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범죄소년

2017. 3. 8. 20:03

마루님

영화/추천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상 범죄소년이 갱생하는 교훈도 훈계도 없는 어디 있을법한 인간극장
Direction 중상 미장센은 딱히 대단하게 없지만 도넛가게에서 하트, 엄마 업어주던 아들, 돈없이 지하철 탈 때 내린 햇살
Character 상 악인없고 그렇다고 선인도 아닌데 정감있는 캐릭터들 다 맘에듬. 등장인물 모두에 감정이입됨 세차장 주인빼고
Acting 상 이정현의 무공해 연기가 압권, 판사님 진짜 판사같고, 마담 전채희씨 연기가 말랑말랑, 김래연 연기 리얼~
Sounds 중
Cinematic quality 중상 K정서로 똘똘뭉친 수작
Impression 중 지구가 비밀얘기하고 나서  효승이 반응
TU X / N O / F O


한국에는 [마더], 프랑스에는 [마미]라고 섣부르게 규정지었는데, [범죄의 여왕]에서도 전형적인 엄마에서 벗어난 엄마를 그렸고, [범죄소년]도 일탈하고 철없는 엄마를 그렸다. 그런 와중에서도 한국엄마캐들은 모성애만큼은 여전히 유효했는데 어딘가 존재할법한 인간군상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어쨌든 한국 영화계가 그렇게 안이하지만은 않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영화 수식어를 꼽자면 단연 리얼리즘. 그 안에 헬조선 리얼리즘이 담뿍 담겨있다. 첫장면부터 새파란 애기들이 스킨쉽 장면을 할줄은, 다음컷에 바로 머리감다 말고 음성보호감찰 전화. 조손가정에서 제대로된 가장도 없고 나라에서 지원도 못받으니 돌봐줄 보호자도 가처분소득이 없는 미성년은 탈선하기 쉽다. 부모가 없다고 판사는 같이 일저지른 무리중 지구만 소년원행을 판결한다. 그사이 세상에 유일한 혈육이던 할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뜬다. 지구가 소년원에 가있는 동안 사귀던 새롬이가 임신했다가 낙태했고 결국 오프닝의 스킨십이 복선이었던 것. 전반부 소년원 가기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중딩이었던 새롬이의 인생이 임신 하나로 몸버리고, 주변에선 임신한아이로 낙인찍히고, 집에서 버림받고 쉼터에서 살면서 어린나이에 모든걸 떠안는 반면, 지구는 그 소식 전해준새끼부터 모르는척 하라고 싸튀충을 조장하지만 범죄는 저지르지만 본성이 나쁜건 아닌 지구는 새롬에게 찾아간다. 지구가 목표와 계획없이 막연히 새롬이에게 책임질게로 공수표를 날리지만 새롬은 감동하지 않고 뭘어떻게 책임질거냐고 몰아붙일 때 어쭙잖은 현실흉내는 아니었음을. 청소년 알바로 세차장이나 알바 사장이 재수없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지금껏 일한돈도 안줌, 소년원 다녀와서 인근중학교 다 알아봤지만 안받아줌,,, 지구는 나쁘지 않은애란건 알지만 속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딜레마가. 효승이 알바하려고 고기집에서 숙식알아보는데 아줌마가 낌새 알아차리고 됐다고 하는데 그 흐름이 굉장히 섬세했다.

