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아마데우스 Amadeus

2016. 5. 7. 06:23

마루님

영화/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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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의 [마지막 황제] 보다 더 고전작으로 내가본 작품중에 가장 오래된작품. 태어나기도 전인 무려 32년전 만들어져 그해 아카데미 8관왕에 지금까지 여전히 거론되길래 호기심에 봤다가 걸작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진리를 증명한 영화로서 하나의 문화유산같은 역작. 피터 셰퍼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각본도 그가 썼다.

모차르트-살리에르는 1인자와 1인자를 질투한 2인자로 곧잘 거론되는 구도. 어느 학교에나 있는 2등 컴플렉스로 악행을 저지르는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닌 천재를 대하는 동경, 질투, 경외, 분노, 자기비하, 위선, 추락을 바라는 흑심 등을 복합적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살리에르 이나쁜놈!'이 아니라 '내가 살리에르였다면...'하고 범인일 대다수의 관객들은 화자이기도 한 살리에르에 감정이입했을 터. 라이벌이 범접하지 못할 천재일 때 범인들의 천재죽이기 현장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강렬한 OST와 격정적인 오프닝 시퀀스가 눈길을 끈다. 처음부터 맛있는 디저트로 유인하는 하인들. 이는 후에 살리에르의 고고한 품격과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이 다과다. 요리 천국 이탈리아인으로서 자부심, 빚에 쫓긴 모차르트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다과를 먹고 무엇이냐고 할때 우월감을 느끼는 유일한 도구.

살리에르는 다방면에서 질투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곳곳에서 모함하고 방해공작을 펼친다. 굉장히 정치적이라고 느꼈던건 모차르트의 부인에게 남편 출세를 위해 성관계를 강요하면서도 암시만 줬기 때문에 빠져나올 구멍을 마련했다는 것과 목적은 아내를 빼앗는게 아니라 그가 가진 것들을 유무형적으로 망가뜨리기 위함이었다는게 교활함의 극치였다. 이어 궁정악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절박한 그에게 개취급받는 곳을 과외알선한다든지는 귀여운 수준이고, 모차르트 앞에서는 따뜻한 권력자 행세를 하면서도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앞길을 틀어막고, 하녀를 첩자로 고용해 염탐하고, 남의 인생 파탄내기만을 호시탐탐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리에르가 희대의 악인이 아니라 오히려 극중에서 안쓰럽고 동정이 가는 건 그의 노력이 일부 먹혀 모차르트의 인생을 순탄치 않게 흘러가도록 한 건 있지만 모차르트의 재능까지 앗아가는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단 한 순간도 모차르트를 뛰어넘지 못한 채 그의 천재성에 감탄하면서 부들댈수 밖에 없는 범인의 비극으로 귀결됐기 때문에 실패한 악행에 대해 마음껏 비난하기 어렵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는 실제로 겹치는 시점은 있지만 전성기로 보자면 동시대 인물도 아니고 영화속에서도 보통 라이벌은 동년배로 나오는데 반해 나이차가 그려지는 구도로 잘 활용했다. 모차르트는 세상물정모르고 허세에 흥청망청하면서도 순수한 천재를, 살리에르는 궁중악장이라는 권력을 가진 인물로서 관록을 갖췄고 노련하고 음흉하면서도 안목을 갖춘 중견실력파. 사람들 앞에서 특유의 바보같은 웃음과 다소 오만해 보이는 언사도 계산하지 못하고 내뱉는 모차르트와 달리, 살리에르는 실력자 앞에서 정치적 제스츄어에 능숙하고, 사람을 체스위의 말처럼 조종할 장악력으로 캐릭터적인 대비를 이룬다. 

 살리에르의 역할은 그저 열등감을 내비치면서 시종 모차르트의 음악을 찬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그의 고뇌나 그의 서사 자체가 거세돼있다. 애초에 모차르트vs살리에르의 대결이 아니라 모차르트 헌정영화다. 근데 아카데미 주연상은 살리에르역 배우가 탔음.

 플롯마다 모차르트의 노래가 OST이자 전개상의 변화를 주는 요소로 등장한다. 그리고 비싼 오페라 무대를 영화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종합선물세트같은 구성에다 높은 품질을 뽑아낸 것도 입이 떡벌어지게 만드는 작품성을 과시하는데, 대학 교양시간에 배웠던 모차르트의 주옥같은 곡들이 살아움직이는 느낌이라 감명이 더욱 깊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만약 모차르트는 알아도 그의 곡에 몰랐다면 감동은 이만큼 크게 와닿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진혼곡 La crimosa는 TV bgm으로 들을 일은 없고 대학교양에서 배우고 그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중함과 웅대함속의 깊은 어둠이 느껴져 장례음악인거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듣곤하는데, 영화보면서 라크리모사를 처음 접한 사람이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라크리모사가 있었기 때문에 모차르트의 임종이후 관에 묻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었다고 봤다. 그만큼 모차르트 일생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역작이기 때문에.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고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그의 작품을 온전히 옮기기 위한 진득한 노력이 곳곳에 보여 단순히 음악 영화가 아닌, 영화사적으로도 음악사적으로도 보존가치가 있는 작품으로서 중세시대가 배경이기도 하고 30년이란 시대차가 느껴지지 않는 명작이었다. 3시간이라는 긴시간 본 감동과 여운이 느껴졌다. 

특히 극중 모차르트의 덜떨어지고 경박한 웃음소리 많이 거슬렸는데 마지막 장면 페이드아웃에도 걸려, 의도된 경박스러움이구나 싶었다. 살리에르든 모차르트 둘다 미모로 먹어주는 배우는 아니어서 그나마 오스트리아 황제 나올때가 개안타임이었다.

영화는 얼마만큼 실제고 어디가 허구일까. 일단 모차르트의 생애에 관해서는 상당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대명사처럼 굳어진 라이벌 의식에 신음하는 살리에르 자체가 허구. 극중에도 나오지만 궁정악장으로서 황실에서 인정받는자만이 궁정악사로 채용되고 그중 최고지위에 오른것만으로도 사회적명성과 부를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음악가로서의 삶은 유명세를 얻어 연주회로 돈을 버는 대중음악 시대가 아니다. 황실에서 간택된 사람만이 황실재단에서 후원을 받아먹으며 돈걱정없이 음악활동을 하고, 인정받는 음악가가 되는것. 모차르트 사후에서야 시민계급 부르조아의 경제력 향상에 따른 예술향유로 황실음악가의 전유물이던 음악가가 대중으로부터의 지지로 구조적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시절에는 전적으로 왕실음악이 주류이던 세대였기 때문에 살리에르는 성공한 음악가였고, 후에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의 훌륭한 음악가의 스승이었다. 그래서 당시 살리에르 후손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영화가 희대의 걸작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이름을 딴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까지 낳는 불상사를 겪었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라이벌 소재를 차용한 각색일 뿐 엄한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2인자의 대명사가 된 억울한 일이 또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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