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명왕성
2016. 9. 7. 07:36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난 꽤 기억력이 좋은편이라 그세대는 아니지만 90년대 세기말의 기억도 갖고 있다. kbs에 시츄에이션 청소년드라마 [어른들은 몰라요]란 프로가 있었는데 세대차이나 10대들의 고민과 문제에 관해 다루는 프로였고 몇개는 기억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이 얼마나 달라졌는 가 하면 똑같다.
운동권세대 소위 n86세대가 기성세대가되면, 모든것에 반항해서 x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n세대가 기성세대가되면 달라질거란 믿음은 보기좋게 무너졌고 이후에 어떤 세대도 명명하지 못할 만큼 결혼인구 감소, 신생아 감소, 우리는 더 이상 학생들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교폭력, 따돌림, 성적경쟁, 입시지옥, 자살... 면역이 되어 안쓰러운 일이지만 더 이상 놀랍지않다. 전후세대는 노년층이 되었고, 나라의 축을 이루는 청•장년층의 20살 넘은 한국인 모두가 겪은 일이었다. 제도위에 치트키로 가해자로 휘두르거나 살아남기 위해 방관했던 모두는 대를 이어서도 19세기 학교를 물려줬다. "우리 때도 그랬어 '열심히'이겨내렴, 사회는 더욱 지독하단다."라는 어쭙잖은 격려와 함께.
영화 [명왕성]은 경쟁사회에 내몰려 집단의 권력자에 토끼몰이 당하다가 지렁이가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대개는 자기 혼자 블랙홀에 빠지면서 끝내지만, 미국이었다면 총 한자루면 될 일을 한국의 과학수재 주인공 준이는 폭탄을 만든다. 총기허용 사회였다면 아마 매일 난사사건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계급적 차별을 전면으로 드러낸다. 첫번째는 성적 계급. 성적경쟁으로 순위 발표는 뭐 내가 학교다닐 때도 그랬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위에 경쟁조장이라는 원초적 자극이다. 거기에 성적에 따라 특별실 출입. 성적기준으로 학생을 가르고 우월감을 줄 수 있는데 평등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에 배격하는 제도가 인간인지라 선택된자라는 그 자부심에 취하게 만든다. 악랄한 제도 안에서 배제된 인간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 등수를 올리기 위해서, 오답노트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한다. 그 과정에서 준이와 창민이를 갖고 노는 수단으로 여겼던 진학재아이들.
두번째는 자본 계급. 일단 쪽집개가 아니어도 학원,동영상강의, 학습지, 과외, 어학연수란 선택지는 돈을 가진자에겐 무한대이지만 돈이 없으면 배움과 정보가 제한당한다. 준이는 전학인사를 유창하지 못한 영어와 서민동네에 사는 것으로 드러낸다. 한국 특유의 천박함이 문화적으로 통용되는 거라, 반박할 수도 없고... 입시방향에 따라 기준에 따라, 경향에 따라 합불이 갈리는 한국의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어머니의 치맛바람도 자식성적에 유효하다. 준이네 엄마는 보험설계사인데 이게 그렇게 놀림거리인지 좀 의아했다. 능력있는 보험판매인은 억대연봉인데, 판검사 중견회사란 부모 배경적 차이를 대비시켰음 몰라도. 암튼 없는 살림에 큰맘먹고 100만원짜리 봉투 쥐어주는데 사람 깔보면서 하는 과외선생과 돌아보는 진학재 급우들 보곤 내가 화끈거렸다. 백만원이라고 뻥친게 분명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한 아이가 돈 앞에 자신의 명예가 구겼다는걸 선명하게 내보낸다. 그 밖에 자기 살려주면 엄마가 유학 보내줄거라고 하고, 구찌구두 면세점에서 사줬다는 대사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유치했다. 하긴 영화가 은유적으로 드러내면뭐하나 현실은 더 직설적인데 싶기도 하고.
