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악녀

2017. 9. 23. 19:18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하 액션에서 스토리가 단순할 수도 있지, 진부한 대사는 다듬었어야
Direction 상 스타일리쉬하고 매끈한 볼거리, 1인칭과 3인칭을 넘나드는 액션구도의 신선함
Character 중 내사람에게 충성적인 주인공 이하 전형적인, 평면적인 캐릭터
Acting 중상 김옥빈이어서 가능했던 여성액션의 정수, 김서형크러쉬, 상상으로 경상도 사투리 구사하는 단역들
Sounds 중하 [아저씨]만큼만 선곡 잘했어도 더블스코어 했을듯
Cinematic quality 중상 한국액션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한 그림들
Impression 중 바이크 칼싸움, 창문깨고 운전
TU X / N X / F O / M X / E O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칸 비경쟁작 초청했던 작품 보면 [부산행], [곡성] 등이었는데 비경쟁이라도 역시 칸은 거저 가는건 아니구나. 액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묘하게 포스터가 끌렸는데 그느낌 그대로 만족시켰다. 등장하는 배경, 세트, 인테리어, 소품까지 숙희네 복도식 아파트빼고 이국적이어서 좋았다. 그 흔한 엘리베이터마저 미술적 손길이 닿았음이 보인다. 어디에서 찍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화면 잡히는 곳 식사장면의 레스토랑도 분위기 있어보이니까 아무데서나 막찍지 않은 거 같아서 더 눈여겨 보게만든다.

또 액션감독이 누구인지 현대 액션에서 칼싸움 분량이 많은것도 기존 액션과의 차별점이다. 오토바이 타면서 칼싸움을 할 수 있을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아저씨]나 [신세계]에서 보여줬던 떼싸움과는 액션이란 카테고리는 같지만 정파가 다른 느낌. 신선해서 감독 필모 보니까 [우리는 액션배우다]가 전작이네. 보진 않았지만 액션에 조예가 있는듯. 무엇보다 첫장면을 롱테이크 액션씬으로 한것과 시점을 1인칭으로 한게 인상적이었다. 여지껏 액션영화의 시점으로 보면 3인칭이다. 적과 상대가 어떤 형국인지 스트리트파이터 게임 대전형식으로 3인칭 관전자 시점이라면, [악녀]는 GTA 게임 형식으로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 다른 시점으로 옮겨온다는 발상이 별거 아니지만 남들이 하지않았던 내지는 하지 못했던 형식이다 보니까 신선했고, 나중엔 1인칭과 3인칭을 자유자재로 스위칭 했는데 마지막 버스씬에서는 카메라 화각이 ((()))이렇게 보이는 카메라를 써서 보다 게임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게임 CG의 발전하면서 게임의 영화화 또는 가상현실화가 대두되곤 했는데 역으로 영화가 게임의 형식을 빌려 몰입감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한다는 생각이 기특했다. 전에까지 보지 못했던 그런 그림들이 팔딱이는 느낌.

예전에 [썸]에서 차 추격신에서 한국영화에서도 속도감느낄 수 있구나를 경험한 후 [아수라]에서도 추격신 좋았는데 [악녀]가 지금껏 본 중에는 가장 속도감이 좋다. 앞 유리창 깨고 그 앞에서 운전해 뛰어가는 장면 크으... 버스신에서도 창밖으로 나와 액션하는 장면이 있는걸 보면 공기의 저항을 직접 주인공이 느끼도록 하는 그림을 감독이 좋아하나봄. 그래서 더 손에 더 땀을 쥐게 했고 기억에 남았다. 미래엔 자동운전하는 자동차 양산되면 못하게 될 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액션이라는 장르적 성취를 보자면 한국영화의 발전적인 한걸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더불어 액션하면 남자가 여자패고 여자 벗기는 장면 나와가지고 어쭙잖은 짓거리 질렸는데 그런 장면 없이도 충분히 액션그림만으로 잘 뽑아냈다는데 더 점수를 주고싶고, 특히 그 웨딩드레스 입고 총잡는 장면이 뭔가 페티쉬스러우면서도 페미닌한 가장 이질적인 신부와 킬러라는 게 충돌하는 그 접점이 흥미로웠다. 비슷한 장면이 [암살]에서도 있었지만 놓여진 상황은 [쉬리]에 더 가까웠다. 잊고있던 [미녀삼총사]와 [킬빌]의 후예를 본 거 같아 반가웠다.

