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행

2016. 9. 29. 17:53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다들 연기로는 딱히 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극을 이끌어가는건 기차안에서 벌어지는 좀비탈출이란 특수한 상황의 힘이 8할이고 캐릭터간 관계성이 2할. CG가 수준이하여서 몰입감이 떨어졌다. 특히 기차가 불타면서 덮치는 CG보고 진짜 십년전 [디워]보다 못한 가짜티가 너무 거슬렸지만 영리하게 상황만 몇초보여주고 빠져서 다행. 시나리오가 굉장히 한국 정서를 아주 진하게 우려냈다.

너무 헬조선 최적화되어있어서 헛웃음이 났다. "국민여러분은 현사태와 관련하여 떠도는 터무니없는 악성 유언비어에 동요하지마시고 현명한 자세로 가정에서 자리에 지키시길 당부의 말씀드립니다. 지금은 흔들리지 않고 정부를 믿고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역량을 모아 나가야할 때입니다. 국민여러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을 것입니다."
브리핑하는 그 위로 네티즌 덧글에
"고구마도둑:한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당"
"상수어무이:전 오늘 대한민국을 뜹니다. 좀비민국 빠이~"
여기서 외국에 있다고 약올리는 덧글있으면 딱인데.
노숙자를 가리키며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된다고 사람앞에 대놓고 하는 천박함이나, 자기새끼만 구하려고 이기적으로 구는거, 특히 임신한 부부 오는데 그앞에 문 닫아버린후 다시 칸으로 들어와서 돌았냐 어쩌고 하는데 현실감 제대로. 후반에 다른칸에서 온 사람들 격리시키자고 하는 인간성과 이기심이며 마지막에 군인 육안 확인 안된다고하자 나오는 지시까지 완벽히 헬조선 그자체. 난 거기서 끝내는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이 원하는 결말을 위해, 관객몰이 하기 위한 사족일 뿐이라는 생각. 후손들이 2010년대 한국인의 정신상태를 묻는다면 집게손가락을 들어 [부산행]이 그 집약체라고 가리키겠다.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는데 아동, 청소년, 중년 남편, 중년 임산부, 중년 이혼남, 중년 노숙자, 장년 사업가, 노년 여성. 극중 캐릭터엔 20대가 없다. 노년 자매인지 뭔지 할머니 분장 꽁트도 아니고 너무 웃겼다. 흰머리 가발만 씌우면 다인가 얼굴이 팽팽해서 아무리 봐도 30대던데 세월 다 산척 아련한 연기에 몰입이 안됐다.
마동석 연기가 주연중에선 그나마 나았다. 뱃속에 자기 아이 가진 아내를 지키는 외강내유 남자, 보통 인정과 정의를 내세우는 마동석 캐릭터가 주인공인데 [부산행]은 그 전형성을 살짝 비틀었다. 마동석의 단역 빼고는 본격 연기는 처음인데 사시끼가 두드러졌다. 험악하면서 좀비를 물리치면서 한소리할 수 있는 아저씨에 잘어울렸는데, 애가 아빠 커서 이해한다고 오지랖떠는건 대사도 초면에 훈계조인것도 어이없지만 연기마저 너무 오글오글.
공유 캐릭터는 잘하면 개과천선하고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데, 급박한 상황에 모든 대사와 행동이 오직 수안에게 쏠려있는 부성애 폭발하는 캐릭터임에도 애아빠같지도 않고, 절박해보이지도 않고, 연기에 깊이가 없음. 금방이라도 일어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면서 카누 타줄거같은, 배역에 혼연일체가 안된 느낌. 그나마 마지막에 수안이가 우니까 감정이 조금 살아난거. 원빈이 거절했다니까 떠올려봐도 감독이 원하는 상이 뭔진 알겠지만 딱히 잘할거같진 않고 김명민이 했다면 현실감 좋았을듯.
수안이는 사실 [해어화]에선 몰랐던 매력이 [부산행]에선 많이 나옴. 공유랑 닮은듯하고 착한데 소심하고 내성적이지만 이상적인 캐릭터. 확실히 감정연기 폭발하는건 아동 연기자가 뛰어난걸 느낌. 후반 신파조가 심했는데, 수안이 운전칸 씬이랑 후배한테 전화와서 흐느끼던 씬이랑 비교해보면 후배의 엉성한 감정연기가 딱 울컥하라고 넣은 장면인데 신파의 감동보단 억지스러움을 자아냈다.
정유미는 무난한데 배가 임신한배 아니라 펑퍼짐한 쿠션 집어넣은 티 너무남.
최우식은 [옥탑방 왕세자]이후 처음인데 신인 남우주연상도 탄걸로 알고있는데 연기가 아직 멀음. 소희는 [하트투하트]에서 심한 발연기를 본 후라 오히려 최악을 예상했던거 보다는 괜찮았음.

인물간 관계를 그리는게 흥미로웠는데, '나만살면돼' 이기적인 아빠와 이상적인 딸. 대치했던 남자와 좀비싸움을 통해 우정을 다져감. 최선을 다해 승객을 구조하던 승무원의 생존을 앞에두고 역할갈등, 친한친구들이 좀비가 되자 머뭇거림, 여친이 감염되자 피하지 못함, 나를 챙기고 좀비가 된 사람에 인생무상을 느낌, 그와중에 천리마고속 상무라고 빨리 기차 시동키고 부산가자고 난리치고 남앞세워 방패막이 삼은 뼈속까지 이기주의자. 하필 직함이 상무여서 실제 겹치는 것도 있고, 철저히 상무같이 행동 안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극사실주의적 캐릭터임을 부인할 수 없고 욕나오는 상황 연기를 맛깔나게 잘함. 남한테도 부하마냥 반말 찍찍하면서.

1시간 50분을 좀비의 습격으로 다 채운게 신기하다. 특히 연기들이 다들 하향평준화인데도 흥한 원인은 관객들의 다양성에 대한 넓은 포용력인가. 사실 1100만짜리에 걸맞는 오락성이나 작품성으론 구멍이 너무 많았다.

ktx 서울-대전 반갑기도하고 동광장 나오나 했는데, 역시 대전역에 사람 너무많아 폐쇄하고 찍긴 어려웠겠지. 그래도 할수 있는한 승강장이나 철도타워 등등 실제로 그림은 다 땄더만.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새로 기차 탈때 좀비들 떼지어 달려오면서 △모양을 이룰 때. 사실 그렇게 기차가 천천히 달리는건 말이 안되지만 하여간 좀비의 욕망, 도망자의 공포를 한장면에 요약할 수 있는 컷이었다.
또 하나는 공유 그림자 씬. 부성애의 절정을 과하지 않게 표현했는데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잘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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