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복숭아 나무

2017. 9. 18. 23:48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하 클라이막스가 다 읽혀버림
Direction 중 영상미와 미장센에 대한 의욕이 보임
Character 중 예민한 동현과 유약한 상연, 전형적인 캔디 여주
Acting 중 남상미의 밝고 환한 역할 잘어울림, 조승우의 유약한 연기도 잘어울림
Sounds 중 조승우 말고 아역이 부른 주제가는 기억에 남음
Cinematic quality 중상 소재의 참신함
Impression 상 아이가 뒷모습을 보이던 첫장면, 마네킹 데려온 장면
DV X / TU X / N X / F X / M X / E O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옥수수 프리미어 정액 들으려고 봤는데 최신작이 포진해 있지만 정액제에 해당하지 않는 작품이 더 많아서 어차피 개별구매 해야 되더라. 구혜선 영화를 본 사람도 소수겠지만 [다우더]보고 만족한 터라 캐스팅도 더 빵빵한 [복숭아 나무]도  실망하진 않을거 같아서 구매함.

충격적이라는 평을 보고 봤는데도 뭐가 충격적이지 했는데 첫등장부터 충격적이었다. [강철의 연금술사]의 키메라를 봤을 때 경악했던 것 처럼 물론 영화적 기술로 만들어낸 가짜란걸 아는데도 충격적이었다. 성인역이 등장할 땐 한번 끊었다 다시 봤다. 그치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어느새 적응해 정체가 들킬까 조마조마하면서 승아와의 관계진전을 조금씩 기대하면서 봤다.

 오프닝과 엔딩 나레이션을 대구를 이루는 건 [다우더]에서도 별로였는데 시기적으로는 [복숭아 나무]가 먼저지만 같은 작법을 계속 쓰는건 작법이 정형화됐다는 뜻이다. 글과 영화적 작법은 달라서 글의 문체나 작법이 비슷한건 작가의 스타일이 되지만, 영화를 그렇게 만들면 소재가 다르더라도 자기복제가 된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이 노하우를 습득한것을 한번 써먹으면 다 버려야 하는 직업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이건 같은 작법의 반복이전에 클리셰 과다 차용이기도 하다.

괴물취급하지 말란 대사를 앞뒤로 두번 넣을 정도로 지나치게 강조해야할 부분인가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영화는 영상언어인데 손쉽게 극중인물의 생각을 전부 나레이션으로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 관객이 생각할 여지나 깨달을 부분조차 이부분을 느끼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불친절한 영화도 나쁘지만 지나치게 친절한 영화도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거다.

또 문어체 대사가 종종 나올 때가 있는데 정말 현실에 구사할법한 대사체에 대해 좀 더 연구를 했으면 좋겠다. 뭐 대사에도 나오고 나레이션도 문어체고 많은데 단적으로 동현과 승아가 가상의 쌍둥이에 대해 얘기하던 장면에서 '그들'이라고 지칭하는데 실제 발화와 너무 괴리돼 있다.

필연적으로 [다우더]와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일단 어머니의 존재가 굉장히 크게 그려지는 것도 비슷하고, [다우더]에 비해 어머니 존재는 분량은 작지만 비중은 크게 다가온다는 거. 나레이션 많은거 하며 앞뒤로 대구해놓은거. 영상미에 신경쓴거. 구혜선표 OST일게 예상되는 피아노 OST. 그래도 [다우더]가 후작이라고 보다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발전된 편이다.

어쨌든 그림같은 복숭아 나무에 깎아놓은 듯한 마차에 푸르른 들판 엄마가 거닐던 푸른 숲, 승아와 얘기하던 푸른 들판. 예산이 더 많았으면 더 예쁜 화면을 담았을거란 생각이 들정도로 영상미에 욕심이 많아 보이고 저예산이었을 텐데 정성들여 찍은 영상인게 보인다. 김순용 촬영감독은 처음 보는 분인데 잘찍음. 

솔직히 구혜선이 하는 연기보다 그가 만든 작품이 더 재밌다. 그래서 또다른 가명을 써서 감독을 지우고 개봉한다든가, 구혜선이라는 이름이 먼저 인식돼다보니 색안경끼고 평가할 사람들이 더 많은데 구혜선 이름을 지우고 보면 영상미라든지 이런저런 시도들이 다른 신인감독 수준에는 들고 기성감독이라도 개똥작 만드는 감독 많기 때문에 구혜선이란 화제성을 포기하고 작품결과물로 판단받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독특하지만 자꾸 보게만드는 재주가 있다.

