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굿 와이프

2017. 5. 24. 00:12

마루님

Drama/꿀잼

이때까지 이런 한드를 본 적 없는 혁신적인 드라마. 미드 리메이크

일단 주요배역에 일하는 여성이 포진돼있다. 변호사겸 ceo 서대표, 수사관 김단, 주인공 김혜경 변호사. 맞붙는 상대도 임신한 이수현 변호사. 심지어 여태껏 본적 없는 인물구도를 형성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묘사하는 여성의 경쟁은 주로 여성내부의 경쟁을하며, 때때로 외모나 나이로 경쟁우열을 가리는 양상을 보이는데 [굿와이프]는 여성이 사회생활에서 진짜 경쟁상대인 남자와 중반부까지 신경전과 견제 페어플레이 모습을 보여준다. 김단 수사관은 동해번쩍 서해번쩍 사건해결 열쇠카드를 물어다주며 조용히 뒤에서 김혜경 변호사를 뒷받침해주는 버팀목인데, 이제껏 본적없는 여성간의 우애와 호의적인 직장동료를 연출했고 보통 남주 내지 서브에게 주는 쿨하고 믿음직한 역할을 넣고 워맨스 코드를 넣었는데 멋있었다. 서명희 변호사도 부하를 인정하고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멋진 여자여서 보는 내내 걸크러쉬의 연속이었다.
주인공 김혜경은 15년간 가정주부로 경력단절됐다가 사회에 뛰어든 신입으로서, 이상과 선을 쫓는 모습에서 괴물과 싸우면서 아직 괴물이 된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성상납과 바람피어 구속수사를 받던 남편 엄마한테 부끄러운줄 모르고 이래라저래라 참견받다가 함부로 집에 드나들지말고 허락맡고 오라거나, 손주 못볼 수 있다고 선긋는거. 그동안 자신을 압박해온 차장검사가 불륜사진 푼다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하겠다는 것도 멋졌다.
덧붙여 임신과 출산중에도 커리어에 욕심있고 서글서글한 이수현변호사 캐릭터는 여지껏 기혼커리어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인간적이면서도 프로답게 돈도 노리면서 실속챙기는 현실에 있을법한 사람이라 흥미로웠다.


명목상 남주가 이태준이라도 진짜남주는 서중원이었다. 연애감정선으로서 이태준은 실망의 연속에서 별거후 마음정리됐지만 서중원은 점점 마음을 열어가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미드 원작이라 그런가 호텔들어가는 과정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전국에 호텔 하나있는 것도 아닌데 딱하나남은 420만원짜리 스위트룸 완전 오버.
남편 구질구질하게 관계이어가려는데 공감도 안가고, 교도소 안에서 교도소 밖 사람보다 정보에 능하고 판을 주무르는데 누가보면 중앙지검장이 권력1위인줄. 돈으로 협박했던 여자 납치하고, 깡패사장 조국환을 바로 불러 어깨 대령한건 너무 현실성이 동떨어지는데다 매회 김혜경이랑 엮는 개연성이 억지로 짜낸거 같아서 남편서사는 될대로 돼라였다.
서중원 럽라는 이어줄거면 남편을 전남편으로 만들든가 해야하는데 현남편이라. 뭐 별거니 이혼이니 해도 법적으로 불륜이라 찝찝한 구석이 있었지만, 연애서사에 이끌려 머리론 불륜 미화로 욕해야하는건 맞지만 마음으론 욕은 안나왔다. 결과적으로 이태준 옆에 아내로 남았으니 서중원이랑 엔조이란건가 뭐냐? 제목의 굴레를 벗어날 줄 알았더니 이혼을 하지 않은채 서로를 도구로만 쓰고 끝인 이기적인 부부. 그럼 서중원만 등신된거? 김혜경 입장에선 매력적인 불륜 아니 초혼이라도 매력만점 상대인건 맞지만, 서중원입장에선 성립불가능한 상대고 현실에 없는 판타지스럽다. 15년전 마음을 두고 있었고, 남의남자 애가 둘씩이나 있는 유부녀를 결혼 적령기 변호사가? 차라리 애라도 없었으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드라마상에서 애들 분량도 많은데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아줌마 드라마의 한계.
손동호 변호사(유재명) 캐릭터는 여지껏 본적없는 장애인 캐릭터여서 매우 신선했다. 장애인들은 가난함, 불쌍함, 도움을 받아야하는 존재, 무기력한 이미지의 캐릭터로 고정이 돼있었는데, 변호사라는 성공한 직업을 가진 장애인으로서  국민참여재판 승소로 이름날만큼 커리어도 좋으며, 비장애인 못지 않게 잇속을 챙기고 재판에서 지고도 승리했다며 조언해줄만큼 장애로 고통받을 뿐인 장애인 그자체가 아닌 장애로 불편할 뿐인 한 인간을 그렸다.
 

