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고양이를 부탁해

2017. 11. 2. 14:09

마루님

영화/추천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상 청춘과 우정, 여성에 대한 정중한 스케치
Direction 중상 강요도 쥐어짬 없이 나타내는 담백함
Character 중 현실에 있을법한 인간 군상과 관계
Acting 중 연기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날것그대로의 풋풋함
Sounds 중 내감성은 아닌 새천년 감성
Cinematic quality 중상 지금은 멸종된 여성청춘극
Impression 중 "난 너 믿어"
TU X / N X / F X / M X  신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한국에 몇없는 여성 청춘영화. 산뜻하고 예쁜 A급 영화의 청춘은 아니지만 어딘가에 있을법한 청춘 얘기라 마음에 들었다. 요즘 88만원세대니 취준생이니 암울한 얘기만 곱씹으며 작품자체를 우울의 수렁으로 끌고가는 방식이 마뜩찮았는데 감정적 강요나 지침없이 상황나열만 하는게 관객이 생각할 지점을 트여주고 부담이 없는것도 현실을 다루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솔까 한국영화 종특으로 중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는데 평소 치아 때문에 힘겹게 씹던 총각김치가 무너진 집에 덩그러니 있는데 여느때처럼 감정으로 눈물바람을 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사람의 가난과 궁상을 '팔이'하지 않았다는게 청춘의 희망을 절규로까지 퇴색시키는건 싫었는데 정도를 알고 헤프닝으로 매듭지었다.

어렸을때 잠깐 봤다가 A급영화 플롯에 익숙해있어서  일상적인 내용을 소구하는 영화에 어떤 부분이 재밌는지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했는데 확실히 크고 보니까 무얼 말하는지, 일상의 감사함과, 사회를 드러내는 감독의 시선, 현실적인 캐릭터 다 좋았다.

"졸업하니까 애들하고 멀어지는거 그게 제일로 섭섭하다? 학교다닐 때가 정말 좋았었는데. 매일 만나다가 떨어져 지내니까 이제 별로 할 얘기도 없고."

영원할것같았던 학교생활도, 자주 만나자던 친구와의 약속도 각자의 환경으로 인해 소원해지고 오랜만에 만나도 서로 다른 환경속에 접점은 과거형이니 추억팔이가 전부가 되가는데서 느끼는 공허함.


"니가 사회생활의 맛을 못봐서 그래.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절대 호락호락 하지 않아. 내 20평생의 가장큰 실수가 뭔지 아니? 별 생각없이 여상간거. 인천에서 제일 좋은 여상 가면 뭐하니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데... 쯧. 후회는 안해. 정신차리고 살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잠시라도 허점을 보이면 바로 무시해버린다구. 항상 긴장하고 살아야하는 거야. 잠시라도 방심하면 꽝이야 꽝."


인물간의 관계도 딱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신혜주, 무뚝뚝하고 꿈이 많지만 현실에 좌절하는 서지영, 장단 맞춰주고 엉뚱한 비류와 온조, 잔정 많은 유태희. 우린 다들 혜주이고 지영이고 비류와 온조였으며 태희이지 않았을까.
신혜주가 집에서 염색했냐며 창피주거나 누가 안빼앗아 먹는다고 하거나 그런 밉상스런 말도 하고 넷이 인천인데 자기사는 서울로 오라고 하지만 막상 월미도에서 만나고, 서울온 친구한테 쏜다 그러고 자고가라고 하는건 속정은 있는 애다.
지영이도 쓰러져가는 판자집에 살면서 딱히 취직을 못한상황에서 혜주가 요즘 뭐하냐고하자 미꾹 유학을 생각한다고 허세를 부리는데 돈이 있어야가지라며 이 언니가 알바자리 구해준다며 알바하면서 학원가서 배우라고 혜주에게 비웃음 당한다. 혜주처럼 백도 없고 태희처럼 가업도 없고 가정부인 이웃에게 일자리를 부탁해 식료품공장에서 일함. 스무살에게 더 뽀대나는 일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자리에서 가치있는일도 있는데 나중에 혜주한테 그런일한다고 업신당한다.

"이 친구가 영어 잘한다고 그러던데? 참, 오늘밤 나 일좀 도와줄 수 있어?"
"네"
"다른 여직원들은 다 야간대학 다니는데 혜주씨는 안 가?"
"일하면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장님한테 배우죠 뭐. 팀장님은 제가하는 일이 가치있는일이라는 느낌이 들게 해주셔서 언제든 돕고싶어요."
"음.. 그치만 학위도 필요하지. 평생 잔심부름이나 하는 저부가가치 인간으로 살 수는 없잖아."
"평생 잔심부름만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는 혜주도 겉으로 허울좋은 번듯한 증권사에 다니지만 사무보조직. 음료 가져다주는 잔심부름에 사적인 심부름, 안경끼면 렌즈 찢어졌냐고 바로 남의 얼굴에 간섭하는 남직원, 심지어 남사원의 데이트신청 농담에도 빼지않고 받아준다. 혜주는 아예 그런 현실에 적응해버렸는지 라식수술로 렌즈를 벗어버리고 눈이나 코 성형을 해서 자기를 바꾸고 싶다고 말한다. 신규 정사원의 등장으로 자신의 처지와 대조시킨다.  영어실력으로 팀장에 칭찬받았지만 야간대학 안다니냐며 저부가가치 잔심부름 할수 없지 않냐는 말에 자존심이 짓밟힌다. 그리고 같은처지의 동료끼리 하소연하던 술자리에서 컴플렉스라서 그렇다고 위로대신 상처에 상처를 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혜주의 자기고백처럼 들렸다.


