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903] 드라마 스페셜 - 우리가 계절이라면

2017. 10. 23. 03:47

마루님

단막극

이상하게 하이틴 영화는 봐도 드라마는 꺼려지던데 단막이라 봤다가 생각보다 여운이 굉장하다.

한살부터 옆집사는 소꿉친구에 초중고 동창 멜로드라마 클리셰 나와주셨고 경쾌하고 풋풋하게 가는구나하고 부담없이 보고 있었는데 아버지 불륜의심 장면부터 갑자기 감정이입이 훅들어왔다. 막장불륜처럼 묘사하지 않고 아주 빙썅처럼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고하는 해림 아버지 후팔 꺼지세요. 아빠입으로 확인사살까지 듣고난 해림이 주변에 들이대는 남자들도 귀찮고 복잡해진 머리에 수험생활까지 겹쳐서 폭발하지 않았을까. 그 상황자체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고 남자고 뭐고 세상이 거북했을거다. 그래서 해림의 행동이 상당 이해가 갔다. 사랑놀이 할 상황도 기분도 시기도 전부 아니니까...

명확하게 사귄다~로 나오지 않고 기석이 언제부터냐고 묻고 해림이 담장이라 대답한걸로 봐선 그날 눈물범벅으로 왜좋아하냐는 물음에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럼 그 이유가 사라지면 그만 좋아하나?"란 동경의 대답이 마음에 들어 사귀었었을 지도 모르지만 실제적으로 오해하라고 일부러 거짓말 한걸로 보였다. 사귀었더라도 이후 동경은 안나온 채 사귄지 헤어진지 어떻게 됐는지는 명확히하지 않았고, 해를넘겨서야 끊어진 붉은실을 이은걸 보고 기석의 마음을 확인하고 재회했으니까. 여담으로 붉은실이 인연을 이어주는 의미인건 중국에서 전해져내려오는 건데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도 통용되고 있음. 붉은실 종이컵에 붉은실 목도리.

기석의 입장에서 해림에게 동경이 우산씌워주던 걸 보고 그렇게 열이나는데도 더티플레이를 하면서까지 이기고 싶었나보다. 처음에 손내미는 동경의 손까지 뿌리치는걸 보고 못났다 했는데 치기어린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자기가 고백하려던 10시에 동경을 만나는걸 보고 이후 아무것도 이야기 해주지 않고 그만하자는 해림의 말에 해림부친의 사정을 모르고는 동경이 때문이라고 오해했고 내내 외면했던듯.

"너는 잘 지냈냐?"
"못 지냈지. 널 모른척하면서 내가 어떻게 잘 지내냐."
말쑥한 차림의 갓 스무살이 뭐이렇게 진득한 연애전선을... 난 잘지낸다고하고 그렇게 해림은 기차를 타고 기차와 자신의 첫사랑을 보내주는 것으로 마칠 줄 알았다. "그래도 마지막인사까지 안하면 안될 거 같아서... 잘가, 윤해림." 여지없는 대사도 예상을 확신으로 굳히게 만들었다. 당연히 이쯤엔 키스각이구나... 고3 1학기 수행평가를 졸업하고나서 하네 했는데 해림이가 영화보면서 엔딩 키스 보다 엔딩 포옹이 좋다던 그 말을 기억하고 꽉 안아주는게 [나의 소녀시절]도 생각나면서 끝이 아니구나 왠지 다시 또 시작할거라는 기대감이 드는 열린 결말이었다.

멜로감성이 진할줄 몰랐다. 99년생 첫사랑 이야기보다 재회를 10년만에 한 89년생 사랑앓이라고 믿을법함. 남주는 첫사랑에 풋사랑이라도 여주의 사랑에 대처하는 태도가 연애 n년차같았다. 남주가 해림모친에게 상담했을때 관계를 깨고싶지 않다고 했는데 속으로 제발 그랬으면했다. 기석이랑은 애인보다 계속 친구하고 싶은 스타일. 본성은 착한데 너무 즉흥적이고 감정적임. 수행평가 제출 때문에 usb주면서도 눈한번 안맞추고 "꼴보기 싫어 너" 기석의 마음은 이해가지만 차가운 그 한마디가 신속한 커튼치는 손놀림이 베일듯이 날카로웠다. 결말은 열어두었지만 암튼 19년지기 절친도 연애로 얽히면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건가 그게 최선인건가 그깟 사랑이 뭐라고...

장동윤은 누구 닮았다했더니 장진영이랑 비슷한데 더 밋밋한 하위호환.. 김산호도 조금 닮은듯. 남주치고 너무 평범해서 초반에 조금 적응이 안됐는데 연기를 자연스레 곧잘하니까 익숙해졌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진영이랑 장동윤 둘 다 아무리봐도 대학 졸업한 나일거 같은데 교복ㅋㅋㅋ 99년생은 진짜 아님. 진영이 연기 왜이렇게 느끼하지 빤히보다가 눈 가늘게 천천히 뜨면서 꿈뻑하는거 연기티 너무남. 신수빈이 자연스럽게 연기해서 더 비교됨. "신경쓰라고 한말이야", "근데 너 좀 설렜지?"라는 대사나 무슨 고3이 일케 아재같냐했는데 대사로 느끼하다고 나와서 작가의 시청자 독심술에 흠칫 놀람. 것도 2번이나.
채수빈도 같은 구르미에 나왔는데 구르미 감독인가. 학생인데 눈썹붙이고 아이라인 그린게 춈 거슬리고 발성톤 너무 높음.
연출이 클로즈업샷이 너무 많다... 바스트샷은 왜 안따. 풀샷도 있긴한데 중간이 없어 답답했다.
극본이 센스가 있었다. 느끼한지점 다 알고 쓰는거나 열나는 기석이한테 열옮겨달라는 친구 있을법한 장난에, "그럼왜 선을 긋는건데" 아무리봐도 연애 n년차스러운 장면을 지각후 벌서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잔꾀가 말짱했다. 엔딩에 눈발 가득 날리다 기차 라이트에 화이트아웃으로 열린결말한거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 오빠야 가사 '너를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데 그누구도 서로 말을 안해요'랑 기석이 언덕 올라오며 쭈쭈바 빨면서 하와이언 커플 '귀여워 귀여워 웃을 때 귀여워' 가사를 고려한 선곡도 잔망 쩔어.
별로였던건 기석이 마시던 초코우유 해림이 눈치주자 빨대째로 받아서 남이 먹던 빨대로 그대로 먹는거 개토나왔다. 진짜 아무리 소꿉친구고 절친이고 그이상의 스스럼없는 관계 소구라도 기겁했다. 제발 625시절에 멈춘 위생관념 탑재좀.

우리가 계절이라면 지나고 다시 오겠지. 간만에 좋은 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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