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검사내전

2020. 10. 12. 09:25

마루님

Drama/꿀잼

간만에 꿀잼 드라마를 만나서 기분 좋다. 이 드라마는 한드의 모든 전형성과 구태를 탈피해 모든것이 현실적이다. 허구의 사전적 의미를 아주 잘 따랐다. 어디선가 있을법한 이야기. 주연들의 연애를 예상했으나 6화에 돌연 남주를 초딩 애아빠로 만들어 연애전선을 무산시키고 에피소드형이라 주연몰빵 없이 고르게 조명이갔는데 솔직히 처음엔 지독한 연애파로서 어리둥절했으나 현실적으로 얼굴멀쩡한 40대 전후인 남검사가 노총각인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없어도 돌싱이지.
그리고 거짓말 못하고 정의로운 남주도 지아들 학폭 가해자니까 아내가 검사인거 밝혀서 우위를 점하라고 종용하는거나, 경찰 인맥 동원해서 어찌해보려고 하는거 꽤나 현실적이어서 공감하면서 봤다. 사람 누구나 양면성이 있으니. 사실 만16살도 아니고 연나이 11살이면 만10살인데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리 안될거란건 검사가 제일 잘알건데 전전긍긍하는게 약간 이해는 안갔지만 뭐 드라마 주인공이 학폭 배째 촉법이지롱이라고 할 수 없으니 그런건가. 어쨌건 피해자 부모도 피해자=선함의 공식에만 매몰된게 아니라 강경하게 학폭위에 변호사 대동하고 나온것도 인상적이었다.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고위급의 개노릇이나 하는 검사가 아니라 일선에서 사건을 수사하랴 처세하랴 바쁜 직장인으로서의 검사를 다뤄 검사란직업을 화려하게 그리는게 아닌 소박하고 제할일 하는모습으로 그려진게 기존 법정드라마와 소구점이 달랐다. 아니 법정장면도 얼마안나오니 법정 드라마도 아니고 수사가 반인 오피스드라마다. 검사 동일체에 대한 의식이나 숨막히는 기수제, 검사 개개인에 대한 윗선의 존중은 다른 직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검사종특... 아니 판사도 그러니 사법부 종특도 면밀히 그렸다. 마지막화에서 검사 수뇌부의 비리로 검사가 욕먹자 특별수사단을 꾸렸지만 진짜 수사를 하는게 아닌 몇몇 피라미 검사 꼬리자르기 수준에서 기소 수위를 조절하고 검찰조직의 동일성 타령하고 자빠짐.대검은 흡족해하고 수사단장이된 전 지청장은 공정수사하다가 좌천된 사람이 끌어주려고 진영지청 사람 데려온건데 변절한 와중에 후배챙기는 인덕있던 검사. 정말 인간은 재밌음. 사표내고 화려한 서울 검사생활을 박차고 나오는 남주. 통쾌하게 한방먹이고 하는거는 정말 드라마적 클리셰고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이만큼 검찰 조직에 대해 사실적이고 자세한건 원작자가 현직 검사였었던 김웅 검사의 원작을 드라마화. 여러모로 현직판사가 극본까지 집필했던 [미스 함무라비]의 문유석 판사겸 작가와 비교됐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방영중에 공수처 반대를 외치며 김웅 검사가 사표를 내면서 드라마 안팎으로 시사점을 주었다.

조부장 前장인이 광앤장의 '장'인데 부마덕을 본다는 거나. 오검사는 검사씩이나 돼서 시모한테 쩔쩔매고 육아가사하길래 갸우뚱했더니 남편도 검사. 이선웅 검사의 부인은 너너하길래 학교cc쯤되나했더니 약사인데도 지방발령받은 남편 대신 서울에서 육아 다함. 독립도 안한 김정우검사가 실무관이랑 연애하는게 젤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으나 게임속 입지적인 대군주란 후광이 현실에서도 작용하는 점이 더이상 게임등의 가상현실이 온라인에서만 그치는게 아니라 현실 내지 그이상으로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게임속 장면 구사도 실사를 섞어 흥미로웠고 게임 모르는 내가봐도 꽤나 섬세한 부분까지 잘 잡아내긴했는데 좀 많이나오긴함.
백미는 이선웅이 피규어 아작내고 전전긍긍하다가 모파상의[목걸이]결말로 작가의 밀당 재간에 무릎을 쳤다.

