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17. 10. 20. 21:14

마루님

영화/추천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상 복선, 암시, 대구, 축 다각도로 신경쓴 얼개의 꼼꼼함
Direction 상 영웅의 활약 구현에 규모있는 볼거리, 극 내내 흐르는 박진감
Character 중 진짜 투페이스가 된 하비의 의미와 상징
Acting 중 고만고만
Sounds 중상 장면전환전에 사운드 페이드인을 자연스럽게 사용한게 인상적
Cinematic quality 중상
Impression 중 "때론 진실만으론 세상을 못바꾸니까"
Black people O
Asian O
Equal relationship translated O

[배트맨 비긴즈]는 정액일 때 보고 핵노잼이어서 근성으로 보다가 중간에 껐는데 호평 일색인 [다크 나이트]는 얼마나 재밌길래 기대반 설렘반으로 봤는데 듣던대로 훌륭하게 기대를 충족시켜 돈값했다.

[메멘토]부터 놀란형제가 각본을 썼고 [프레스티지]에서 제작에 뛰어들었는데 [다크 나이트]도 그러하다. 원안을 크리스토퍼와 데이비드 고이어가, 크리스토퍼와 조나단이 각본을 완성했다. 한국의 경우 소설이 아닌경우에는 대다수가 원안 표기를 안하고 초고를 도둑질해 자기것으로 내는 사례가 많은데 좋은 시나리오 창작자가 자꾸 나와야 영화산업이 큰다.

처음볼 땐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이 조금 걱정됐고 조커와의 대결이 후반부에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길래 보면서 딴짓+1.2배속하다가 다 보고나서야 감탄하고 다시 정상배속으로 2번 보면서 느낀건 영화관에서 볼걸... 공교롭게도 올해 7월에 재개봉을 했었다고 하니 뒤늦게 아쉬움이 밀려왔다. 내가 그동안 안본이유는 일단 배트맨 본지 까마득해 어렴풋이 기억하는 것 조차 가제트랑 배트맨이랑 짬뽕됐음. 결정적으로 시리즈물에 대한 피로가 컸다. 전편을 알아야 후속편을 알게되는 것도 그렇고 [트랜스포머]는 2까지는 영화관에서 봤는데 서사가 없고 적당히 변신로봇으로 싸우면 그만인 얼렁뚱땅인게 가장 불만이었다. A급 히어로물의 플롯이래봤자 악당을 물리치고 헐리웃 영웅이 지구를 구했습니다~라는 식의 단순한 구조를 수없이 반복해왔고 식상함이 시간낭비로 느껴졌으니까. 그치만 놀란은 놀란이었다. 가장 대중적인 상업물이자 히어로물에 살짝 철학을 가미한 것과 모든 복선과 떡밥을 알뜰하게 회수, 고담시를 구한 영웅이 다른사람에게 영광을 돌리고 악당의 누명을 자처해 뒤집어쓴 결말이라고는 감탄했다. 관객이 감독 머리위에 있으면 영화는 가소로워지고, 감독이 관객 머리에 있을 때야말로 수작이 되나보다.

시나리오적으로 몰입을 위한 설계가 아주 촘촘하게 짜여져있다. 하비 검사는 법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백기사, 배트맨은 무법자로 정의를 수호하는 흑기사. 래이챌에 했던 동전던지기가 후반에 어던의미로 바뀌는지. 버마 보석도둑과 조커. 래이챌과 하비랑 합석할때했던 시저얘기, 하비 내사과시절 별명 등 대사 한마디한마디가 허투로 하는게 없고 은유와 복선이 깔려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극중에 축이 서너개씩 유지된다. 단적으로 예를 들면 초반에는 갱단 및 라우/조커/하비-래이챌-브루스/형사였던 축이 거듭 바뀌면서 후반에는 조커/배트맨 및 특공대/배안에 시민과 죄수/하비의 처단으로 바뀐다. 사건을 터뜨려서 축을 늘이더라도 회수하고 국면전환으로 넘어가면서 보통 축이 많으면 산만하고 어수선하기 십상인데 러닝타임이 긴대신 편집이 맥락을 다 살려서 축의 이합집산이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변장해서 까꿍하는거 외에도 사건 설계도 일부러 잡혀들어가 래이챌과 하비 인질삼아 폭탄터뜨리면서 역정보에 휴대폰 폭발시키고, 도시를 접수한다면서 교량 폐쇄시키도록 폭파협박을하고 배를 터뜨리면서 죄수의 딜레마를 건다.
이와 더불어 조커가 은행강도로 버스기사를 기다린다거나 연필마술, 고정관념적 클리셰를 살짝씩 어긋나는 그 맛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배트맨의 슈퍼카가 수리불능이었을 때 바이크로 변신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졌다. 배트맨의 슈퍼카와 헬기 터지고 차 전복되고 어두운 도시를 활주하는 자동차 추격씬은 볼거리 측면에서도 흥미진진함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으리으리한 건물에 매끈한 슈퍼카 화려한 파티까지 얼핏봐도 돈쓴티가 철철넘치는 호화로운 배경도 즐길거리였다.

