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탐정 홍길동

2016. 12. 9. 14:34

마루님

영화/팝콘

누설을 포함합니다.

Scenario 중 흡인력 부족
Direction 중상
Character 중 선과악의 캐릭터성이 분명
Acting 중 누구하나 탁월하지 않음
Sounds 상 귀를 사로잡은 OST
Cinematic quality 중상 한국영화의 스펙트럼 확장
Impression 중 CG와 미술
TU X / N X / E X / F X

망했다길래 엄청 졸작인줄 알았는데 보고나니 순전히 대진운 탓이다 이건. 상대는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였다. 그 당시 독과점 사상 1만회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적인 상영횟수에 기함했는데 [탐정 홍길동]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그 당시에 많이 듣던 평으로 '말순이 빼고 별로였다'였는데 직접 까봐야 아는 것. 기존의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하던 세공의 미학이 느껴지는 만듬새다. 주인공 홍길동이 사는 세계관이 뚜렷하게 있고, 극중에서 나온 세트며 소품 전부 영화를 위해 가공된 것이다. 등장하는 거리까지. 완벽하게 가공된 세계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가위손]의 마을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현실세계의 반영보다는 가상세계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인물들은 캐릭터성이 짙다. 영화의 작법이 [씬 시티]를 떠오른다기에 언젠가 [씬 씨티]도 볼 예정.

서사적으로는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했는지 쉽고 뻔하다. 나름 반전이나 변주 등 여러 요소를 많이 생각했음은 알 수 있었으나 흡입력이 떨어진다. 이게 편집의 문제일까 애초 시나리오의 문제일까를 생각해 보면 시나리오가 미진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편집을 더 쳐본다고 가상했을 때 리듬감이 생기고 쫄리는 맛이 생긴다든가, 흥미진진함이 배가될거 같진 않다. 그럼에도 이게 겨우 관객수 140만짜리 영화 성적이 어울리는 작품이었는가 하면 흘러넘칠정도로 정말 아깝다. 개인적으로 CJ 배급에 걸맞지 않게 [시빌워]에 밀려 물량공세도 제대로 못해보고 배급사의 그간 족적을 보면 인과응보일수도 있겠지만, 한 작품을 위해 투자자와 제작진 이하 배우까지 생각한다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명절개봉이나 뚜렷한 흥행몰이가 없었던 하반기 개봉을 했다면 손익 300만정도는 채울 영화다. 빈집털이로 [형]이 오늘기준 240만인거 생각하면 [탐정 홍길동]의 성적은 억울할 정도다.

일단 사운드부터 미스터리를 자극하는 어딘가 들어봄직한 클리쉐스러우면서도 장르적인 탐정 OST에 잘어울렸고, 화면촬영도 좋았지만 CG가 가공된 세계관을 연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엔딩 크레딧도 공을 들여 만들었음이 분명한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차라리 그걸 오프닝 크레딧으로 했으면.. [아수라]도 그렇고 크레딧으로 예술하는 거 보면 한국영화의 발전(?)이 느껴진다.

근데 이제훈의 연기톤이 딱 [시그널]의 박해영 경위라서 처음에 여기도 이런식으로 찍었나 해서 박해영 경위랑 겹쳐졌는데, 어울리기는 [탐정 홍길동] 쪽이 더 잘어울렸다. 아마 영화를 [시그널]보다 먼저 찍었을테고 보다보니 나중에는 적응이 되긴 했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필히 이 독특한 톤을 버리는게 좋겠다. 모든게 꾸며진 세계관 위에 연기까지 꾸며낸 거같으면 작품 전체가 과장돼 보이기 때문에 연기가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김성균은 [응답하라1994]와 [응답하라1998] 최근의 [달의연인-보보경심:려]로 밝은역만 보다가  악역은 처음보는데 악역이 안어울리는 건 아니었는데 연기가 인상적이진 않았다. 악역이 주는 강렬함이 느껴지지 않았다는게 흠.

고아라는 황회장이라는 재력과 리더쉽을 가진 여자로 등장하는데 기존에 맡던 배역보다 다소 노티나는 역인데 비주얼은 언제나 최고지만, 연기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조선마술사]에서는 톤도 발성도 최악이었는데 여기에서는 감독이 디렉션으로 잡아줬는지 나레이션할 때 평소와 다른 톤으로 캐릭터에 맞게 조절을 한거 같아 그나마 나았다. 발성이 트여있지 않아서 공기를 많이 섞어서 얘기하는게 훨씬 듣기가 편하다.

그렇게 회자됐던 말순이는, 연기를 잘한다기 보다는 맹랑한 캐릭터가 그래보였고 연기자체는 애기가 무슨말 하는지 잘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리고 박근형옹이 출연했는데 그동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했지만 연기는 썩 그냥 그랬다. 특히 임종장면... 다시 찍으라고 하고 싶었다. 아무리 감독이 영화판에선 왕이라지만 업계원로 연기에 토달기도 뭐할거다.

엄마의 원수를 찾아 할배의 자식들과 사건해결을 찾으러 나간 의적 홍길동이 탐정홍길동이 되어 나타났다!라는 서사와 갈등구조, 절정의 플롯들이 그렇게 첨예하지 않았다는게 함정. 그치만 이 작품이 143만 들 영화는 절대 아니다. 시즌2는 자동 물거품이 됐으니 안타깝다. 조성희 감독은 전작 [늑대소년]으로 동화적 판타지에서 재미를 본 적이 있는데 소녀와의 우애 그리고 판타지에 공통분모가 있고 제법 판타지를 연출하는 법이 세련됐다. 다음 작품도 몹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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