이 드라마가 또 특별한 점은 시의성에 있다. 작년 하순에 방영된 드라마인데 당시 공교롭게도 모연예인이 성접대부 성폭행사건이 떠들썩할 때였는데 그 때 반응에서 접대부의 말을 누가 믿냐는 대사에도 나오는 등 현실과 겹쳐지는 반응을 극중에서 예상하고 있었다. 또 MJ창립자 서재문 변호사는 치매환자로 음주운전 현행범 여부를 두고 조사를 받았는데, 극중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지만 치매환자를 비롯한 운전면허금지가 제정되지 않았고 적성검사만 강화하는 수준이었는데 방영 한달여만에 기면증환자, 뇌전증환자가 교통사고를일으켜 논란이 됐고 17년 현재 도로교통법 개정에 착수했다. 또 약부작용으로 사망사건은 옥시사건을 연상케하는 한편 극중 민사재판의 국민참여재판도 옥시사건을 계기로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 2011년에 몇몇사건은 시범적으로 시행한적은 있음. 시의적절한 소재들이라 재밌게 봤다.


캐릭터도 인간적인 매력 넘치게 잘만든 작가가 누굴까 싶어 보니 [텍사스 안타]에서 이희준을 발견하게 했던 한상운작가였는데 원작빨인지 어디까지가 작가의 가공능력인지 원작을 안봐서 단언은 못하겠지만 원작에서 들여왔을 게 분명한 에피소드식인거며 신선한 인물구도와 캐릭터 검찰인물빼고 마음에 들고, 나름 솔깃한 대사빨 살릴때도 좋았다. 다만 현대 한국어 구어체에 관한 관찰이 필요해보인다. 극중 모든 인물들의 역접어 접속사가 죄다 '하지만'으로 통일된다는게 말이되나? '그런데/근데', '그렇지만/그치만', '그러나' 등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지만'은 유독 문어체스럽다. 유튜브에서 80년대 드라마말투라는 동영상에서 하지만 쓰더라. 그리고 문어체에 심취한 나머지 서명희 의사에 심문할때 '서술해주세요'하는데 서술은 글쓰기고 말하기는 '설명해주세요'라고해야지. 작가가 이런 기본적인걸 틀려서 당황했다. '~잖니'말고 '~잖아'도 있다는걸 알려주고싶다.


