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2017. 10. 4. 06:50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 당위성없는 전개, 정작 친절해야할 곳엔 불친절한 친절한 영화
Direction 상 독특한 소재를 수긍시킨 연출감각, 방대한 양을 무리없이 소화
Character 중 착실한 벤자민씨
Acting 중상 케이트 블란챗의 폭넓은 나이 연기
Sounds 중
Cinematic quality 중상 어림을 특수분장한 능력
Impression 중 "kismet 숙명"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하고 운명을 저주해도 돼.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돼. You can be as mad as a mad dog at the way things went. You could swear, curse the fates, but when it comes to the end, you have to let go."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을 뿐 마지막 도착하는 곳은 같다.
어떤 길로 가는지가 다를 뿐이지 넌 네 길을 가는 거야. Everyone feels different about themselves one way or another, but we all goin' the same way. "

Black people O
Asian X
Equal relationship translated O

아무런 노력없이 젊음을 가진 젊은이들은 함부로 청춘을 낭비한다. 젊음이 상이 아니듯 늙음이 죄가 아니다.
[은교]인지 [굿바이 솔로]인지 아님 또 어느 소설 구절인지 모를 문장을 기억하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나이로 모든것을 재단하려하고 제약받고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노인을 돌보는건 끔찍해하면서 아기를 돌보는건 귀여워할까. 의사가 불분명한건 양쪽 다 같지만 아기는 사랑을 받는 존재이고 노인은 자식이 아니고서는 사랑이든 관심이든 존경이든 어떤 긍정적인 감정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확실히 주름이, 검버섯이 아름다워보이진 않는다. 그럼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어떨까.

한번쯤 상상해본 소재를 영화화했다. 영화는 특이한 설정으로 한바탕 해보려는 상업영화와는 다르게, 한사람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렸다. 솔직히 병상의 데이지에게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이었는데 벤자민의 나레이션으로만 흐르고 치매가 걸려서 데이지의 입장을 들려줬어도 충분했다. 뭐만 하면 간호사 데려와라 몇번이고 책을 덮었다 열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해서 엄청나게 새로운 사실로 반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과거로 왔다갔다 하느라 분량만 길어졌다.

누구의 삶이 다 그렇듯 장황하고 이해안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라는 한정된 시간에 잔가지들을 다 담으려고 한게 지리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첫사랑은 데이지였을지언정 첫여자는 엘리자베스였는데 왜 이끌리게 됐는지 대화하는게 즐거웠다고 시시덕거리더니 갑자기 키스하고 내연관계로 발전하게 됐는지 어떤 생각으로, 남편생각 따위는 어디로 던져놨는지 나레이션으로 설명해줄만 하건만.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친아버지를 찾고서의 심정이나, 자신의 아이를 두고 제대로된 아버지가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에 대해서 부연설명이 있었어야 한다. 원래 불친절한 영화라면 상관없지만 이 영화는 나레이션으로 모듣ㄴ것을 설명하려는 영화면서 정작 중요한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는 생략하는게 불만이었다.

