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우리들

2017. 1. 29. 16:36

마루님

영화/추천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상 촌스럽지 않으며 과장되지 않으며 공감가득한 서사
Direction 중상 봉숭아물과 매니큐어, 미묘한 공기까지 화려하지 않아도 진하고 섬세한 연출
Character 상 전에없던 현실에 있는 엄마 캐릭터를 비롯 분명한 선악 구분이 아닌 모호한 선악으로 인간다움을 표현
Acting 중상 캐릭터 그자체
Sounds 상 스크린 너머 들려오는 트럭 상인 확성기 소리
Cinematic quality 중상 아동기의 인간관계와 세계를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구현
Impression 중 교실문을 들어오고 수근거림의 포화속에서 칠판 지우던 선이, 선이와 지아와의 싸움.
TU X / N X / E O / F X 로얄스트레이트 플러쉬

티스토어에서 4천원일때 부담스러워서 옥수수 2천 5백원 이길래 냉큼구매했는데 옥수수는 건방지게도 스트리밍/다운이 고작 2일뿐이라니 개인적으로 딱한번 보고마는 성격이라도 같은돈 줄거면 옥수수에서 안삼. 불법복제방지 표시로 예상되는 오른쪽하단에 달표시도 극혐.

직전에 한국 영화를 20년 후퇴시킨 영화에 대비되게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리얼리티 수작을 만나 희열을 느꼈다.

일단 등장하는 인물 캐릭터들이 선악으로 나누지 않은것도 그렇고 한 인물에 명백한 선과 분명한 악을 교차시켜 선과악의 입체적 분할로 분리하지 않았다. 점,선,면의 차원적 묘사보다 본능적으로 순간에 터져 나오는 감정의 묘사가 캐릭터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입체적인 성격의 아동 주인공을 전면으로 내세웠다는 게 마음에 든다. 게다가 흔치 않은 여성물이며 이례적인 아동세계물이며 간만에 나타난 인간관계의 알력관계에 입각한 심리 성장물이다.

 특히 어른이 주인공인 세계관에서 아이 캐릭터가 영악함이나 순진함이란 두갈래가 전형이거나, 아이들 주인공인 세계관에서 어른들은 강요적이고 일방적인 어른이나, 자신들의 순수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른캐릭터가 나쁜사람이 없다는게 아이러니하게도 비현실적이지만 선이 엄마 같은 캐릭터는 현실 어딘가에 있을법하지만 매체에선 절대 볼 수 없는 복합적인 엄마 캐릭터라 신선했다.

빠듯한 살림에 시부는 병중이고 돈푼 모아 병원비 내기도 부담스럽고 남편이 정작 시부와의 관계도 연락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살림보랴 분식집일 하랴 일에 치여서 집안일도 둘째 윤이도 자신의 역할이지만 선이에게 맡긴다. 선이 인생에서 봤을 때 책임을 전가하고 고작 열살남짓 재롱 부릴 시기에 육아와 가사분담을 감당시키게 하는 주범이지만 선이엄마를 악인으로 그리지 않았다. 선이에게 용돈도 넉넉히 못주지만 친구들한테도 품어주고 친구를 위해 오이김밥을 해달라 조르는 딸을 위해 고단한 아침이지만 김밥차려주고 관계하는 모든 사람에 싹싹하고 정감있는 캐릭터를 배우가 참 소화를 잘했다. 애가 선물사느라 돈빼간것도 매일 계산기 두드렸을 텐데 모른척하고, 지아 할머니가 4학년도 학원 다닐 때라며 성적 떨어지자 없는 돈에 극구 사양하는 딸을 데리고 학원 등록한다. 다 틀려온 시험지에 정말 몰라서 틀렸냐고 엄마가 안다고 하는데 울컥... 인간냄새가 이렇게 진동한다. 선이엄마 장혜진씨 연기가 어디가 대본이고 어디가 연기인지 가늠 안될정도로 발군이었다. 선이네 학교 선생님도 털털한 유머를 섞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른' 역할 인줄 알았더니 중재하는 모습이나 무슨일 있냐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선생님... 좋은 어른이었다.

어른의 세계가 온화한데 반해 아이의 세계는 정말 치열했다. 친구들 사이의 세력다툼. 어디까지가 친구고 어디까지가 동기인지 모를 그 미묘한 관계의 접점... 누구나 주류에 편입하고 싶어하고, 누구는 소외를 시키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누구는 휘둘리면서 좌절한다. 어느날 갑자기 급변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은 정말 모를일이지만 극중에서는 서사를 위해 명확한 계기를 보여준다.