"난 그냥 계속 돌아다니고 싶어. 어떤 곳이든 한 곳에 머물러 살아야한다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해. 계속 배를 타고 그 어디서도 물처럼 흘러다니면서 사는거야. 이렇게 배 안에 누워서 지나가는 구름도 보고 책도 읽고..."
"야! 그럼 난 강옆에 그림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있을테니까 지나가다가 들러. 알았지?"
"말이 되는 소릴 해라. 그렇다고 집을 나가? 니네 짠돌이 아빠때매? 웃기지도 않아 진짜"
"내가 언제 아빠가 싫어서 집나가겠다고 했니? 엄마 아빠 싫다고 울면서 집나가는 건 10대때나 하는 짓이지. 그건 너무 시시하잖아. 난 그 이상의 이유를 찾겠다는 거지."
"난리났어 진짜. 누구나 가족문제로 집을 나가는 거잖아. 집에서 행복하고 만족한다면 왜 집을 나가겠니. 안 그래?"

태희는 맥반석체험실인지 찜질방인지하는 아빠 사업장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돈도 안챙겨주고 자기시간도 없이 끌려다니고 심부름 하기도 짜증난다. 지금은 부모님과 사이가 좋아도 독립하는 경우가 많아서 혜주의 반박은 구시대의 것으로 남게됐지만.

"지영아, 나는 니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고 해도 니 편이야.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해. 나 너 믿어."

태희는 언제나 친구들 불러모으고 싸움나면 중재하는 박애주의자인데, 얼마나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냐면 시쓴다는 장애인 친구를 대신해 타자기를 쳐주고, 헌팅걸어오는 미얀마 외노자와 같이 놀까 제안한다. 그리고 유치장에 간 지영이를 유일하게 면회가고 출옥할때도 마중나간 태희. 난 널 믿는다는 말이... 그런 말을 타인에게서 듣는다면 울어버릴거 같은데 우정으로 감동을 쥐어짜지 않는데도 심장이 뜨끈해진다.

근데 지영이는 억울한게 알리바이도 친구들이랑 같이있었고 누가봐도 집무너져서 돌아가신건데 타살여부 조사한다고 조모잃은 슬픔에 젖어있는 손주한테 니가했지하고 도발할 일인가. 게다가 밥안먹는다고 손치우다가 엎어진건데 바로 감방행인것도 노이해. 어찌어찌 누명을 벗고 태희가 평소 꿈꾸던 워킹홀리데이로 같이 새출발해서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고양이의 의미는 뭘까. 처음에 지영이 혜주 생일선물로 주는데 손이 많이간다고 거절했다. 지영이 없는동안 태희가 돌봐주다가 집나와서는 비류온조에 맡기고 워홀가는데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청춘이 아닐까.

2001년 당시 생활상 보는 맛이 쏠쏠했다. 슬라이더도 폴더도 아닌 플립폰ㅋㅋㅋ 문자칠때 글자하나하나 만들어가는것도 디지털시대 초입의 느낌이 물씬. 문자의 영상화는 당시엔 신선하다고 느꼈을듯. midi음의 생일축하곡을 반주로 부르는 생일축하노래. 색깔 없는 버스. 공교롭게도 몇달전 월미도에 갔어서 바로 눈치챘는데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게 없었다. 그리고 2001년이면 컴퓨터시대긴한데 타자기 치는거는 그당시에 비싸서 그런가. 검붉은 립스틱 선물에 두타에서 쇼핑하는 것까지 시대상이 고스란히 나왔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서 업무보면서 사적인 전화를 하는 무개념은 아니지 않나. 무슨 회사가 저리 헐렁함... [반칙왕]의 은행원이나 그렇고 이제는 명퇴와 구조조정의 상징인 증권사도 그렇고 전자기술에 인력감축의 대상인 직업이 나와 서글퍼졌다.

블라인드 올리던 타이틀 오프닝에 이어 일찍 나와서 성공한 커리어우먼인 팀장자리에 앉아보던 혜주가 인상깊었다. 엔딩크레딧이 지영이하던 텍스타일인 것도 나름 센스를 발휘해보려는게 보였다.

"너도 이제 떠날거지?"
"너는 꼭 사람들을 널 떠나는 사람과 남는사람으로 나누더라."
"그럼 너 나 좋아해?"
"누군가가 널 떠난다고해서 널 좋아하지 않는건 아니야."

-할머니가 만두 멕이고 다음만두 내미는 장면 젓가락 아니라 손으로 먹는 건 위생상 거북했지만 할머니 마음씨가 와닿아서 나중에 만두사먹는 태희 마음 완전 이해감
-통장아줌마랑 거지로 황석정씨가 나온다
-옥수수 저작권법 자막도 배급사 크레딧이 짧으면 짧게 쳐넣지 영화시작하고 오프닝까지 자막처리함. 극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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