또하나는 정형화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의 상업영화 작법이라면 케이퍼무비가 아닌 이상 범죄자들은 개과천선하거나 모자간의 정으로 해피엔딩에 다다르는 뻔한 골격을 벗어나지 않겠지만, 다양성 영화는 그 가공된 현실과 괴리된 지점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어떤 정형화된 결말을 향해 간다거나 하지 않고, 캐릭터 역시 입체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다.
 효승은 실체가 드러날수록 일반적인 평범한 여자와는 많이 다르다. 남의집에 빌붙어 살면서 아부를 살살 떤다든가, 계획성있게 사는게 아니라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거짓말해서 모면하고, 그러면서도 십여년만에 재회한 아들에게 잘해주고 싶어하는 건 진심이다. 지구가 털어놓은 비밀에 이제까지 상냥함만 보여줬던 그가 미친 듯이 우왁스럽게 지구를 패는데 아마 결국 자기와 같은 삶을 걸어가는 자식에 대한 분노와 원망 섞인 감정이었으리라.
지구가 새롬에게 책임지겠다고 말만 그렇게 해놓고 정작 돈도 없고 갈곳도 없는 주제에 새롬이 일하는 도넛가게에 찾아와 새롬이 챙겨주는 도넛먹으며 맛있다고 빙구처럼 웃는 지구를 보면서 철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고작 중2 열다섯살짜리가 성숙하면 또 얼마나 성숙하고 의지가 되겠냐만은. 참... 캐릭터가 속터지는 구석도 있고 이해안가는 구석도 많지만 밉지 않다.
보통 영화를 볼 때 주인공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기 마련인데, 캐릭터들이 현실적이다 보니 주인공은 물론이고 새롬이와 지영이에게도 몰입됐다. 특히 평범하게 자라온 사람이라면 지영의 입장에서 모자는 파렴치한에 가까울 정도. 전혀 친하지도 않은 중학교 선배랍시고 하룻밤 재워달라고 하더니 매달 돈을 이리저리 꿔가고 뜬금없이 아들을 찾았다고 다큰 아들까지 데려오는데다 멋대로 내방 노트북 쓰고 하극상을 하질 않나, 보석까지 잃어버리고, 고향언니는 징징대면서 이미 몇차례 빌려간 돈은 안갚고 거기서 또 손을 벌리고... 천하에 저런 미륵이 다있나, 네이트판에 올렸으면 핫플달렸을 듯.

영화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바로 가난의 대물림과 범죄의 대물림. 상관 없을 것 같은 두가지는 꽤나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데 일단 모자는 기본적으로 인간답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의식주가 턱없이 부족하다. 후미진 모텔 달방이라도 구하려면 막다른 인생의 선택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중 도둑질은 그들에게 가장 가까운 유혹이다. 서민대출이나 이런 제도를 알아보려면 어느정도 기본소양으로 배웠어야 하는데 중학교 겨우 나온 효승에겐 너무 멀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그 상황에서 범죄를 안하는 인격이 대단한거지만 일단은 범죄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차단하기 위해선 국가의 사회보장제도와 복지가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엄마가 찜질방에서 슬쩍하는 모습을 지구는 봤는데도 모른척한다는게 이루 말할수 없는 묘한느낌이었다. 절대 해선 안되는 일을 했는데, 거기에 지구는 놀라워하지도 않고 그걸 목격했다고 해서 위기나 갈등플롯으로 써먹지도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게. 그렇게 범죄의 대물림이, 무엇보다 어린나이에 계획없는 임신을 한 철없음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과 그나마 지구는 싸튀충은 안하겠다고 하지만 능력없는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종류의 대물림 뿐이니 씁쓸했다.