[벤자민]은 정석대신 현실적인 서사를 따른다. 데이지라는 소녀에게 첫눈에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렇다고 천년만년 사랑을 갈망하는 여느 통속적인 남주와는 달랐다. 16살짜리 주제에 늙은 외모로 매춘할 때부터 전조가 보였지만 남의 여자와 불륜하고, 데이지와 헤어지고서 이여자저여자 잘 만나고 다녔다. 연애가 아니라 만난거라고 축소하긴 했지만 누구나 살면서 몇사람을 만나 연애하듯이. 그리고 다시 데이지랑 재회해 사귄것도 온 인생을 첫사랑에 바친것보다 현실적이고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캐릭터로서는 전원 빵점이다. 일단 생부는 노인으로 태어난 자신을 바로 18달러를 끼워놓고 남의집앞에 버리며 아버지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재회한것도 얄궂게도 벤자민이 총각딱지 떼던날 술사주면서 동정을 살핀것도 우웩이었지만, 좀 더 자라서 아버지 연배쯤 더 젊어졌을 때 진실을 밝히며 이제 늙었으니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할때도 돈이 전부가 아닌데 나에게 어머니는 키워준 엄마 퀴니라고 한 이유가 그거다. 퀴니의 남자도 아버지로서 제구실 못하고 돌아다니다 빨리 죽어버렸다. 벤자민도 보고배운 아버지가 없으니 자신이 아버지가 되어 아이에게 자신의 상황을 설득시키고 마지막까지 가족과 함께 아기로 임종을 거두는 걸 예상했건만, 제3자와 결혼하라고 돈몇푼 주고 떠나 멀리서 ㅇㅇ해주고 싶다고 찌질대는 아빠라니 최악이었다. 아무리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자기 가족이고 딸인데 그런식으로 떠나는건 비겁했다. [정글북]에서 호랑이가 모글리랑 모글리 키워준 늑대엄마 들으라고 뻐꾸기가 멍청한 새 둥지에 자기 알을 넣어서 키우게 만든다고, 멍청한 새는 자기 자식도 모르고 자기자식인줄 키운다는 말이 생각났다. 애비나 자식이나 자기자식을 남에 의탁해 키운걸 그대로 대물림시키는게 성이 버튼이 아니라 cuckoo아님? 다시 벤자민이 어린모습으로 찾아왔을 때 왜왔냐고 했던 데이지나 딸이 벤자민의 글을 읽으면서 놀라는 것도 비겁하게 떠났기 때문이다. 이해 안가는건 캐롤라인이 성장할때마다 엽서를 보냈고 이름을 써서 보낼텐데 아빠 이름을 눈치 못챈게 의아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데이빗이 감독이름과 같은것도 원작이 있어서인가 했는데 원작과 내용이 다시쓴 수준이라하고 궁금.
나는 유치원생쯤 된 벤자민이 죽지말라고 그 얘기하러 계속 허리캐인 뉴스나 병상의 데이지를 교차편집하는줄 알았더니. 말로가 상상했던것과 판이하게 달라 유감이다.

이 영화는 소재이자 한사람의 삶을 관객에게 수긍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특수분장도 잘했고 들뜨지 않고 조근조근한 분위기로 극이 진행되도록 연출이 톤을 균일하게 잡았다. 벤자민 아빠랑 마지막 임종을 지켜주던 바다가의 장면도 좋았지만, 색감과 조명이 인상적이었던건 젊어진 벤자민이 데이지 학원으로 찾아와 10대가 된 캐롤라인과 만나는 장면에서 노란빛 조명이다. 너무 환해서도 안됐고 너무 어두우면 우울해질거 같은데 젊어져 훤칠한 벤자민과 현재의 상황을 감싸는 은은한 색광이 마음에 들었다.

한가지 의아한것은 각각 뉴욕과 배를 타고 오랜만에 조우해서 성인이 되어 만났는데, 데이지는 담배도 피우고 사람없는 정자같은 곳에 춤을 추면서 이제 뭐든 해도 되는 어른인걸 보여주는데 벤자민은 오늘은 아니라고 거부한다. 지는 일찍이 해봐서 경험이 없어서 그런건 아닐테고 행동으로 봐서는 쑥쓰러워서도 절대 아니다. 그런데 거절한건 나이는 자기도 20대한창이지만 외모는 60대라서 나중에 중년데이지가 어색해했던 것 처럼 그런 미안함 때문인가, 아니면 담배에 놀란 꼰대라서일까.

극중에선 외모에 따라 상대방을 빠르게 속단해버린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할것을 상정하고, 다도예절에서 문외한 모습을 보이면서 내면이 그러지 못함을 상대가 눈치채게 한다. 극중 엘리자베스가 차를 마실 때 찻잎 얘기를 하는데 차를 우려내는 것도 어떤식으로 마시는지 다도예절이 동서양 막론하고 꽤 중요하고 상류층은 고급찻잎을 쓰기 때문에 우려내는 과정도 다 예법이 있다고 한다.

백만년만에 브래드 피트 작품 보는데 뭘해도 김홍표씨 닮았단 생각. 캐롤라인 보러 왔을 때 10대인건지 20대 초반인지 신기하게 팽팽하던데 늙게 하는 특수분장이 있으면 젊게 하는 특수분장이 있는건가. 주인공은 브래드 피트지만, 젊을대부터 중년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챗의 연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말투와 표정, 몸짓 전부 나이듦을 섬세하게 연기하는게. 극중에서 비춰진 잠자리는 두번인데 물론 야한건 없지만 두번째 스타킹 올리는 씬에서 뒷모습뿐인데도 엉거주춤한게 확실히 중년스러웠다. 비교하라고 넣은씬이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볼만했지만 영화가 주는 무게감에 비해 느낀건 별로 없었다. 어마어마한 씬과 작은 회상이나 삽입씬까지 몽땅 씬을 집어넣은 방대한 양을 소화해낸건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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