얽힌 사연에 관한 [백야행]이 떠오른다. 공소시효만 지나면 밝은 빛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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