경찰서로 데려와 장시간 심문하자 법률을 근거로 권리주장하는 준이에게 형사는 어린놈이...라고 가차없이 나이로 찍어누르는데 베테랑 형사가 고3이 인생에서 최고 똑똑한 나이 아니냐고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오프닝에서 토끼몰이와 살인을 교차편집한 것도 ost도 박진감 넘쳐서 마음에 들었고, 전학생 준이가 느낄 감정선이 좋아서 [파수꾼]같은 인간군상과 심리묘사에 중점을 뒀나해서 반색했다.
초반부에 준이가 미라한테 좋다고 고백 하면서 유진이 그자식이랑 놀지말라했을 때 그 아찔한 스릴감에 수작느낌이 들었는데 폭탄을 만들고 준이가 다시 쳐들어가면서 내가 원했던 방향이랑 너무 달라져버렸다. 후반부는 공감보다 영화적 사건성이 커지는데 감정이입도 안되고...
보면서 [고백]이 떠올랐는데, [고백]은 사이코패스고 [명왕성]은 원한관계에 따른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 10대의 살인이란 공통분모 외에는 주제의식이 너무 다르지만 살인으로 말미암아 보여주기식 뭔가가 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까. 연출이 저예산티 안내려고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까지는 못하겠고, 나카시마 테츠야처럼 화려한 미장센으로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현실같은 지독한 아름다움으로...
이다윗은 [순정]에서 봤는데 그때 연기 기억 하나도 안나고, 쭈구리 연기 정말 잘 소화해 배역 그 자체 같았다. 대성을 닮은거 같기도하고 연기적으론 류덕환 닮아보였다. 박력있게 키스할때 너무 깜짝놀랐는데 쓰레기...
성준은 나이가 있는데도 고딩에 어울렸고, 외양적으로는 비열하면서도 압박적이고 뭔속인지 모를 유진에 어울렸지만 발성이 트여있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 대사전달력이 얼마나 부족하면 '주머니에 뭐야'가 알고보니 "주말인데 뭐해"였고 특히 대사끝처리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웅얼웅얼 잘 안들렸다.
김꽃비랑 선주아 캐스팅도 마음에 들었다. 이미지에 잘맞아서 김꽃비는 다양한 역을 맡아도 어울리는 백지장같은 외모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난 꽤 기억력이 좋은편이라 그세대는 아니지만 90년대 세기말의 기억도 갖고 있다. kbs에 시츄에이션 청소년드라마 [어른들은 몰라요]란 프로가 있었는데 세대차이나 10대들의 고민과 문제에 관해 다루는 프로였고 몇개는 기억하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이 얼마나 달라졌는 가 하면 똑같다.
운동권세대 소위 n86세대가 기성세대가되면, 모든것에 반항해서 x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n세대가 기성세대가되면 달라질거란 믿음은 보기좋게 무너졌고 이후에 어떤 세대도 명명하지 못할 만큼 결혼인구 감소, 신생아 감소, 우리는 더 이상 학생들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학교폭력, 따돌림, 성적경쟁, 입시지옥, 자살... 면역이 되어 안쓰러운 일이지만 더 이상 놀랍지않다. 전후세대는 노년층이 되었고, 나라의 축을 이루는 청•장년층의 20살 넘은 한국인 모두가 겪은 일이었다. 제도위에 치트키로 가해자로 휘두르거나 살아남기 위해 방관했던 모두는 대를 이어서도 19세기 학교를 물려줬다. "우리 때도 그랬어 '열심히'이겨내렴, 사회는 더욱 지독하단다."라는 어쭙잖은 격려와 함께.
영화 [명왕성]은 경쟁사회에 내몰려 집단의 권력자에 토끼몰이 당하다가 지렁이가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대개는 자기 혼자 블랙홀에 빠지면서 끝내지만, 미국이었다면 총 한자루면 될 일을 한국의 과학수재 주인공 준이는 폭탄을 만든다. 총기허용 사회였다면 아마 매일 난사사건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다.
계급적 차별을 전면으로 드러낸다. 첫번째는 성적 계급. 성적경쟁으로 순위 발표는 뭐 내가 학교다닐 때도 그랬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위에 경쟁조장이라는 원초적 자극이다. 거기에 성적에 따라 특별실 출입. 성적기준으로 학생을 가르고 우월감을 줄 수 있는데 평등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에 배격하는 제도가 인간인지라 선택된자라는 그 자부심에 취하게 만든다. 악랄한 제도 안에서 배제된 인간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 등수를 올리기 위해서, 오답노트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한다. 그 과정에서 준이와 창민이를 갖고 노는 수단으로 여겼던 진학재아이들.
