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룸 Room

2016. 9. 2. 00:06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충격적인 요제프 프리츨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알고 영화를 봤는데 아무리봐도 닉이 아빠뻘로는 보이지가 않아서 이상했는데 근친감금 실화에서 근친은 삭제했나보다.

방한칸짜리에서 만 다섯살 생일을 맞은 엄마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잭에게 드디어 문밖에 세상이 있다는걸 알려준다. 어떤 접촉도 통제된 삶속에서 잭의 세계관은 현저히 모든것을 경험하고 뛰노는 아이들과 달리 왜곡돼있다. 어릴땐 자신이 겪은 세계가 사고관을 지배하고 부모가 보여준대로, 가르쳐준 대로 영향을 절대적으로 끼치는 모습이다.

조이는 탈출계획을 세우고 닉을 설득해 실행한다. 병원 탈출은 요제프 사건에 있었던 내용이지만 극중에선 실패하고 가짜로 죽었다고 했는데 멍석 말은거 펴볼까봐 조마조마. 게다가 트럭이기에 망정이지 승용차 트렁크였다면 끔찍했다. 잭은 아주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고, 갑자기 닿은 바깥세상에 심히 당황해 횡설수설했지만 영리하고 사려깊은 경찰관의 기지로 엄마까지 구출에 성공한다. 잭이 살은걸 발견한 닉이 끌고 가려하자 버리고 그길로 집으로 가서 잭과 경찰이 들어닥칠 동안 조이를 조지는게 아닐까했는데 겉모습을 보니 조지진 않았던듯.

난 이게 영화의 결말인 줄 알았는데 1부였다. 집을 탈출하고부터 새로운 2부에 막이오른다. 꽉막히고 자유가 통제되지 않은 병원 상층에서 조이엄마는 여지껏 행동했던 삶의 양식과 다르게 행동하고, 엄마와 닉 밖에 없었던 세계는 의사, 간호사, 조부모 등 만나는 인물 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모든게 새롭고 여기에 적응해 나가는 것을 그리는 걸까 했는데 잭 뿐만 아니라 조이의 적응으로 함께 확장한다.

일단 조이의 부모는 여느 상업영화처럼 지지고 볶은 잉꼬커플로 딸을 지지하며 해피엔딩~♡이 아니라 엄마는 자신이 없었던 7년간 아빠와 이혼하고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들고 당신의 삶을 이어나갔고, 자기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와준 아빠는 사고로 생긴 아들에 대한 태도가 영 탐탁치 않음에 실망한다. 엄마도 갑작스런 조이모자에게 당황했는데 신경이 곤두선 조이는 엄마낸시에게 더 독한말을 퍼부으며 집을 나가겠다고 날을 세운다. 엄마의 인생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 그대로 받아달라는 생떼는 부모니까 통하는 거 같다.

그동안 가쉽거리로 접근해온 미디어들을 거절해오다가 조이와 독립하기위해 돈이 필요하자 인터뷰를 허락하는데, 호스트가 세상 친절하게 공감하는척 말을 이끌어내려고 혼신의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잭한테 닉아빠 밝힐거냐, 잭을 낳았을 때 니가 키우는 거보다 시설에 보내는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안해봤냐는 무례하고 주제넘지만 자극적인 시청자를 만족케할 질문으로 조이의 가슴을 후벼팠다. 조이가 똑부러진 대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해서 어버버하지만 아이에겐 엄마가 필요했다는 한마디 말고 더 뭐가 있을까.

하여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인 낸시와 낸시남친에도 적응하고, 친구도 만들었다. 엄마가 보여주는 세상 이외에 자기스스로 더 큰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인터뷰의 충격으로 내가 좋은 엄마는 아닌거 같다고 좌절하는 조이에게 잭은 그래도 엄마잖아라고 그녀에게 말한다. "I am... I am"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였다. 세계와도 같았던 엄마가 아니고 스스로 성장하는 잭을 보면서, 엄마의 엄마인 낸시 앞에서 딸인 조이의 모습과 범죄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 성공담 내지 복수극에 한하지 않은 것만 봐도. 영화 전반부는 작은 집에서 쭉 있다보니 볼거리도 한정되고 답답할거 같은데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다. 성폭행을 실제 묘사를 전혀 없이도 아주 잘 상황을 드러낸 것만 봐도 영화가 얼마나 수준이 있는지 보여준다. 게다가 모자를 구조하는데 결정적이었던 멋진 경찰에 흑인, 뉴스 아나운서에 동양인, 의사에 중동계(?)가 의미있는 역할로 등장하는 데에 더욱 감탄했다.

엄마와 세상에 관한 이야기. 문제의식이나 권선징악의 관점이 아닌 어떤 사람의 이야기로써 관계의 보편적 일상성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품성이 두드러진다. 아카데미 작품상 크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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