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핫칙 The Hot Chick

2017. 9. 17. 14:02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 한국인 비하 빼고 하이틴 소재로만 따지면 사춘기 생태계의 적나라한 묘사
Direction 중 인상적인건 없었음. 핫칙써진 자동차 번호판 정도
Character 중 제멋대로 사춘기에 가정과 친구에 대해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
Acting 중 롭 슈나이더의 능청스런 연기
Sounds 중 우당탕탕하기에 적절한 잔잔바리 ost
Cinematic quality 중하 한국인 비하 꺼져
Impression중 절친에게 빠져버린 에이프릴                                     
Black people O
Asian O
Equal relationship translated O

한국이라면 주인공 크루가 많아봤자 3명인데 반해 헐리웃 하이틴 주인공 크루는 3명이 기본이고 거진 4명이다. 크루중엔 키샤라고 흑인이 나오는데 자기가 흑인인걸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딸 챙긴다고 주책맞은 한국인 계모에 항상 질색하면서 아빠가 한국술집에 가지만 않았더라도 하는 비아냥을 하질 않나. 항상 경멸조로 보다가 같은 흑인 친구들이 나는 그런 엄마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니까 뒤늦게 엄마에게 사과를 하지만, 동양인 새엄마가 우스꽝스러운 행동으로 웃음을 사는 캐릭터로 그려지는건 인종희화화 의도가 담겨있음이 명백하다. 엄마와의 관계변화로 졸업식 때 안어울리는 한복을 입고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는 립서비스로 덮으려고 하는데 애초에 인종차별을 안하면 되잖아. 종종 헐리웃의 인종차별 컨텐츠에 대해 지적받곤 했지만 막상 볼일은 별로 없었는데 그나마 감정선마냥 서사를 부여하고 병주고 약주고 마무리까지 했지만 직접당하니 많이 빡친다. 그런 사회에 직면해야 하는 아시안들이 '언제나 이방인'이라던 말이 조금 이해가 갔다. 미국사회에서 1등 시민은 백인, 2등시민은 흑인, 황인종은 3등시민이니까.

인종차별 부분을 빼고 영화의 본론인 아저씨와 몸이 바뀐 이야기는 썩 볼만한 하이틴물이었다. 학교 톱먹은 제시카가 자기 크루데리고 다니면서 친구들 하찮게 여기고 장난이랍시고 괴롭혔던 행동, 자신이 볼품없는 아저씨의 외견으로 도움을 청하게 되자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우정에 기대게 되는데 다행히 친구들이 알아봐주고 도와주기까지 한다. 꼬맹이들의 쿨한 우정이란...
[퀸카가 살아남는 법]이랑 [가십걸]처럼 사춘기 친구들 사이의 인간관계 내지는 알력관계가 발생하는 사춘기 생태계를 흥미롭게 재현해내는 것도 즐길거리였다.

처음에 가족들한테 가장 먼저 알렸어야 하는데 왜 굳이 아빠옷 훔쳐입으면서까지 피해다니고 에이프릴네에 얹혀살면서 자기집에 배회하는걸까 했는데, 제3자로서 가족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이 재밌었다. 같은 남자라고 아빠가 털어놓는 집안 얘기는 놀랠노자였다. 자기 부인과의 관계를 떠벌리는것만큼 최악이 없는데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걸 때로는 가족보다 남에게 하기 쉬운 얘기가 있다는 거는 인정할수 밖에 없다. 저걸 딸에게 얘기할 수 없으니. 암튼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정해져 있으니 부부관계도 그냥 뚝딱 해치워버리지만 진지먹고 권태기에 든 부부의 돌파구는 무엇일지... 우리 부모님도 나는 모르는 그런 고충이 있지 않을까 어른의 세계를 생각해 보게됐다. 그래서 요즘 졸혼이 유행인가.