그놈의 학연지연도 고대나온 조부장이 대놓고 동문 홍종학 끌어주는 것도 너무 찐이고(고대 교가부름), 신임지청장이랑 김검사랑 연대인데 니네는 선후배 끌어주는거 없다고 농담치는것도 웃김. 그 가운데 앙숙인 서울대 이검사-차검사. 육척이 진짜 전통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시대 암행어사가 그시절에 계량을 지멋대로 속이니까 아예 육척 자를 갖고다니면서 공정함의 척도로 남게되었다는데 그깟 육척에 검사들이 울고불고 촌극을 연출하면서 현대판 [양반전]이 떠올랐다.

캐릭터적으로도 일욕심많고 차가운 차명주 검사가 멋있었는데 특검 차출을 양보하면서 자기의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결말이 영웅화나 설레발없이도 완전 멋있었다. 계속 진영검사들과 따로 놀다가 마지막회에 청사들어가다 합류하는 모습이나 육척과 이별을 고하면서 한단계 더 성숙해진 인간 차명주에 첫화와 경찰에피와 데칼코마니를 이루면서 충실한 떡밥회수까지 알뜰히 챙겨갔다.
오검사가 직장도 호락호락 하지 않은데 육아까지 떠안은 워킹맘을 보면서 검사조차 육아휴직을 마음껏 쓸수 없는 지옥같은 사회에서 버텨나가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 사회적구조적으로 정비해야한다. 여느드라마처럼 여주가 오검사 싸고돌며 투사가 되는게 아니라 아등바등하던 할수밖에 없었던 오검사와 반목하다 화해한 거 뻔하지 않아 좋았다.
가장 몰입했던 캐릭터는 김정우검사. 검사가 자기일을 고소하다니 희대의 사건에 검찰청 뒤집힌거도 굴하지 않고 부당함 참지 않는 것도 공감가고 감사 받으면서 인스타 계정삭제를 요구받아 사생활이라고 반박하는 것도 공감하면서 봤으나 끝내 계삭은 피할수 없었다. 지청장이 프락치시키는거 거절하는 거나 솔직히 낮내내 마주치는 동료들 관사에서 까지 노는데 정좆까고 방문 잠글만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압수수색상자 사진찍어 인스타 하는거 진짜 현대인 그자체. 그런 의미에서 검찰조사 받는거 유튜브에 찍어올린 유튜버 . 골때리지만 적나라한 현사회를 그대로 투영했다.

이렇게 여느드라마처럼 구태의연하지 않고 현실감과 시의성을 잘녹였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곤 차마 못하겠다. 그이유는 경상도 사투리가 심각하게 재앙수준이다.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도 않고 이렇게 못하는 사람만 줄줄이 캐스팅할거면 아예 경상도도 하지말고 가상의 도, 가상의 시에서 표준어 쓰면서 할것이지 내내 지들이 맘대로 창조해낸 상상속 사투리 들어주느라 토할뻔. 진지하게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했다. 이선웅이 고딩까지 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설정인데 사투리하면 사람들이 반응 달라진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정말 처참한 수준. 그리고 지역유지급인 변호사의 사투리도 한숨나오게 못함. 가끔 현지인이 등판할때 사막의 오아시스마냥 귀가 편했으나. 첫회부터 사투리 최악인 하이힐소녀가 옛어투를 쓰는 오류부터 정말 하차각이 시시각각 뜬다.
그냥 서울사는데 듣도보도못한 억양으로 서울말씨라 우기면 몰입됨? 제발 사투리 제대로 할거 아니면 지방설정 포기해라. 그 자체가 소음이고 공해다. 극중 진영사람 연기자들의 사투리 구사력도 수준이하지만 더 심각한건 옛날 사투리 드라마에서나 써왔던 사투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본도 문제. 제작지원했던 통영시 사람한테 사투리 검수나 받지. 80년대 미디어에서 쓰는 말투에서 2020년드라마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해보자. 요즘드라마가 "하시여요""그건 내가 할테야" 쓰면 몰입되겠나. 티비 부수고싶은 충동 드는데 누가 드라마 보냐. 딱하나 이드라마가 특별한건 으으응이나 아니에 해당하는 으응을 매우 자주 보여준다. 경상도 뿐 아니라 표준어 할때도.




blog activities

  • 왼쪽의 목록에서 링크를 선택해주십시오.
    목록이 보이지 않으면 링크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Visitors: / /

music box

자동재생 상태가 아닙니다.
00:00

[재생목록]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