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조선마술사

2016. 9. 1. 05:41

마루님

영화/팝콘

조선마술사라고 해서 약간 [왕의남자]쪽으로 대중예술을 다루려나 했다. 못해도 [그림자살인]같은 류가 아닐까 했는데 뜻밖의 로맨스였다. 이럴거면 '청명'이나 '구름로맨스'같은 작명이 필요했다. 적어도 포스터에선 둘이 화사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찍든가. 궁중 암투와 음모의 소용돌이 같은 아우라를 뿜어냈는데 결국 10대 겨냥한 사랑 놀이.
 
내용이 어떤 알맹이가 남는다든가 그런건 전혀 아니고 잘만들었으면 데이트용으로 괜찮은 팝콘영화쯤 될뻔했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일단 긴 러닝타임에 비해 늘어지는 씬이 너무 많다. 달밤의 재회씬이나, 반복해서 은장도 찾는 씬이나 지지부진한 전개도 지루했고, 이경영의 견제도 중반 내내 시도때도 없이 반복될 뿐. 플롯의 변화가 느껴지는 게 없었다. 그와중에 소나기 씬도 넣고 할거 다하고 놀거 다놀고 패턴 반복하다가 후반부에 도검훔친 용의자로 지목되자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 했더니 그마저도 곽도원과 대결씬을 엿가락처럼 늘어뜨려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편집기사가 마음이 약했나? 컷이 길다고 좋은게 아닌데 응축력이 많이 모자랐다. 그러니 흥미진진함이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ost랑 장면이 안어울림. ost자체는 시대극에 어울리지만 극과 안어울린다. ost가 상당 들어가는데도 특히 긴박하게 흘러가거나 연애할때 묘하게 어울리지 않아서 몰입감을 주지 못한다. 가뜩이나 귀를 잡아 이끄는 강렬함도 없는데 분위기 조성을 헤친다.
마술하는 무대조명은 너무 노랗고 절벽위에선 시커멓고 낮에 만날땐 선남선녀가 안예쁨. 그냥 영상미고 화면 색감이고 뭐고 톤으로 밀어버리는거 같아 아쉬웠음. 거의 내내 노랗고 붉은톤 일색. 그치만 복식이나 등장하는 소품들은 하나같이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싶은 고퀄.

유승호는 성인된후 연기 처음보는데 그냥저냥 괜찮았다. 근데 고아라 발성이 이렇게 탁 막힌줄 처음알았다. 상황이 버림받아 암울한데 처음부터 눈물바람으로 뛰쳐나갈 때까지 우람한 저음으로 체념하듯 읊조리는 한 톤연기. 화를내거나 가슴아프고 한데도 국어책읽듯이. 고저도 없고 강약도 없는데 대사에 호흡이 없어 단조롭다. 유승호가 연기하는거 보고 자극이 안되나. 그렇게 시종 목석연기하다가 눈물좀 짤 때는 감정을 쏟아내긴하는데 [응답하라 1994]에서 보여줬던 자연스런 감정연기는 도대체 어디에?
한편 곽도원 연기도 처음보는데 주인공을 위한 도구캐로 그냥 악역임. 중국어 개뿔 모르는 내가봐도 엉망인 중국어 빼면 일단 역할에 맞는 비주얼로도 합격이지만(변발을 더 깎았으면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위압감이 장난 아니다. 대사 칠때 몰입하게 만드는 내공. 유일하게 연기로 만족스러웠다.
 조윤희가 연기 잘한다고 생각해본적 없는데 생각보다 제 역할 잘했다. 도입부에 조윤희와의 서사가 있기에 의남매와 이어지지 못한 한을 공주와 이루는 건줄 알았는데 영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주인공끼리 사랑을 이어가는 장면들이 너무 뻔하고 진부하기만 한 것도. 첫만남의 반딧불이 cg도 허섭스러웠지만 설레라고 넣은 물길위 걷는 씬은 조악한 cg가 터무니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사극어투 파괴하는 어법이 판치는데 제대로 구사하고 옛날단어 쓰려고 했던 노력은 보이지만, '나라가 버리고 가족도 버리고 말안통하는 오랑캐 남편과 살다가 (조선에) 돌아오면 환양년취급 뻔하잖아'는 대사나 '기생이 술도 못마시고 노래도 못하면 다른걸 잘하나'하는 음담패설, '여자가 그렇게 웃음이 헤프면 못써'는 좀 많이 깬다.

시나리오나 연기는 연출빨로 덮을 수 있을만큼 최악은 아니었고 그럴싸한 연애물 정돈 만들 수 있었는데 시나리오와 실제 연출의 간극이 커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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