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니아 1회·2회

2018. 6. 18. 03:37

마루님

예능


 신선하다고 해서 봤는데 처음에 등장하는 각자의 캐릭터 그리고 서유리라는 베일에 싸인 정체, 다양한 일상의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미지의 땅으로 순간이동을 하게됐다는 설정.. [마리텔]에서도 [20세기 소년]을 차용해서 혹시 [마리텔] PD인가 했는데 역시나.

1편 전반부는 매우 흥미로웠다. 드라마 타이즈반 설정반 드립반으로 봐줄만 했다. 그런데 미지의 세계로 이동하면 흥미를 잃었다. 특히 유노윤호는 워낙 열정캐릭터도 그렇고 인터넷으로 짤이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유쾌하고 루다도 엉뚱한 매력에 봐줄만 했는데 그것도 잠깐이지, 6명인가 7명이 각자 외딴곳에 혼자 떨어져서 나중에 서로 만나는 건데 한명씩 그 우왕좌왕 헤매는 걸 보자니 상황이 뻔한데다 그리 다르지 않은 장면을 사람만 바꿔서 반복되니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인도에 떨어져 보이는 건 자연만이 반길 뿐, 아무런 아이템도 뭣도 없는 곳에서 볼거리는 앞뒤로 보여준 장관은 순간은 탄성이 나왔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더 이상 새롭지 않았다. 그 무인도에서 궁극적으로 대체 뭐하는 프로인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는 게 제일 답답했다. 계속 무인도에서 이거할까 저거할까 시시한 소리하는데 저걸 왜 내가 봐야하나 현타까지 왔다. [지니어스]는 지략으로 승리하는 프로고, [크라임씬]은 범인을 맞히는 프로고, [한끼줍쇼]는 한끼를 얻어먹는 프로다. 각자의 세계관에서 각자의 규칙을 갖고 ‘최종적인 목적’이 있다. 마법이든 뭐든 오지에 떨어진거까지는 알겠는데 그래서 궁극적으로 뭘하는 프로인지 모르겠다. 그냥 생존이 목적이면 아마존에 실제 사는 사람들의 다큐는 널리고 널렸다. 그걸 왜 예능으로 봐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와중에 시시껄렁한걸로 분량잡아내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그냥 노잼이다. 생존서바이벌이라면 각자의 캐릭터와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이라는 볼거리라도 있겠지만, 꾸역꾸역 보다가 뜬금없이 갑자기 샘의 말을 들을지 혜성의 말을 들을지 정하라고 양자택일 선택의 문자투표가 열렸다. 그 양자택일이 중요한 방송포맷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라서 더 이도저도 아니었다. 차라리 본격적인 양자택일 시츄에이션이면은 흥미유발 요소라도 되겠지만, 설정을 기억은 하되 순한맛 엔딩을 봐도 크게 달라질 건 없었다.

신선했던 것은 예능속에서 대본과 리얼의 구분을 명확히해서 대본일 때는 위아래 검은색 바가 등장하면서 굴림체가 나오고, 리얼일 때는 검은색 모드가 걷힌다. 그리고 시간 제한으로 게임내 카운트다운을 한다든가, 장소 자막등이 마치 게임CG처럼 자막처리를 한다는 점은 알고보니 듀랑고라는 넥슨사 게임의 제작지원 프로였다고.
매운맛은 각종 인터넷드립을 여과없이 투여한 본방의 반응을 보고, 너무 정신없는 자막과 드립을 못따라가는 시청자들을 위해 기존 방송답게 정제한 순한맛을 재방송으로 방영했다. 둘다 봤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치는 드립을 다 이해하는데도 불구하고 순한맛이 더 마음에 들었다. MBC는 특정 타겟층을 위해 방송하는게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를 위한 Broadcasting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다. 나만 보는 인터넷 방송이라면 무슨드립을 치든 그냥 웃어넘겼을 텐데 부모님이나 조카들이 같이 본다고 생각하면 설명이 필요한 방송이다. 목요일이나 권상우 소라게 그 드립은 정말 네티즌 드립에 상당히 빠삭하지 않으면 한국어구사자도 이해못한다. 더욱이 영어는 젊은세대들이나 영어 읽지 어리거나 중장년층은 영어에 취약한데 help나 because는 기초라지만 영어가 공용어도 아니고 영어 취약계층이 느꼈을 답답함은 배려하지 못한게 유감스럽다.

야심차게 기획한 데에 비해서 타겟연령층이 뚜렷한데 정작 그 타겟연령층도 인터넷 몰입도가 뒷받침되어야 해서 스스로 시청파이를 줄인 우를 범했다. 그리고 네티즌들이 무엇에 열광했느냐 하면, 네티즌들이 치는 드립들을 인지하고 재생산하는 드립을 메이저 방송사에서 한다는 게 신선할 뿐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매운맛으로 더 확실한 타겟층 공략을 하라며 평일심야로 편성을 옮기라고 하지만, 옮겨봤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반등은 어려운게 이미 시청률로 증명됐다. 케이블로선 호화로운 성적일지언정 공중파 성적으로는 미치지 못한건 기획단계에서 시장파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TV환경을 옮겼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이미 마이너와 메이저의 구조적 차이를 습득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고무적이라고 도취돼 있었나보다. [마리텔]이전에도 방송사들은 꾸준히 네티즌들과 채팅으로 방송을 같이한다든가 시도는 있어왔다. 이를 적절한 드립으로 독자적인 특성을 가지고 안착했지만, 개인 시청자수로 순위를 결정하고 이로 우승을 가리는 방법에서는 관심도가 떨어지자 팬많고 눈요기로 끄는 사람들의 유인효과를 완충하지 못한채 휩쓸리다 보니 더 관심이 떨어지는 악순환 속에 종영했다. 이 과정에서 분명 바로잡을 시간이 있었고 위기를 보완할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신선한거는 얼마 안간다. 얼마나 ‘매력적인 컨텐츠를 지속가능한가’가 관건인데 그걸 단순히 프로가 아마추어들을 모사하고 답습하는 것을 신선함이나 혁신으로 오인하면 곤란하다.

아마추어들은 서투르고 조악한 결과물로 자기표현을 할뿐이고 다른 네티즌들도 그들이 아마추어니까 B급 정서든 C급정서든 웃든가 안웃기면 지나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 웃음을 프로가 흉내내고 지향하는 건 반짝 관심은 높이겠지만 그걸로 60분 내내 웃길 수는 없고 아무것도 남는게 없다. 드립은 네티즌들이 재미를 느끼면 쏟아져 나온다. 근데 두니아는 본방부터가 노잼이다. 박PD가 예능 안에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 관심은 있는 거 같은데 정교하게 설정하고 세계관 위에서 이어나가지는 못하는 거 같다. 드립흉내 빼고 세계관 쪽으로 새로운 시도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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