영화톤이라든가 빛이라든가 카메라 뭘로썼는지도 궁금하다. 둔탁한 빛깔을 화려하게 끌어올리는 느낌 보정빨일 수도 있겠지만 영상적으로는 [아가씨] 볼 때만큼 미술이나 카메라 다 좋았는데 시각에 쓰는만큼 청각에 돈을 아꼈는지 어쨌는지 청각적으로 따라와주지 못했다. 이 정도 그림을 찍었으면 뇌리에 남기는 음악이 '메기의 추억'이 웬말이냐. 그게 등장할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왔다. [아저씨]가 성공한게 물론 화면도 기깔났고 원빈이 잘생겨서도 있지만 [아저씨]하면 Mad Soul Child - Dear를 필두로 음악이 잘 깔아줬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한 것인데. 귓가에 남는 음악이 없다. 김옥빈이 그렇게 쌔빠지게 액션하고 있는데 뜻뜨미지근한 오리지널 스코어가 영화의 긴박감을 주는데 역부족이었다. 빵빵터지는 액션에 걸맞는 빵빵터지는 사운드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희미하게 흐른다. 중요한 순간에는 '메기의 추억'을 각인시키려고 든다. 뭐 70년대 추억드라마도 아니고 노스탤지어가 강조될 대단한 이유가? 힘주어야할 액션씬을 그냥 흘려보낸거 같아 아쉽다. 또 결혼식날 총격씬, 권부장 찾아가 화면에 총쏘던씬 등 인상에 남겼어야할 씬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서사 탓하는데 숙희가 그렇게 절박하고 독기 품은 개연성이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은 거는 사실이다. 기존 성공한 액션영화들도 그렇게 서사를 충족시킬만한 작품이 별로 없다. 뻔하고 단조롭고 단순하다. 액션영화가 서사에 빠지면 대사도 더 많이 필요하고 서사를 위한 장면도 필요한데 장르에 우선하고 액션장면에 할애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고 그거까지는 관객이 너그러울 수 있다. 하지만 설정과 대사가 작위적인데다 구태의연한건 못봐주겠다. 숙희가 연극을 하는 설정도 너무 작위적이었고, 이중상이랑 모르는 사람인척 처음보는 사람인척 그것도 남편이 화장실 간 사이에 주고받는 작위적인 대사들이 너무 오글거려. '그들'이니 '그녀'니 감독이 각본도 썼다고 하는데 현실에서 주위사람들이랑 대화할때 이렇게 발화함? 평소에 사람들이 어떻게 발화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고 머리속에 꾸며진 인물들간의 대화를 상상해서 집어넣으니 대사가 이세상 사람처럼 안느껴지게 작위적임. 둘이 심각하게 서로가 그 사람인지 맞냐고 물어보는데 니네 지금 뭐하냐고 묻고싶었다. 마지막 장면도 서로 대치하는 장면 그 중국집 인테리어에 놀라워하다가도 나중에 신하균이 주절주절하는거 빨리 총쏘고 끝냈으면 싶었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인물간 설정이나 서사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풀어가는 대사나 흐름이 서툴렀다. 누가 유연하게 각색을 해줬더라면...

제일 큰 불만은 장면마다 누가 죽는 모습을 아동/유아가 목격 하는 장면 아동 학대 아닌가. 은혜는 만 둘셋 밖에 안됐을텐데 현실이랑 영화라는걸 구분 못할나이인데 그래서 연소자 관람불가인데 정작 배우는 다 보고 아동 보호법은 어디에. 아이 는 보는 장면만 찍고 액션은 애 안보는데서 하는 섬세함을 발휘 안했을것 같고 아이들이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김옥빈이 자기만 할 수 있는 장르를 보여준데 대해서 다시봤다. [해적]에서 손예진이 했던 액션도 좋았는데 헐리웃뺨치는 하드한 액션을 해내는 거 보고 연신 감탄했다. 예쁘기도 예쁜데 핵멋있었으니까. 액션은 좋았는데 멜로적인 감정연기는 아직 다듬어야겠지만 [와호장룡]같은 선예쁜 액션도 보고싶다!

성준은 할수 있는 표정이 특유의 씨익하는 억지 웃음밖에 없나. 화면속의 여자에게 점점 빠져드는 남자연기 그여자를 위해 그여자 딸과 몸을 바쳐 죽는 온갖 멋있음은 다 가진 남자 역할인데도 그걸 제대로 못받아먹은거는 다 연기를 못해서. 다른 동료들에 비해 액션씬도 별로 없고 거의 감정연기인데도 연기가 너무 뻣뻣함. 권부장이랑 통화하고 엄마랑 통화했다고 엄마가 편찮으시다고 둘러댈때 그 어색한 표정과 말투에서 '나 연기해요'가 뚫고나오는 연기...... 무턱대고 연기하지 말고 연기수업을 받고 했으면 좋겠음.

신하균 오랜만에 보는데 급늙은듯. 다른 장면에서는 무난했데 레스토랑 씬이나 마지막씬에서 작위적인 대사 치는건 연기로 승화하기 역부족이었다. 그러고보니 김옥빈과는 [박쥐]에서 호흡을 한번 맞춘 인연이 있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나이차이 너무나 보여서 삼촌조카같음.

김서형은 칸에서도 멋있었지만 영화에서도 이렇게 멋있냐. 사람 조종하고 악역은 권숙이었는데도 좋았다. 김서형이 전형적인 캐릭터 말고 입체적인 캐릭터 했음 좋겠다. 일단 발성 깨끗하고 화면장악력이 굉장히 뛰어남. 역할의 한계로 김서형이 가진 거에 반에 반도 못보여준 느낌.

[악녀]는 아이러니한 제목이다. 가장 순수하게 사람을 대하고 자기 사람에게 자신을 바치고 사랑했던 여자인데 마지막 김옥빈의 모습으로 끝나며 악녀 타이틀이 뜨는데 역설적으로 '선녀'였다.

감독이 47억으로 이걸 다 만들었다는게 기특하고 대단함. 웬만한 100억짜리 보다 값지게 만들었음. 앞으로의 차기작도 기대됨. 그땐 사투리 설정 네이티브 안쓸거면 제발 넣어두고 사투리 감별도 못하면서 듣도보도 못한 해괴한 경상도 사투리를 동시 다발로 들으니까 영화가 하찮음. 대사중에 '사투리 파이다'가 나오는데 폭소함. 그대사 쓰면서하는 사투리도 개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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