[복숭아 나무]는 드라마 장르 보다 스릴러 장르를 했더라면 더욱 극적이고 흥미로웠을 법했다. 전체적으로 따스한 톤의 영화임에도 천둥으로 관객을 놀라게 하고 사건을 발생시키는 클리셰나 남주의 정체에 관해서 접근할 때나, 여주가 방구경한답시고 호기심 주체못하고 나다닐 때 음향을 통해 스릴러 분위기를 조성하곤 했는데 아예 뒤집어 엎고 스릴러로 기획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체가 반전인걸로. 그런데 지금까지 [요술],[다우더] 작품 경향상 구혜선감독에게 장르영화적 관심은 없어보여서 협업을 하면 자신의 능력치 이상으로 디벨롭시킬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다. 작가면 인터뷰 하면서 대중앞에 나설 일도 없고 자기 이름으로 마케팅할일도 없고.

편집으로 짤린건지 이해 안되는 장면이 몇개 있는데 일반적인 쌍둥이야 별개의 개체라서 꺼낸 시간이 다르니까 그걸로 형동생한다는데 샴쌍둥이인데 형동생 개념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조승우가 더 나이들어 보이니까 설정한건가.
동현이 무슨생각으로 승아의 신분증을 훔친건지, 없다고 하길래 자기가 간직하려고 하는줄 알았더니 굳이 사람많은 놀이공원까지 가서 전해주는 것도 이상하고 승아 찾다가 여유롭게 퍼레이드 보고 있으니까 지금 승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힐 클라이막스구나란게 티가 많이 났다.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서 개연성 없어보였다.
또 상현이 기자들 앞에서 갑자기 피투성이가 된 이유가 뭔지 제대로 안나왔다. 갑자기 피투성이가 되어서 그 모습이 무서웠다.
기자들이 집으로 온게 남주의 정체를 미리 알고 온건지 아니면 동현을 취재하다 우연히 알게된건지 상현을 보고서 기겁하고 도망치듯 나오는 거 보면 모른거 같기도 하고, 알고 갔다가 막상 보니까 무서워서 그런거 같기도 하고. 아이 위하던 아빠였는데 커밍아웃인걸 모르고 받은건지 아니면 동현이 취재한다니까 고마워서 그런건지, 이제 동현이도 세상을 봐야 한다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동현이를 수술시키지 않아서 집에만 갇혀있게 만든게 본인이면서... 왜 그제서야 알려줄 생각을 했는지 갸우뚱 했다.

보면서 관계가 진전되면 스킨쉽을 할텐데 동현이 말한 감시받는 기분이 뭔지 상상하던 순간 갑자기 분리돼버린다. 그리고 계속 남자 마네킹 타령을 하던 게 거기에 쓰일줄은... 슬픈 장면이었는데  기괴하기도 하고 오묘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온화한 톤으로 마무리 했는데 마지막에 어린상현이 나온건 상현에 대한 죄책감인걸까 아니면 상현을 더 좋아했다는 건지. 음...  모르겠다.

그 밖에 가상의 인물을 그리면서 상현을 잘생기게 그리고 동현을 못생기게 그리자 동현이 질투하며 더 잘생기게 그려달라고 했던 장면이 마음에 든다. 이 영화는 인위적으로 가공된 캐릭터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 장면만큼은 현실적이라.

남상미와 서현진이 예쁘게 나온다. 서현진은 상상속의 미화된 엄마일 때 눈부시게 아름답게 나오고, 남상미는 평소와 다름없지만 하는 행동이 밝고 순수해서 다른 작품에서 청순가련으로 눈물흘리는 이미지였는데 환한 역할이라 잘어울리고 매력적이었다. 남주아빠가 자기아들 장애가 있다고 말하자 "아이쿠야"하는데 남상미한테 그런 귀여운 구석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처음에 친구한테 애교부리는 장면도 그렇고 사랑스럽게 나온다. 그런데 보다보면 약간 구혜선스럽기도 하고 본인이 했어도 될법한ㅋㅋㅋ

조승우와 류덕환 닮은 인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쌍둥이로 나온다기에  솔깃했던게 사실. 류덕환은 [신의퀴즈]에서 보던 연기톤이지만 아주 자연스러운데 조승우는 잘 보지 못했던 욕심없고 차분하고 유약한 연기는 기존연기랑 너무 다른데다 입술에 바른 파운데이션만큼 이질적이긴 했는데 상현의 입장에서 몰입해서 보면 또 괜찮고. 연기 스펙트럼을 다양화를 꾀하려는 거 같아서 보기는 괜찮았다.

복숭아 나무 주제가를 비롯해 아역도 부르고 조승우도 부르고 서현진은 다른 노래를 불렀는데 아역이 부른게 동요같고 장면이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서현진이 불렀던것도 좋았는데 노래가 평범하고 조승우가 부른건 별로였는데 극중에서도 나오고 크레딧 올라올 때 또나오고 곤혹스러웠다.

"그녀가 왔다. 까만밤 까만차를 타고 까만 어둠속으로 그녀가 왔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에게 닥칠 까만 어둠을 참아내야만 한다."

[서툴지만 사랑]에서도 빨간 옷을 입고 한손에는 지식과 미래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표범을 든 여자라는 운명의 상대와 첫만남에 관한 문장을 외우더니 색깔론(?)도 그렇고 왠지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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