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박열

2017. 9. 24. 21:47

마루님

영화/추천

역사 누설이 있습니다
Scenario 중상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굴곡있는 인물의 서사를 담백하게 그림
Direction 중 감정강요없음
Character 상 조선인의 기개가 넘치는 박열과 진취적인 일본인 후미코 이제껏 본적없는 독보적인 캐릭터성
Acting 중 적재적소에서 제역할
Sounds 중 앞뒤로 흐르는 가요 뭔지도 모르겠고 인상적이지도 않고 의미도 모르겠음
Cinematic quality 상 고증에 충실한 논리적인 항일영화로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
Impression 중 “이번엔 따라오지마, 오면 안돼”
DV X / TU X / N X / F O / M X / E O


[동주]는 영화관에서 봤는데 [박열]은 지루하다는 평이 있어서 뒤늦게 봤는데 영화관에서 볼걸 옥수수로 보면서 여운이 남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입소문에 휘둘려 뒤늦게 [비밀은 없다] 보고 후회했는데 위인시리즈 3탄은 입소문에 휘둘리지 않아야겠다. 나는 [동주]보다 더 좋았는데 화면이 컬러인것과 유머코드가 활기차서 좋았다. 주인공의 기개가 어두운 시대상황과  아이러니해서 그다지도 밝았는데 주인공들은 웃고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고 호탕하게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이준익 감독 영화의 일제강점기 영화는 감정강요가 없어서 보기 편하다.

영화배경으로 등장하는 1920년대 일본 거리세트와 법원 세트 등 [동주]에 비해 볼거리에 힘썼는데 26억으로 이렇게까지 해낸게 그저 놀랍고 신통방통하다. 법원에서 둥그런 판사석이 독특하다했는데 실제 당시 법원모습 그대로 재현한거였다.

박열은 독립운동을 하고 나라를 향해 목숨을 바친게 겨우 스물 두 살이었다. 기립할때 자신의 숨통을 쥐고 있는 식민지 지배국 재판장 앞에서도 당당했고, 법원에 가봐서 아는데 재판관 들어올 때 모두가 기립하는데 앉아있기란 보통 배짱갖고는 당치도 않은 행동이었다. 재판장이 호칭도 피고가 아니라 그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극중에서 최종으로 할말을 묻는데 박열이 ‘할말은 없네 수고했네’라고 자막은 하게체를 쓰는데, 하게체는 상대를 올려주는 정중체다. 근데 실제 일본어 대사는 반말로 함. 이후 후세이 변호사에게 자막은 하게체 쓰는데 일본어론 존대하다가 후미코 어케됐냐는 박열의 물음에 답대신 살라고 하니까 반말나옴.

이름으로 언어유희하는 게 두 번나오는데 하나는 박열로 바카야로 한거랑 히로히토의 아명이 미치노미야인건 몰랐네.

연기적으로는 이제훈이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가 가장 걱정스러웠는데 늘어진 하품 장면 빼곤 박해영 경위님이 생각안날정도로 항거하는 조선인에 잘어울렸다. 번듯하고 깔끔한 역할만 하던 이제훈에겐 어쩌면 파격변신인데 이제 30대 중반인 이제훈의 연기폭을 한 층 더 넓혀주는 작품이었다. 그의 일본어는 유창하진 않지만 엄청난 일본어대사량을 소화한 것과 연기를 위해 단기학습한 다른 영화들의 사례에서 얼마나 연습했는지는 충분히 보였다. 또 후미코 죽자 단식해서 핼쑥하고 퀭한 모습이 프로다웠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류승범이랑 비슷하단 소릴하는데 “이번엔 따라오지마, 오면 안돼” 거친 모습 안에 따뜻한 멜로감성은 그 대사 때문이라도 이제훈이 잘 어울렸다. 그의 필모가 더욱 윤택해지는 선택이었음은 틀림없다.

최희서는 [동주]에서도 좋았는데 [동주]에 송몽규처럼 가네코 후미코의 매력에 절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호기롭고 주체적인데다 지적이기까지한 매력덩어리 후미코를 제대로 소화했다. 유년기 오사카에서 살았다는데 오사카 말투 하나도 없었고 일본인들도 일본인인줄 알았다니까.  아무리 일본인같이 발음하고자해도 한국인이면 꺼려하는 비음넣어서 발음하는거 보고 완전 인정. 작품을 위해 열정을 불지른게 느껴졌다 여우신인상은 최희서꺼.

예판검사 타테마스 역에 김준한은 처음엔 일본인인줄 알았다가 얼굴이 일본에 없는 상이라, ‘츠’발음할 때 확신했다. 「被告の供述が何を意味してるか分かってるのか?」 여기서 선명하게 억양바뀌는 ‘캇-’이 좋았다. 모가문제얔ㅋㅋㅋ 후미코가 젓가락 집어던질 때 き!(たない)그러고보면 꽤나 타테마스 인물묘사가 세밀하게 살려준편임. 목소리가 투명하고 깨끗해 엘리트 검사역에 아주 잘어울렸다. 백수장은 [범죄의 여왕]에 그 골통 덕수였다. 캐릭터도 덕수의 연장선상이라 한눈에 알아봤다ㅋㅋㅋ 민진웅 충청도 사투리 칠때마다 넘 좋아. 근데 면회에서 조선관복 구한다고 할 때 한국말 할땐 코에다 대고 후세이 변호사가 쳐다보자 ‘아 와타시가’하면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 이거 ‘나’를 나타내는 제스츄어 문화차이인데 거꾸로한거 의도한건가. 정준원은 어디서 낯이 익다익다 했는데 [조류인간]이랑 [프랑스 영화처럼]에서 봤는데 왠지 박열 배신할거 같아서 조마조마했다. 등장한 인물들이 다 실존인물이라 그분도 상하이 넘어가서 독립운동하시고 그랬는데 독립보기 전에 운명하셨다고.

