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호우시절

2016. 10. 23. 21:20

마루님

영화/팝콘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 뻔한데 치명타 한방이 크다
Direction 중상 햇살 부서지던 씬, 섬세한 감성
Character 중상 틀에박히지 않은 캐릭터이면서 매력적
Acting 중상 발음은 좋지않지만 근사하고 매력적
Sounds 중하 중국음악이나 현지 현장감은 좋았는데 ost는 밋밋
Cinematic quality 중
Impression 중 가장 로맨틱한 커피 리필
TU X / N X (trying) / E O / F X

외국인과의 로맨스, 특히 합작영화류 보고서 만족한적이 없어서 망설였다. 예전에 현빈과 탕웨이 조합으로 기대했던 [만추]에서 어설픈 발음과 이해가지 않는 시나리오, 엉성한 만듬새로 최악을 경험했고, [호우시절]은 와닿지 않는 제목도 그랬고 무엇보다 포스터가 설렘도 느껴지지 않고 합성같이 느껴져서 영화가 기대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덕혜옹주], [외출]에 이어 세번째 허진호 감독 작품. 그의 연출스타일과 다르다는 평을 받은 [덕혜옹주]로 처음 접했는데 멜로가 별로 없었고, 전공이라던 멜로의 [외출]은 불륜에다 배용준 연기가 너무 느끼해서 오글거렸고 심히 정적이던데 왜 멜로감독으로 유명한지 갸우뚱했는데 [호우시절]은 비록 흥행은 안됐을지언정 허진호표 멜로가 무엇인지 각인시켜줬다. 봄비처럼 메마른 감성에 스며드는 멜로.

멜로연기의 정우성도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멜로외의 연기는 결점이 드러났던 것과 달리 멜로 최적화였고 근사하고 멋있었다. 비행기 미루고 호텔에서 여자를 존중하고 한발 물러선 모습이나, 동물원 데이트 하면서 대나무숲 뒤로 격정키스...! 정우성은 로맨틱을 연기할 때가 제일 멋있다. 고원원이란 생소한 중국배우도 극중에서 환한 미소와 싱그러움이 넘쳐흘렀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눈빛에도 빠져드는 마성의 여자였다. 첫만남에서 슈트입은 남자와 제복입은 장면도 정말 그림이 선녀선남 잘어울렸다.

재회 첫날 저녁 한창 유학시절 추억얘길하는데 두사람의 추억이 엇갈린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를 사토코-동하-메이-벤의 사각관계. 거짓말이든 왜곡이든 우기기든 농담이든 과거는 아무렴 어떤가.

 멜로라는게 상황이 주는 두근거림과 설렘을 적당히 판타지스럽게 연출할 분위기가 중요한데 굉장히 미려했다. 벚나무 꽃잎이 머리위에 앉은거나, 의자에 앉아 햇살이 부서지던 장면, 멜로영화의 한장면을 뽐내던 거리위에서 춤, 처마밑에서 비를 피하면서도 두보의 말씀을 꺼내놓는 대사.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호우시절]이란 제목부터가 두보의 시로 영화전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데 그 연결고리를 의미있고 매끄럽게 이은 센스도 좋았고 크레딧에까지 두보의 시가 나온다. 이별 클리쉐의 상징인 비를 마치 봄비같은 반가운 손님처럼 재회의 메타포로 차용한 것도 신선했다. 비를 정말 싫어하는데도, 이 영화를 보고나서는 비가 조금 좋아졌다. [클래식]같이 하나하나 감성에 젖어들게 하는 알찬 멜로.

시나리오 영어대사 감수한걸텐데 OK랑 So가 너무 남발되는 거 좀 잡아주지, 화제전환엔 anyway 감사표현도 정말 다양한데 땡큐도 없고 무조건 thanks. 다른 인물이 쓰는 말투와 어휘가 서로 비슷한게 함정.
발음은 뭐 교포설정도 아니고 영국도미국도 아닌 제3국이고 유학했던 시기도 대과거였고 유학한다고 발음유창한 것도 아니어서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사장-동하 한국어, 지사장-메이 중국어, 동하-메이 영어쓰는 그 독특한 언어적 상관성이 흥미로웠다.