두번째는 자본 계급. 일단 쪽집개가 아니어도 학원,동영상강의, 학습지, 과외, 어학연수란 선택지는 돈을 가진자에겐 무한대이지만 돈이 없으면 배움과 정보가 제한당한다. 준이는 전학인사를 유창하지 못한 영어와 서민동네에 사는 것으로 드러낸다. 한국 특유의 천박함이 문화적으로 통용되는 거라, 반박할 수도 없고... 입시방향에 따라 기준에 따라, 경향에 따라 합불이 갈리는 한국의 입시제도 아래에서는 어머니의 치맛바람도 자식성적에 유효하다. 준이네 엄마는 보험설계사인데 이게 그렇게 놀림거리인지 좀 의아했다. 능력있는 보험판매인은 억대연봉인데, 판검사 중견회사란 부모 배경적 차이를 대비시켰음 몰라도. 암튼 없는 살림에 큰맘먹고 100만원짜리 봉투 쥐어주는데 사람 깔보면서 하는 과외선생과 돌아보는 진학재 급우들 보곤 내가 화끈거렸다. 백만원이라고 뻥친게 분명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한 아이가 돈 앞에 자신의 명예가 구겼다는걸 선명하게 내보낸다. 그 밖에 자기 살려주면 엄마가 유학 보내줄거라고 하고, 구찌구두 면세점에서 사줬다는 대사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유치했다. 하긴 영화가 은유적으로 드러내면뭐하나 현실은 더 직설적인데 싶기도 하고.
경찰서로 데려와 장시간 심문하자 법률을 근거로 권리주장하는 준이에게 형사는 어린놈이...라고 가차없이 나이로 찍어누르는데 베테랑 형사가 고3이 인생에서 최고 똑똑한 나이 아니냐고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오프닝에서 토끼몰이와 살인을 교차편집한 것도 ost도 박진감 넘쳐서 마음에 들었고, 전학생 준이가 느낄 감정선이 좋아서 [파수꾼]같은 인간군상과 심리묘사에 중점을 뒀나해서 반색했다.
초반부에 준이가 미라한테 좋다고 고백 하면서 유진이 그자식이랑 놀지말라했을 때 그 아찔한 스릴감에 수작느낌이 들었는데 폭탄을 만들고 준이가 다시 쳐들어가면서 내가 원했던 방향이랑 너무 달라져버렸다. 후반부는 공감보다 영화적 사건성이 커지는데 감정이입도 안되고...
보면서 [고백]이 떠올랐는데, [고백]은 사이코패스고 [명왕성]은 원한관계에 따른 살인이자 사회적 타살. 10대의 살인이란 공통분모 외에는 주제의식이 너무 다르지만 살인으로 말미암아 보여주기식 뭔가가 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까. 연출이 저예산티 안내려고 열심히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까지는 못하겠고, 나카시마 테츠야처럼 화려한 미장센으로 연출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현실같은 지독한 아름다움으로...
이다윗은 [순정]에서 봤는데 그때 연기 기억 하나도 안나고, 쭈구리 연기 정말 잘 소화해 배역 그 자체 같았다. 대성을 닮은거 같기도하고 연기적으론 류덕환 닮아보였다. 박력있게 키스할때 너무 깜짝놀랐는데 쓰레기...
성준은 나이가 있는데도 고딩에 어울렸고, 외양적으로는 비열하면서도 압박적이고 뭔속인지 모를 유진에 어울렸지만 발성이 트여있지 않아 너무 답답했다. 대사전달력이 얼마나 부족하면 '주머니에 뭐야'가 알고보니 "주말인데 뭐해"였고 특히 대사끝처리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웅얼웅얼 잘 안들렸다.
김꽃비랑 선주아 캐스팅도 마음에 들었다. 이미지에 잘맞아서 김꽃비는 다양한 역을 맡아도 어울리는 백지장같은 외모라 앞으로가 기대된다.
인상적인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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