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우리 학교

2017. 4. 17. 07:16

마루님

영화/추천

혹가이도 재일조선인학교를 배경으로한 다큐영화. 담담하고 담백한데 따뜻한 정서로 마음속이 차오르는 영화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틀어주면 좋을법한, 생각할 거리나 느끼는게 많은 추천영화.

"학교에서 한발자국만 나가도 모든게 일본어입니다"
영화는 다큐로써 그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영화로서 재미도 충족해야하는데 인간사가 하나의 극장이지 않은가. 사람이 모이는 학교야말로 사람만큼의 이야기 보따리가 있는거지만 친숙하고 특별했던건 그곳이 이국땅 일본이기도 했고 그들이 우리말을 썼기 때문이다.

근대 한국은 곧 독립운동이라는 대의를 위해 투쟁하는 역사였다. 독립운동 하셨던 분들의 역사를 배우면 우리는, 아니 나는 그럴 수 있을까 대입해보곤한다. 우리나라가 만약 해방하지 못한채 오키나와처럼 식민지로 배속된채 이어졌다면 우리말 수업은 커녕 지천에 깔린 일본 교육을 받았을거고 고유의 민족성과 의식은 거세된채 일본의 지배에 순응했을지 모른다. 일본독립을 포기하고 자기말과 전통을 잃은 오키나와처럼. 일본 재일동포들에겐 현재진행형이다. 미국과 달리 인종차별을 당연하게 일삼는 일본인들에게 학교가 협박당하거나 학생을 위협한다든가 누군가에게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채 공포를 몰아넣는 일로 탄압받으며 자라는 현실 속에서 2~3시간 걸리는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는 정규학교도 아니고 기타학교로되어 대학입학시험 자격도 별도로, 전국체전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이력서에도 재일한국인임이 드러나는 학교를? 일본사회의 재일동포 차별은 노골적이고 가학적이어서 일상생활에 일본명사용도 가능하고 국적바꾸기도 오히려 간단하다. 단지 한국(분단된 남북체제이전의 조선)이란 정체성을 위해 국적도 남한도 북한도 아닌 옛나라 조선적을 유지하는 게,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하지 못한 교포 3~4세들이 고향으로 생각하는 자체가 대견한 일이다.

솔직히 따뜻한 방구석에 누워서 애국심이나 통일 따위는 남의나라 얘기처럼 무관심해진지 오래지만 일본의 학교에서 조국통일을 염원하면서 민족의 자긍심으로 이학교 다니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을 보며 숙연해졌다. 그러고보면 남한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손놓고 있으면서 교포들이 자연히 남한을 지지해주길 바라는 건 넌센스다. 일본이 조총련사회에 물들이는 건 비판하면서 일본에 한국학교 지을 후원이나 해주면서 하지 않고 입애국을 하시니. 북한은 한국보다 못살면서도 일본내 조선학교 세우고 지원금 보내주고 수학여행도 지원해주니까 일본내 이방인들로 차별받으면서 자라온 교포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준것 만으로도 학생들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일전에 이충성 선수 귀화한 일이 떠올랐다. 귀화한 뒷면에는  일부 한국인들이 일본에서 왔다고 쪽바리니,반쪽바리니 서슴없이 비칭을 쓰는데... 차별이란거 모르고 자란 한국인들이 아무것도 해준거 없이 국적과 정체성을 유지한 동포들에게 감히 그 단어를 입에올릴 자격이 있나? 한심스럽고 미개하다.

뭐 민족교육이라든가 자주적 어쩌고 등 해묵은 이데올로기가 느껴지는 단어가 걸리긴했는데  그게 걸리면 한국교육으로된 한국학교를 세우면된다. 일본에 한국학교 도쿄에 딱 하나있다. 정체성이란게 문화와 전통 역사 교육을 하지않고는 생기지 않는 것이니 그 어려운 식민지 시대에도 엘리트들이 허허벌판에도 학교부터 세운것 아니겠나. 한국이 뒤늦게 조선적을 한국으로 바꾸면 혜택을 주고 정작 교육을 외면하는 것도 얌체같았다. 나라에 헛돈만 줄여도 충분히 지원하고도 남을일인데 한국은 너무나 등한시한 걸과 중국 동포는 중국에 일본 동포는 일본으로 흡수 되는데는 한국정부의 탓이 크다.

다시 극 안으로 들어와서, 영화는 내내 학생수가 줄어든다든가 열악한 사정들을 상기시킨다. 역설적으로 학생들은 밝고 왕따 없이 서로가 어울려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선생님들도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인정많고 사람냄새나는 모습이 참선생님이었다. 방학때 만만찮은 인입교육 가시면서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에 공감하시는 부분이 인간답다고 느껴졌다. 왕따없이 하나되는 학교친구들 시골의 낭만과 고교청춘물의 낭만스러운 모습이었다. 편입한 친구가 여기 아니었으면 엇나가시 소년원에 있을거라던 인터뷰가 인상 깊다. 후반부에 축구 동아리가 상대에 패배하고 다들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부분에서 코치가 아이들을 독려하는 모습이 1등은 못하더라도 함께해서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학교가 동포사회의 매개체라는 부분에서 교회인 미국과 차이점이 있었다. 그래서 학부모 초청행사도 많고 대외활동도 많은편인거 같다. 일본은 동아리 활동이 많아서 그런지 농구나 축구등의 코치도 있었는데 일본인 선생님을 초빙하는 유연한 시각도 난 부정적이게 생각지 않았다. 그런 화합이야말로 민족교육에 매몰되지 않은 발전적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혹가이도학교 지원회를 비롯해 학교에 도움을 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일본인이니까. 영화 [Go]와는 달리 일본어를 섞어 써도 이해해주는 분위기였고, 사실 지금의 세대에게 모국어는 일본어일텐데 급할때 한국어 쓸때 잘했다고 격려해주는 모습이 강요적이지 않아 보기 좋았다.

영화가 인간애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학교의 '우리'가 새삼 따뜻한 낱말이란걸... 눈물 뚝뚝 흘리면서 봤지만 감동적이고 훈계없는 다큐라 깔끔했다.

'영화 > 추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 백설공주 살인사건 白ゆき姫殺人事件  (0) 2017.06.17
[2004] 스텝포드 와이프 The Stepford Wives  (0) 2017.06.15
[2001] 디 아더스 The Others  (0) 2017.03.27
[2012] 범죄소년  (0) 2017.03.08
[2014] 다우더 Daughter  (0) 2017.03.08

blog activities

  • 왼쪽의 목록에서 링크를 선택해주십시오.
    목록이 보이지 않으면 링크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Visitors: / /

music box

자동재생 상태가 아닙니다.
00:00

[재생목록]

recent post

recent comment

recent trackback

archiv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