등장하는 시민들이 단순히 착하게만을 그리지 않았던 것도 좋았다. 조커가 날뛰니까 자신들을 지켜줬던 배트맨 가면을 벗겨서라도 안정시키고자했던 이기적인 목소리. 마지막에 폭파장치를 누르지 않은건 비현실적인 정의로운 모습이었는데, 모두가 착하게 오순도순하면 모두가 살수있고 누구하나 욕심내면 걔만 살고 모두 망하는 [라이어게임 파이널 스테이지]가 생각났다. 둘다 극중에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지만...


"Because sometimes the truth isn't good enough.
Sometimes, people deserve more."

배트맨은 법의 테두리안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하비란 영웅을 믿은 세상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자기가 모든 죄를 덮어쓰고 자신의 공을 하비에게 돌리며 어둠속으로 들어갔는데 자기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왜 모든걸 짊어지고 고독한 길을 택하려고할까. 왜 자신이 일반시민에게 진실을 통제하고 영화에나 나올법한 서사를 만들려고할까. 대중을 위해서라고하지만 계몽의 대상쯤으로 여기는 발상이 현실적으로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서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그도 알프레드에게 몇번이고 잘하고있는건지 되묻는 일개 인간이면서. 히어로물에 대리만족을 느끼다가도 이런 괴리감은 태생적 한계인가.

알프레드는 래이챌이 하비를 택하고 친구선언을한 편지를 주기는커녕 태워버린걸까. 이미 죽은 마당에 팩폭으로 브루스의 감정 깨뜨리기 싫어서?

"You thought we could be decent men in an indecent time. But you were wrong. The world is cruel, and the only morality in a cruel world is chance. Unbiased. Unprejudiced. Fair."

캐릭터적으로는 브루스보다 하비가 더 좋았다.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이 애인을 잃고 흑화되는 것도 이해가 갔고 그 입체적변화가 인간 다웠다. 배트맨이 필요없는 세상운운하면서 정작 배트맨일에 빠져있는 브루스보다 래이챌도 하비를 택한거겠지. 하비는 애인하나 잃은건데 자신의 전부를 잃었다는 대사를 보면, 태평하게 앉아 하비는 우리가 결혼하려던거 몰랐을거다라고 얘기하던 브루스와는 얼마나 마음깊이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연출은 군데군데 솜씨가 느껴졌는데 오프닝 시퀀스로 삐에로 탈바가지 클로즈업할 때부터 심상찮은 포스 풍겨주고 은행강도짓에 긴박감을 몰아넣고 빠질때 은행강도와 전혀 안어울리는 노란스쿨버스에 도로로 합류하자마자 다른 노란버스들에 섞이는 장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군중속에 들어와 익명코스프레하는 게 생각났다.
차량추격씬, 돈 화형식, 병원 화형식 팡팡터지는 맛과 대규모가 주는 시각적 스릴과 흥분이 있었다. 장르는 드라마지만 스릴러요소가 강했고 캐릭터적으로는 조커가, 연출적으로는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잔잔하게 신경을 자극하며 타고오르는 한스짐머와 제임스 뉴턴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극적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투페이스가 충격적이었는데 특수분장을 그나마 덜징그럽게해서 적응이 됐다. 하비가 죽고 끔찍한 왼쪽얼굴에서 정상적인 오른쪽얼굴로 돌려주면서 영웅이 필요하다고 하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I took Gotham's white knight and I brought him down to our level. It wasn't hard. You see, madness, as you know, is like gravity. All it takes is a little push!"

why so serious가 여기서 유명해진거구나했는데 조커가 들려준 자기 어린시절은 비극적이고 불우했다. 히스 레저의 연기는 유명세에 비해 내 생각과 스타일이 달랐다. 스틸컷만 보고 난 더 신경질적이고 정형화돼있을 줄 알았는데, 화장한거 말고 보통사람 말하듯이 대사에 힘을 주지 않았다. 약간 얼버무리듯 말하는거나 명료하게 대사치지 않았던게 연기적으로 깔끔하진 않았지만 현실 악인들이 완벽한 문장과 말투로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 그동안 내안의 악당연기에 대해 생각해보게됐다. 그 입맛다시듯이 혀낼름거리는 건 왜그런건지 모르겠다.

크리스찬 베일은 [프레스티지]에서 별로였고 브루스일 때랑 배트맨일 때랑 목소리 차이나는거 빼곤 그냥그랬다. 히스 레저도 잘했지만 최고의 악역이란 기대에는 못미쳤고. 게리 올드만도 썩... [세크리터리]의 매기 질렌할이 여주라니 알고보니 [브라더스]의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였다. 정의로운 검사와 정장차림이 잘어울렸다.
또 그 중국인 머리좋고 계산적인 전형적인 아시아인 이미지였지만 멍청한 외노자 악당보단 낫고 비중있는 악역이었고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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