사실 기승전결 자체는 지아가 전학온 순간부터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지아의 거짓말까지도 예상을 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한건 어떤 큰 사건이 계기가 아니라 심리가 계기이기 때문이다. 왕따를 벗어나고 싶고, 사귄 친구는 구질구질하고, 왕따를 들키고 싶지 않고, 잘나가고 싶고... 그안에서의 처세는 매우 긴밀하고 민첩하게 이뤄지며 소외로 감당해야하는 외로움보다 아군이 곧 자신의 군중속의 지위를 나타내므로 더욱 마음아프다. 그래서 지아가 선이를 외면하는 장면을 지켜볼 때보다도 지아가 선이를 그래서 왕따라고 생채기 내는 말이 더 날카로웠다.

전형적인 영화였다면 선이는 당하고 나중에서야 지아가 손을 내밀었겠지만 선이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아서 후반이 더욱 쫄깃했다. 그리고 자기보다 더 어린 윤이한테서 깨달음을 배우는 선이. 선이와 지아 사이의 친교의 의미인 팔찌와 복숭아물은 점점 변한다. 선이는 단념하고 팔찌를 잘랐으며 둘만의 즐거운 우정은 손톱끝에 물든 봉수아물처럼 점점 밀려올라간다. 단절된줄 알았던 팔찌 우정을 지아는 끊어내지 않았고 선이는 지아의 마음이 궁금하다. 선이는 둘사이의 봉숭아물 위에 조잡스런 매니큐어 덧칠을 하고난 후였다.

캐스팅을 진짜 와... 연기가 아니라 인간극장이란 생각이 들정도로 아이들 외모나 행동이 전부 캐릭터 그 자체로 보였다. 선이, 지아, 보라 그리고 윤이도. 윤이는 똘망똘망한게 안되는 발음으로 때리는 친구를 용서하고 노는 순진무구함. 윤이같이 잘따르고 말잘듣는 남동생이 있을까... 판타지? 그래도 윤이가 귀여웠다.

선이캐릭터는 집에서 엄마대신 동생을 돌봐야하는 맏이로, 밖에선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돈없으면 낳지 말아야한다는 내 지론을 공고히 했다. 같이 가난하면 그건 '공감'이지만, 나만 가난하면 그건 '결핍'이다. 선이네 형편으론 남들 다하는 학원이며 핸드폰은 부담이다. 선이도 자신의 가난을 충분히 인지해 그깟 트렘펄린 몇푼도 돈이 없어 사양하고, 엄마가 연락도 친구폰을 통해서 받고 게임도 친구폰으로... 친구가 '솔직히'를 서두로 뱉어내는 말들은 충분히 타인이 상처받을걸 알고 하는 말이기에 못됐다. 부가 가난을 궁상으로 취급할 때의 비참함을 열한살 소녀는 그저 감당할 수 밖에 없었다. 어려도 세상은 그런식으로 같다. 집에 오면 동생돌보고 집안일 돕고 아빠 뒤치닥꺼리까지 해야하는 아이의 삶이 마냥 기특하지만은 않았다. 아이답게 사랑받아야할 시기에 자기의 역할 이상의 것을 기대하는 가정속에서 애어른으로 커져버린 선이의 짐이 무겁게만 느껴졌다. 자신이 할 수 있는건 없고 해야할 일이 많은 서민층 맏딸의 삶이 서글펐다. 어쨌든 최악은 아니고 그나마 웃음이 있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의 실상은 이렇다. 부와 행복이 비례관계는 아닐지언정 빈곤률이 높을 수록 불행에 가깝다. 색연필 사달라고 엄마한테 말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것도 짠하고...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엄마가 정신 없는 와중에 자기가 갖고싶었던 핸드폰 사달라고 했던 선이. 엄마도 이해가고 선이도 이해가고. 애낳을 여건 안되면 안낳는게 답.

처음과 마지막 시퀀스를 대칭적으로 마무리 한것도 그렇고 어떤 감정의 큰 동요라든가 장면을 과장하지 않고 감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보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서 느꼈던 진솔하고 세심한 시선을 한국영화에서 한국의 정서로 볼 수 있어서 흐뭇하고 여운이 남아 좋았다. 보물같은 감독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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