김상호의 중국어 발음이 한국인티가 나던데 하여간 극중에서 중국인이냐고 묻던 대사에서 같은 황인종이어서 외국인티 나지 않게 다른 국가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게 외국이어도 아시아쪽은 그게 장점인거 같다.
중국어를 쓰면서도 시나리오를 한국인이 써서 그런지, 중국지사장이 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에게 의례 한국에서처럼 "식사 하셨어요"를 인삿말로 건넨다든가 하는게 피식 웃음이 났다.
"Good rain knows when to come"
"nothing 오늘은 아니야"
복선과 회수에 충실한 시나리오라 줄기차게 거절해놓고 비행기 취소하고 메이랑 한국식당에서 먹다가 지사장에 딱걸린거. 당연히 그자리에서 걸릴 줄 알았는데 인사하고도 기억 못하는거, 한발 빼서 화장실에서 끝까지 태연하게 연기하는 모습 소소하게 좋았다. 그후 너 언제입사했냐는 전형적인 꼰대대사도 한국정서가 듬뿍했고, 가방없이 떠나던 메이. 약간은 변주하려고 신경쓴게 보였다.

 다만 중반이후 설마했던 메이의 결혼이 입밖으로 튀어나왔을 때 동하가 허탈해한 것처럼 내가 뒤통수 맞은 듯이 얼얼했다. 돌이켜보면 이상했다. 중국요리를 잘먹었으면 결혼했을거란 얘기, 스킨쉽 거절한 것도, 처음부터 널 사랑했단 걸 지금이라도 증명하면 달라지는게 있을까란 물음에 꽃이펴서 봄이 오는걸까 봄이와서 꽃이피나 같은 동문서답...
동하가 충격먹고 맥주 까면서 멍하니 보던 TV에 "결혼하고 철들었대"란 [소문난 칠공주]대사, 지진 그날을 잊지 못한다는 다큐. 그의 머릿속을 대변하는 장면들이 참 섬세하다 싶었다.
 그렇게 [건축학 개론]처럼 기승전썅으로 가나요 했는데 다행히 사별한 돌싱으로 최악을 면했다. 왜 말하지 않았냐고 동하 대신 따져묻고 싶었는데, 내 결론은 오랜만에 잠깐만나 추억팔이하고 헤어질건데 자기 사연 구구절절하고 싶지 않았을 거 같다. 그나저나 '꽃이펴서 봄이 오는걸나 봄이와서 꽃이피나' 대사의 의미를 모르겠다. 동하가 무슨의미냐고 묻자 깜박했다며 증거찾았냐고 말돌림.

OST가 많이 아쉬웠는데 로맨틱한 순간을 강화시켜줄 음악이 약했다. 춤추던 그 중국 고전음악은 왠지 [첨밀밀]을 떠오르는 중국색이 그려졌는데, 인상적인 장면은 꽤 많았는데도 그 장면을 특별하게 만드는데는 음악의 힘이 부재했다. 공항에서 만났을 때, 커피 리필하던 장면이나, 결혼 커밍아웃 등등 결정적인 순간은 많았다.

영화 대부분이 사천 로케고 영화를 관통하는 당나라 시인 두보. 중국인이 사랑하는 팬더, 중국의 아픔 쓰촨성 지진, 영화의 풍경도 소리도 사건도 모두 중국을 무대로하고 있다. 두산이란 회사를 빼면 중국자본으로 기획된건가 싶다. 아직 위생적이지 않고, 시민의식 떨어지고, 위조지폐나 공안 등의 문제요소가 많은 나라임에도 멜로의 힘은 그곳을 로맨틱하게 치환해준다. 이래서 중국이 잘하는 한국감독을 스카웃해 쓰는건가 싶었다.

메이가 돌싱인것만 빼면 완전 내취향 멜로여서 오늘부로 허진호 감독이 소중해졌다. 잘만든 멜로 수작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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