보통 헐리웃 하이틴 영화는 십대때 섹스를 첫사랑처럼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통과의례처럼 묘사하는 것과 달리 제시카는 회의적이었다. 놀러가서도 안한다고 선을 딱 그었는데 남자에게 확신을 갖고 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하고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후에 에이프릴을 spare에 비유하면서 세컨나불대는 찐따같은 제이크를 앞에두고 제시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절실한 남자친구의 진심을 몸이 바뀌고 엿듣게 되면서 진정한 남자임을 알고 더욱 그에게 사랑에 빠지지만, 빌리는 아무리 자기가 제시카인걸 얘기해줘도 기겁하고 자기 이름도 헷갈리는 껍데기 제시카를 제시카라 믿는데 나중에 원래로 돌아와서도 그때 했던짓 모두 이해한다고 했지만, 빌리는 제시카의 껍데기가 있는 한 사랑을 하는거지 내면을 사랑하는게 아니라는걸. 오히려 겉모습이 아닌 진짜 내면을 봐준 진정한 사랑은 에이프릴이 했다. 뭐 영화적 설정으로 인한 헤프닝처럼 에이프릴의 감정을 헤프닝처럼 처리했지만, 내가 만약 제시카였다면 글쎄 레즈가 되더라도 나 자신을 알아봐 준 사람 곁에 있고 싶다. 얼굴도 빌리보다 에이프릴이 백만배는 더 예쁘고. 빌리가 착하긴 해도 훈훈하고 잘생긴건 아님. 특히 타퀴토의 얼굴로 키스하려고 할때 기겁하던 표정ㅋㅋㅋ 일그러뜨리니까 더 못생겼어.

보통 영혼이 바뀌는 소재에서는 양방이 교류하면서 분량도 반반인데 제시카에 몰빵돼서 좀 다르다고 느꼈는데, 워낙 양아치 잡범이라 남자편은 잘 다루지 않고 제시카의 인생만 집중한듯. 어떻게 보면 디시하는 한남충 생각 빼다박은 스트리퍼하며 돈벌고 있었으니 에피소드랄것도 없고 위기플롯이 아니면 쓸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빌리는 그 알바를 계속한대도 좋다했지만 자기만 제시카 끝까지 못알아봐놓고 이제와서 너무 립서비스.

롭 슈나이더의 연기는 처음 몸이 바뀐걸 인지했을 때는 전형적인 '남자들이 생각하는 여성성'을 그대로 연기하는 과장된 몸짓을 그대로 답습해 기가 찼다. 엄밀히 여자보단 게이의 몸짓에 가까웠다. 하지만 깊은 내면연기가 받쳐줘서 그 과장된 몸짓도 상쇄시켰다. 정말 자신이 남자가 되어서 안에 여자가 있는것처럼, 우정에 취해 진심으로 친구를 바라보는 표정조차 사랑스러워 보였다. 정말 생긴건 영락없는 빠마머리 아재인데 연기를 잘하니까 에이프릴이 반하는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아무리해도 잘생김을 연기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건 역시 연기.

미국의  십대들에게는 16세부터 운전가능한 법이 빈부격차를 체감하게 하는 지표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두발은 원래부터 노터치였던데다, 미국은 몇불짜리 티를 입더라도 네일과 페디큐어를 미용실가듯이 어릴때부터 관리받는데 그것도 빈부격차. 흔히 하이틴물에 등장하는 치어리딩이나 [핫칙]엔 나오지 않았지만 공부를 아무리 잘하더라도 명문대 진학을 위해 봉사활동이나 악기를 하나쯤 다뤄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중산층 이상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거지만, 부의 편차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래서 하이틴 주인공이 언제나 중산층 백인인거고. 기부입학으로 진학가능한 한편으론 사연있는 극빈층에겐 기회의 균등을 위해 명문대의 문이 열려있는 재밌는 나라.

영혼이 바뀌는 마법같은 설정으로 시작했지만 아저씨가 아니라 연예인이랑 바뀐들 그래도 원래의 나를 선택하지 않을까. 나를 이루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 내가 이뤄온 모든 것들을 잃고싶지 않으니까. 핫칙(Hot chick)은 아주 매력적인 여성을 일컫는 신조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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