캐스팅은 대체로 마음에든다. 김태우는 [그겨울 바람이 분다]때보다 악역톤은 비슷하고 아니 더 퇴보된 느낌인데 역이 워낙 직급에 걸맞지 않게 찐따 스러워서 이해는 간다. 유지태도 좋은데 캐릭터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데 사건 수습을 엉망으로하니까 힘을 과도하게 준느낌. 이태준 서사 하나하나 따져보면 엉터리가 많은데 개연성도 당위성도 없으니 지적할 관심도 없음. 반대로 윤계상은 [형수님은 열아홉]의 쾌남느낌이 크게 남았었고 [하이킥3]의 우울하고 소심한 의사나 [최고의 사랑]은 느끼한 한의사 역할 오글거려서 못참겠더니 나이먹고 안정된 느낌이나서 이번엔 잘어울렸다. 자기말투 그대로 쓰는편이긴한데 역이 잘맞아서 거슬리지 않았고, 항상 웃음이 장착돼있어서 몰랐는데 7화에서 혜경이 거절하자 얼굴 굳어지면서 미세하게 표정이 살짝 바뀌는데 처음보는 표정에 섬세한 처리에 오~ 좀하네 놀랐다.
전도연이라서 기획된 드라마겠지만 드라마는 마음에 들지만 그녀의 연기는 기대에 못미쳤다. 일단 극내내 피곤하고 기력없어보인다. 처음엔 남편이 사고치고 창피하고 15년속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봤는데 사건에 승소하고 서중원과 관계가 진전되고 처음 이상을 쫓던 모습에서 승소를 지향하는 현실적인 성장하는 캐릭터인데도 캐릭터에 생기가 없다. 물론 표정을 짓긴하는데 아주 천천히 옅게 감정을 드러내는데 여주가 표정없고 피곤해보인다. 종종 발음을 정확히 내지 않고 자기 편한대로 내는데 "즘(좀)","자깐만(잠깐만)" 명확한 발음의 김서형과 비교됐다. 게다가 대본에 쉼표를 연기하듯이 자주 끊어말하서 멈추는게 제일 거슬렸다. "중원앗,,, 그럴겟,,,그래돗,,," 전도연이 좋았던건 오피스룩 코디.
김서형의 전문직연기는 정말 전문이었다. 일단 트인 발성에 명료한 발음으로 대사가 또렷하게 들렸다. 후반에서야 재판 변론장면이 나오는데 대사톤이 약간 달라지는데 변호사 연기하려고 신경쓴게 보인다.
이 드라마는 나나의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다. 드라마는 여주여도 빛나는 역은 보통 남주나 서브에게 밀리는데 멋진역을 맡는 행운을 놓치지 않고 다 받아먹었다. 연기로는 신인임에도 눈빛연기가 심상치않았고 표정이나 대사호흡을 넣어서 쓰는게 처음인게 믿겨지지 않을정도였다. 다만 사탕물고있는 듯한 발성에 앵앵대는듯한 목소리여서 쿨시크한 이미지인데 대사치는게 앵앵거리게 들린적도 있었다. 밝은역하면 발음발성 단점이 더 부각될거라 이부분만 보완하면 좋겠다. 눈빛연기가 좋아서 앞으로 더 기대된다.
전석호는 살을 뺐더니 웬 비버가ㅋㅋㅋㅋ넉살좋은역 잘어울리고 특유의 치아보이게 웃는모습이 완전 비버였다.
이원근응 깜냥에 비해 큰 역할 맡았다. [여교사]에서는 학생역할이라 발연기여도, 발음 죄다새고 혀짧은 부정확한 발연기도 다 학생캐에 다소 묻어서 봐줄 수 있었지만 변호사·검사 전문직에 키만크지 대사 한줄 소화도 제대로못하는 거 보는게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짓는 표정 배시시 웃는거 [여교사] 때랑 똑같은 그거 하나 있고 다른 표정이 없다.
눈여겨본 다른 연기자는 대체로 사투리말투가 살짝배여있는 연기자들이 자연스러운 연기에 진짜같은 느낌. 사투리구사자면 사투리 쓰고 표준어 구사자면 표준어 썼음 좋겠다. 억지로 표투리 안쓰니까 지방에서 올라온 경우 많아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짐.
장대석역의 채동환씨는 경상도에서 열공해 사시합격한 느낌으로 서글서글한 연기 인상적이었고, 조국현 역의 고준씨 전라도 사투리가 살짝밴 말투와 사람 살살긁으며 도발하면서 무식한 조폭사장역 능글능글 잘함.
손동호 변호사역의 유재명 씨는 말투가 특이해서 경상도 톤이 배여있고 외모도 독특한 말투도 약간 박철민씨가 떠올랐다.
이종인 판사역에 최병모씨 가는테 안경에 피곤에 찌들고 무미건조한 말투에 뭐만하면 인상팍쓰면서 기계적인 태도 .
김무열 역의 김서경씨는 얼굴은 훈남과는 아닌데 목소리가 좋아서 대사에 집중되는 느낌에다, 내 일본인 친구랑 완전 비슷하게 생겨가지고 얼굴도 보다보니까 친숙하고 연기가 과장되지 않아서 좋았다.

제목은 와이프지만 누군가의 아내·주부가 아닌 자신의 자아실현하는 여주인 점이 인상 깊었고, 착한아이컴플렉스에 갇힌 여주가 틀을깨고 성장하는 보기드문 드라마.  무엇보다 타인의 행복보다 자기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점이 희생적이기만한 엄마캐릭터만 있는 한드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아이들에 이혼 설명하자 기존에 부모의 결별에 이해못하고 엇나가는 모습 일색이다가 자식이 부모의 인생을 존중하고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남동생도 누나자식보다 누나가 행복해지라는 대사 등 구태의연한 한드를 탈피한 점이 신선하고 특별해서 마음에 든다.
3일동안 단숨에 정주행하는 동안 재밌게봤고 기회가 있으면 원작 미드도 보고싶다.

-"지금 눈앞의 일만 생각해요.
내키지 않아도 가장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정성들여 하고 밥도 맛있는걸 먹어요.
가장 예쁜 자신을 생각해요.
사람들은 남한테 관심 없어요. 흥미만 있지.
그러니까 강한 척 자신을 꾸며야 해요.
아이들과 아직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그럼 좀 나아지나요?"
"아니요, 그냥 익숙해져요.
그러면 견딜만해지고요."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계획이야. 사랑한다는 말은 쉬워. 그 다음이 어려운 거지"
-"그런 생각하면서 사과했어? 당신은 늘 진심이지. 그런 당신을 용서 안하면 난 나쁜년이고. 당신이 원하면 믿어야 하고. 잘못은 눈감아줘야하고. 그래야 좋은 아내고. 나한테 바라는 게 그거 아니야?
난 지금 흥분하지 않았어. 당신 만나고 가장 정신이 맑아.
꺼져."
-"뭐 좋을때도 고마울때도 있었겠지. 그러다가 너 상황 안좋아지는거 보면서 원래 네가 싫었다고 마음을 정한거야."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게 뭔데? 함께 있을때 좋았던 시간도 중요한거 아니야? "
 "그래야 널 돕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것도 안해도 될 핑계를 만든거지. 그래야 비겁한 자신을 용서할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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