김인우 씨는 [동주]에 이어 악역을 하셨는데, 길쭉한 예민함이라고 해야하나 날선 디테일을 요구할거 같은 이미지에 잘어울렸다. 일본 내각 인물들 발음보면 네이티브인데 이준익감독이 모셔온 신주쿠양산박이라는 극단 배우들이라고. 중견배우분들이라 그런지 발성이 그냥 몇마디 안했는데도 다 좋아. 목소리 좋은 분을 한두명 꼽기도 아쉬울정도로 목소리 좋은분이 많았는데 나카니시 사법대신이 감형발표하던 장면에서 목소리에 반했고, 사이토 조선총독 정운봉씨는 교포인가 싶을정도로 중후하면서 안정감있는 목소리 대박이었고, 나온분들은 대략 크레딧으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처음에 지진나면서 라디오뉴스 보도하던 목소리 완전 좋아서 크레딧 꼼꼼히 훑었는데 안나왔는데 직감으로는 검사역했던 다케다 히로미츠 같음.

[동주]때보다 단역들이 일본어 쓰는 분량도 많았는데 다들 잘하는 사람을 오디션해서 뽑았는지 맹훈련했는지 모르고 들으면 모를 것 같은 사람 많을정도로 일본어가 자연스러워서 만족스러웠다. 진짜 일본인같다고 생각했는데 十五円五十銭 시키는 자경단 한국인이었고, 의외로 감호소장(?)은 한국인인줄 알았는데 일본인이었음. 경시총감 박성택씨는 딱봐도 한국인얼굴이라고 생각했음. 브리핑할 때 열심히 하셨음..


[동주]랑 같은걸 기대한 사람은 [동주]를 재탕하면 되는데 작법이 다르다고 감성팔이라고 하는건 도저히 용납이 안된다. 재판장에서 조선 예복을 입고 한복을 입은게 실화인데 어쩌란 말이냐. 후반은 재판장면이 주를 이루는데 노 전대통령이 부림사건 다룬 딱 그부분의 재판만 다루는 [변호인]은 천만 갔는데, 재판장면 더 길고 영화보다 연극에 가까울 정도로 장소가 한정돼 있고 전개 또이또이인데 지루하다고 지랄발광하는 것들 [변호인]도 지루하게 보셨겠지. 다만 영화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열 열사가 훈장 받을 정도로 애국활동 했던 일이 배경처럼 간소하게 지나가고 억울하게 투옥당한 장면부터 그려지면서 어떤일을 하셨는지 정작 모르고 그래서 업적이뭐냐는 질문이 나오는게 슬프지만 현실이다.
아무래도 애국활동을 하면 역동적인 화면이나 떼씬이 필요해서 저예산 영화라 생략된거 같은데 극중에서 인력거꾼으로 등장하는데 공장노동자나 배달, 인력거꾼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독립자금 마련해 잡지를 출판했다. 극중에 일본신문사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신문보도를 한것처럼 독립신문, 매일신문등 우리 시각으로 보도할 출판매체가 필요했고, 박열은 잡지간행인으로서 우리의 목소리로 인쇄 출판하여 기록할 수 있는 매체활동도 독립활동이었다. 그는 3.1운동 당시에도 지하신문을 발행하여 독립운동 전파에 힘썼고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인유학생을 주축으로 한 독립단체에 간부와 다수의 일본내 독립단체를 조직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해나간 인물이다.
 궁금해서 일웹검색 해봤는데, 일본내에서 개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사는 일본인의 후기가 다수였고 잘 모르고 갔다가 본 사람도 있고, 일본인이지만 [동주]에 감명받고 본 사람도 있고 부정적인 의견은 없는 것은 아니나 대체적으로 이준익감독의 일본인의 시각에 대해 정중한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영화에서는 다룰 수 없는 제국주의 비판과 거기에 동조하는 일본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일본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며, 제국주의 속에 있는 일본인의 내면을 다룬 점에서 이준익 감독의 수완을 느낄 수 있었다는 등, 반일영화라고들 하지만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하는 영화라면서 엔터테인먼트적으로 재밌는 영화라는 반응이었다, 어떤 일본인은 극중에서 응원하고 있는 일본인이 있다는 대사가 나와서 일본인으로서 기뻤다는 글도 있었고, 개중에는 한국여행을 와서 한국인도 안가는 문경의 박열기념관까지 다녀간 블로그 후기를 보니까 ‘애국팔이’라고 쉽게 비아냥대는 한국인보다 양심있는 일본인 앞에 숙연해졌다. 심장이 철렁했던건 영화로 만들어질만큼 박열이란 사람이 한국에서 유명한 인물인가보다하는 글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애국자들에게 무심한 나 역시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너를 왜 감형시켰는지 알아?
살아 숨쉬 채로 세상에서 잊혀지게 만드는거지
貴様をなぜ減刑したか分かるか
生きたまま世間に忘れさせるためだ“

"산다는 것은 그저 움직이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것이 비록 죽음을 향한 것이라도 그것은 삶의 부정이 아니다. 긍정이다.
生きるとはただ動くという事じゃない。自分の意志で動くという事である。即ち行動は生きる事の全部ではない。そして単に生きるという事には何の意味もない。行為があって初めて生きて居ると言える。したがって自分の意志で動いた時、それがよし肉体を破滅に導こうとそれは生の否定ではない。肯定であ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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