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불꽃처럼 나비처럼

2016. 9. 21. 17:13

마루님

영화/팝콘

결말누설이 있습니다.

사전정보 하나도 모르고 조선중기나 포스터에 드레스 때문에 일제강점기 픽션인줄 알았는데 그 유명한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이었다. 아마 지금같이 명성황후 여론이 더 안좋은 시기에 냈다면 욕만 더 먹었을거 같지만, 생각보다 연기 괜찮고 만듬새도 나쁘지 않다. 픽션이었다면 별점과 관객수가 더 뛰었을텐데 대중이 널리 잘아는 역사라 픽션이 비집고 들어가기에 어려운 부분이 크게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 [명성황후]는 안봤고 어릴적 흥선대원군이 안동김씨의 간택을 받기 위해 본색을 숨기고 천치처럼 어리숙한척 했다는 일화 등으로 흥미를 느껴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에 관한 책을 읽었었다. 세도가 안동김씨의 위력은 대단해서 그나마 왕권을 쥐고있었던 영정조 탕평책 시대를 지나, 23세에 요절한 헌종이 왕위에 오를 당시도 왕으로서 할 수 있는게 제한적이었다. 대가 끊기고 강화도령 철종부터는 안동김씨가 허수아비 왕으로 천하를 다스리려했으니, 고종을 위시해서 철의 정치로 섭정하기 위해 외척을 끊고 병인양요와 자기 아버지 묘를 파헤친 신미양요로 철저히 외세도 배척했는데 명성황후가 대원군의 예상 밖 복병이었다.

극중에선 멜로를 위해 고종이 다른 처소에만 들어가고 명성황후를 등한시하다가, 무명과의 소문이 퍼지자 보란듯이 그녀를 취하는데 실제로 결혼후 후사가 5년이나 없긴했다. 그러나 슬하에 4남 1녀를 생산했고 대외적으로 그녀의 입김으로 실권을 잡았다고 나올정도면 전적으로 단독행동이라면 폐서인감이기에 왕의 신임 없이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흥선대원군이 고종이 보위에 오른 12세부터 성인이 되고나서도 섭정을 지속하려는 데에 관한 방패막이라는 주장도 일리 있다. 효의 나라가 아니던가. 친아버지며 친오라버니가 없는 명성황후가 전지전능해서는 더더욱 아닐 것.

 서양에 관심을 보이며 외교관부인과 만찬을 하고 장면이 등장하고 흥선대원군과 양의를 두고 마찰을 빚는게 잠깐 나오는데, 실제로 첫아들이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이 태어났고 명성황후는 양의로써 항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수술을 하려했으나 대원군이 왕세자될 아이에게 칼을 댈수 없다고 산삼을 먹였으나, 결국 죽어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정치적으로는 물론 효의 나라에서 민심을 기울게할만한 사건이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무명이 위험에 처했을 때 데리고 도망가는데 아마 동학농민운동. 이 때 청나라에 도움을 청해서 나라가 외국의 간섭을 자초하게 되는데 당시 농민들이 궁을 쳐들어갔지만 궁녀복으로 환복해 처단에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을미사변에서 조수미의 [나 가거든] MV에 이미연이 "내가 조선의 국모다"의 장면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데 과하게 장렬한 클리쉐로 연출해서 진부했다. 실제로는 일본 낭인들을 막아서는 상궁의 팔을 자른후 들어갔고, 그 때도 궁녀복으로 환복했지만 얼굴을 아는 자를 대동하여 지목했고 한나라의 국모를 욕보이고 죽인후 불태우기까지한 야만의 극치였다.

실제가 워낙 유명한 사건이고 인물이라 그걸 지우고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차라리 아예 픽션이었다면 괜찮은 멜로였을텐데 차곡차곡 세운 감정선이나 세련된 영상미. 고종 캐릭터 시니컬하니 무능한 이미지가 큰 고종과 달라 좀 날카로운 면도 마음에 들고. 근데 역사를 생각하면 또 아닌거 같고 그런게 충돌하다보니 관객이 기대에 못미친건 수긍할 수 밖에 없다.

순 제작비만 91억에 마케팅비 합치면 100억이상 들인 대작인데 확실히 실사로 찍은 영상은 돈들인 티가 난다. 결혼식이나 마지막에 대원군 입궁할 때 병사들이나 궐의 의식행할 때 수많은 엑스트라들. 복식도 예쁘고 국혼식 때 수애가 정말 선녀같았다. 엔딩에 입은 흰옷도 정말 아름다웠는데 멜로로는 정적이다 보니 무명의 액션씬으로 역동성을 주려고 하는데 액션씬이 이 영화의 함정이다.

액션씬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근데 달빛 아래 배위에서 치열한 칼싸움. [와호장룡]의 화려하고 멋진 풍경위의 잘빠진 무술씬이 아니라 대놓고 포토샵으로 대충그린 달밤 풍경에 크로마키 대고 무술했을 게 뻔한 게 보이니까 애들 장난처럼 유치해졌다. 근데 한번도 아니고 궁궐 안에서 한번 더한다........ 만인들 앞에 연회에서 다시 cg풍경속으로 들어가면서 실제 느낌 전혀 없고 2000년대 초반 깍두기 픽셀 나올만한 게임 cg를 연상케하는 액션씬이 또 한참을 싸우는데 타임슬라이스 기법까지 동원했으면 cg를 잘하든가 cg를 쓰지말고 원래 연회장 세트에서 찍든가란 생각이 절로드는 수준이하였다. 그리고 나비 cg도 허섭하기 짝이없었다. 수애는 가짜나비 보면서 순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열연하는게 웃길정도. 뭐 그거 빼곤 대충 만족한다.

다만 양인이하일거 같은 무명이 자영에게 하오체 쓰는거도 거슬렸는데, 무명이가 무려 흥선대원군에게 하오체를 쓰는건 좀 아니었다. 흥선대원군이 뭘 원하냐고 하니까 그제서야 합쇼체를 쓰는데 다른 대사에선 하옵시고 하소서체 잘만 쓰더니 왜 유독 무명이만 왕족과 양반에게 감히 존대하지 않는지.

연기 구멍도 없고 뇌전의 최재웅 씨 목소리가 성우 뺨칠정도로 좋았다. 귀가 정화되는 기분. 액션이나 연기도 괜찮았는데 딱히 활동은 활발하지 않은듯. 고종 역의 김영민 씨도 새로운 색깔이라 눈여겨봤는데 그 이후로 필모에서 [협녀]랑 [화이]봤는데 무슨 역으로 나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일본어는 마음에 안드는데 분량도 적어서. 근데 iptv내면서 자막도 안붙여내나 나야 일본어 알아들으니 상관없지만 영어도 빼먹고?읭??
 크레딧에 보다보니까 [임진왜란 1592]의 소 요시토시 역의 요시무라 켄이치와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의 다케다 히로미츠가 각각 일본인 장교1과 낭인5로 등장하다니. 한국 생활 오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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