연기는 새롬이의 어색한 연기를 제외하면 모두가 호연을 펼쳤다. 이정현은 진짜 동안이긴 동안인게 처음에 엄마라고 앉았는데 웬 연영과 무명배우인가 싶었는데 이정현인거 알고 깜짝 놀랐다. 하여간 어마어마한 썅년인데 천성은 나쁘지 않은 효승을 연기하는데 천부적인 연기가 아주 발군이었다. 유난히 효승은 곤란해하고 멋쩍은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척 해야하는 복잡미묘한 상황이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유연하게 연기하면서 그 표정들이 실재하는 그 인물같았다.
알랑방구 뀔 때 그 아첨하던 장면이나, 지영에게 아쉬운 소리 할 때 표정 바꿀 때, 깽판칠때도 뭐 어마어마했지만, 아빠 얘기 해줄 때는 헤실거리면서 울다 웃다 하는데 전해들었을 땐 저런 말도 안되는 걸 ㅉㅉ하고 혀내두르고 말 일을 바보같으면서도 인간이니까 그럴수 있지 극중에서만큼은 수긍할수 있겠금 이끌었다. 청룡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도 이정도였을까. 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서영주는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인데 내가 본 작품도 많은데 딱히 기억이 잘 안나고 [밀정] 때 연기보다 [범죄소년]에서의 연기가 훨씬 좋았다. 강래연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하고 연기야 항상 기본은 하는데다 캐릭터가 현실적이라 그런지 몰입잘되게 연기 잘했다. 보통 주인공 상처주는 말 하면 내가 상처받고 악역처럼 느껴지는데 지영이 빡치면 나도 빡치고 리얼한 연기 정말 좋았다. 많은작품에서 자주보고 싶다. 마담역의 전채희씨는 처음보는데 이쁘장하게 생겨가지고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마담역하는데 연기 찰져가지고... 효승이가 어처구니 없이 비벼대는데 기가차하면서 반포기한 그 뉘양스로 말하는데 프로필 검색을 했는데 주로 연극쪽으로 연기를 했던듯하다. 예쁘고 잘하는 배우 많은데 정말 메이저에 발담그는게 쉬운게 아니구나 싶다. 그리고 판사역의 서영화씨 난 진짜 판사인줄 알았다. 워낙 사무적으로 찌들지만 존대할건하는 톤이어서. 필모보니까 [화이], [럭키]는 봤는데 기억이.. 이분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출연했다던데 나중에 함 봐야겠다.

하여간 배성우... [더킹]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호감인데, 여기 심드렁하고 사무적인 보호관찰소 주무관으로 나온다. 옛날에는 조달환이랑 구분이 안가서 헷갈렸었는데 이제 완전히 구분가능. 정석용씨는 [여교사]에선 한숨나오는 학주로 나오더니 여기선 인간적인 선생으로 나오는데 역시 배우란... 뜬금없이 무명시절의 변요한이 등장한다. 엑스트라인데 크레딧에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다시 보니까 맞다. 지구가 새롬네 도넛가게에서 하트 그릴 때 그 앞에 있던 커플이었는데 얼굴 1초 그것도 잘 나오지도 않는다.


결말이 아쉽다던 일부 반응이 있던데, 그런 사람들은 꽉닫힌 결말 내지는 해피엔딩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인데 제발 상업영화를 보길 권한다. 명확하게 결말을 내려면 두 모자가 같이 살면서 번듯한 집에서 아침 먹고 엄마 출근하는 그런 결말이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의식주도 빌빌거리고 간신히 도둑질로 해결하는데 가당키나 한 결말인가. 그러려면 극중에서 우연히 로또 맞는 코미디가 되든가 아니면 아빠 찾으러 가자는 말도안되는 안드로메다행 결말을 내야하는데? 부동산에 1000에 40짜리를 쉬엄쉬엄 알아보는 효승에게 떨떠름한 부동산 아저씨의 얼굴.. 그래 그 헬조선식 현실결말이 흐름에 위배되지 않는 적절한 결말이다. 각본도 감독이 공동집필했던데 감독이 리얼리즘을 풀어내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아주 옛날에 [사과]란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땐 내가 어렸는지 도통 무슨 얘긴지 못알아먹겠고 내용은 기억안나지만 그냥 지루했던 기억만 있었는데 이번영화는 매우 흡족하다.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청소년 영화상 수상도 훌륭하긴 하지만 그 이상도 가능할만했는데 아쉬울정도. [사과]빼고는 [소년의 시]나 [이빨 두 개], [범죄소년] 세 개 연달아 10대 청소년을 다룬점도 이색적이다. 조감독했던 영화도 [여고괴담 두 번째이야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영화 >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 우리 학교  (0) 2017.04.17
[2001] 디 아더스 The Others  (0) 2017.03.27
[2014] 다우더 Daughter  (0) 2017.03.08
[2004]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0) 2017.02.05
[2015] 우리들  (0) 2017.01.29

blog activities

  • 왼쪽의 목록에서 링크를 선택해주십시오.
    목록이 보이지 않으면 링크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Visitors: / /

music box

자동재생 상태가 아닙니다.
00:00

[재생목록]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