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해피 엔드

2017. 8. 31. 03:10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 성역할 반전
Direction 중상 미장센 뜯어볼만함
Character 중 현실적인 캐릭터 부부와 대비되는 일범의 순정 판타지
Acting 중 전도연이 28인게 안믿기는 능수능란한 연기
Sounds 중상 "행복은 끝났다." 영화 '해피엔드' OST 슈베르트 Trio no.2 E flat장조 D. 929
 - Andante con moto
Cinematic quality 중상 세기말 한국사회의 변화의 표상
Impression 중상 가장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
DV O / TU X / N O / F X / E O / M X

IMF와 세기말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는 아날로그 작품. 지금과는 시대상이 달라진게 너무 많아서 성립할 수 없는 것 투성이. 남주 민기는 명예퇴직당한 전직 은행원으로 당시 구조조정의 칼바람은 사회의 엄청난 화두였다. 그리고 세계화시대니 글로벌시대니 영어 광풍으로 원어민교사를 채용한 학원들이 유행했고, 더불어 IT바람이 시작될 쯤이었다. 이렇게 설정된 주인공 직업. 요즘 다들 컴퓨터 하시죠 하는 대사나, 번역하지 않고 apple을 apple로 받아들이는 영어교육이란 대사 등은 그 당시의 변화되고 있는 생활상을 반영한다.

또 민기가 아내의 차를 뒤지면서 톨게이트 등 영수증, 차 미터기 기록, 일범의 집 열쇠를 습득하는데 요즘같아서는 하이패스 내역, 신용카드 내역이나 블랙박스를 뒤지는 걸로 바뀌었겠지만 만약 불륜을 한다면 싹 지우고 다녔겠지. 일범네 집 열쇠만 가지게 됐는데 일범의 집과 호수는 대체 어떻게 안건지 극중에서는 설명하지 않고 건너뛴다. 요즘같아선 gps라는 것도 있고 네비게이션도 있지만 그 때 당시는 발로 뛰어야 하는데 민기가 뒤를 밟은 것도 아니었다. 일범이네 집에 마음대로 드나든 것도 아날로그 시대니까 가능했다. 감시카메라가 없으니 개꿀이고 대구에 장례식장 참석이라는 알리바이 하나만으로 타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기도 개꿀. 뭐 그게 대단한 완전범죄라고 동네중고책방에서 돈도 안내고 추리소설 읽어서 트릭설계했다는 암시로 나오는데 뭣보다 찌질함. 파고다 공원 아니라 탑골공원 갈 차비로 도서관을 갈것이지 주인이 눈치를 주는데도 지혼자 감수성 터진척 해서 노어이. 무엇보다 99년이면 핸드폰 보급할 때 아닌가? 같은해 개봉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선 핸드폰 쓰던데 그래도 중산층에 사업하는 사람이 핸드폰이 없이 집에 걸려온 전화가 시도때도 울리는데 발신자 표시도 안되는 집전화로 아내의 전화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민기의 전화였다든가 이런 자잘한 노림수는 아날로그시대와 함께 끝났다.

이 작품이 여타 작품과 다른 점은 오프닝부터 바로 베드신이 나와서 당황했다. 모름지기 전희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바로 시작했던건 야동이 아니고서야 첨봄. 솔직히 작품성을 생각했다면 노출없이도 충분히 가능했었는데 관음성 소구를 위한 노출을 부인할 수 없다. 다행히도 작품성을 잡았기 때문에 그 속셈도 감화되었을 뿐.
주진모 지금은 완전 아저씨가 됐지만 저때 외모는 정말 조각이더만...누구라도 안빠질 수가 없을거 같은 미남이 대학때 맞춘 커플링 한번도 뺀적 없다고 하는데 옴므파탈 인정.
한편 기존의 성역할을 바꾼 구도도 흥미롭다. 실직한 민기는 주부로서 가사일에 충실하면서 시장물가도 빠삭하고 심지어 브레이크 라이닝 교체는 어디가 더 싼지까지 꿰면서 잔소리를 한다. 학원장인 보라는 사업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지만 회사 다녀오면 애보고 빨래, 청소 등등 가사에 참여한다. 독박가사 독박육아하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뒤집어도 민기는 애좀 보라고 타박하며 민기가 정신팔린 동안 보라는 능숙하게 집안일을 한다.

한편 보라는 접대갔다왔다는 핑계로 불륜을 하고 집에서 자기 무시하지 말라고 징징대는 남편이랑 대조적이게 잘생기며 사랑을 꿈꾼다. 그렇지만 보라는 자기가 스쳐지나가는 것 처럼 일범의 집에 자신의 흔적을 남는걸 끔찍히도 싫어하고 자신의 가정을 지키고자 한다. 여기서 인물간 동상이몽이 촉발하는데 민기는 보라의 불륜관계를 알면서 지적하지 못하고 학원에서 맨발로 다니냐고 에둘러 그만두라고 지적한다. 보라는 집으로 전화하고, 집근처로 찾아오는 일범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다른여자가 그의 집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그건 또 슬프다. 아이재워놓고 돌아와보니 현관문앞에서 불륜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결정적으로 범행을 결심을 서게하는 기폭제로 만든건 한국영화스러운 정서였다. 아이를 동원해 육아도 져버린 아내에게 좀 더 인정적인 잘못을 강화시킨다. 보라가 그냥 일범에게 가면 게임 끝인데. 민기역시 깔끔하게 갈라서면 그만인걸 아내를 죽이고 내연남에 덮어씌워 완전범죄를 꿈꾸는 살인자가 된다. 사람 죽여놓고 제3자시켜서 목격하게 온갖거 꾸며놓고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행세하는 민기가 가증스러웠다. 조강지처는 있어도 조강지부가 없는 이유가 아마 여자는 남자가 바람피우면 그 상대 머리채를 잡지만, 남자는 내연남이 아니라 여자를 죽이기 때문에.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와도 신체적 위해가 없었기 때문에 고개 빳빳하게 들고 돌아올 수 있었던거.

아무튼 민기의 의도대로 일범은 살인자로 몰려 제대로 변호도 못하고 감방행이 암시됐지만 민기는 화장실에서 반지를 보고 목놓아 운다. 과연 민기 복수의 복수를 성공이라 말할 수 있나. 일범은 대학시절 사귀었던 보라와의 관계를 그가 결혼해서도까지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보라가 '우리아이'라고 한걸 보라의 아이가 아닌 보라와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일만큼 보라에게 큰 애착을 갖고 있다. 반지는 민기도 결혼반지 그 두꺼운걸 항상 차고다녔다. 일범이 대딩시절부터 한번도 반지를 뺀적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얼마후 보라도 계속 끼고있던 결혼반지를 빼고 그 자리에 일범과의 커플링을 끼고 다닌다. 민기가 일범의 범행으로 설계하면서도 보라 손의 커플링을 굳이 뺐던건 마지막에 남은 자리에 일범과의 연결고리를 지우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일범은 보라의 죽음앞에 무기력하게 진행되는 사회적 살인에 그대로 순응한다. 보라와 마지막까지 함께한건 민기가 아니라 일범이다. 민기는 살인까지 해서 둘을 갈라놓았지만 결국  일범에게 졌다. 사랑 앞에선 아니 죽음앞에선 일범이 사랑을 이루었으니 해피엔드는 그의 것. 반지를 태울수도 던져버릴 수도 있는데 변기물에 내린것도 그렇다. 마지막에 초인종 누른 사람이 일범으로 지레 찔려서 그런게 아닐까. 살인을 해도 완전범죄를 이뤘지만 사랑앞에 허무할 뿐 부러우면 지는거.

18년전 작품인데 전도연, 최민식, 주진모 아직 쌩쌩히 활동하는 거 보면 이런 작품의 주인공이라서겠지. 한국적인 정서가 배여있는 작품은 즐겁다. 복도식 아파트에 아파트가 주차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있는 것도 그렇고 구도를 잘짰다. 정지우 감독은 수작을 낳고 [모던보이]를 만들고 체벌고발한다고 아동학대하는 [4등]을 만들었다니, 퐁당퐁당이 심하다. 연출적 작풍도 전혀 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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