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005] 드라마 스페셜 - 강덕순 애정변천사

2017. 10. 24. 07:16

마루님

단막극

치명적인 누설이 있습니다

뭐야뭐야 순박한 여주의 경성상경기까지만 해도 토속적인 한국정서를 가벼운 템포의 연애기인줄 알았더니만 생각지도 못하게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하면서 뭉클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무게감있고 진중한 분위기 보다 상당부분 발랄한분위기였던 것도 부담없이 재밌었고, 수많은 일제강점기를 다룬 작품이 주막집 딸들 처럼 대업하는 위인들이 주인공이라 주인공도 당연히(?) 그쪽으로 나갈줄 알았는데 후방 독립운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되새겨준 신선한 작품이었다.

"떠난놈 이름외워 뭣해? 덕순이라 썼어 니이름"
"홀로'독' 설'립', 독립. 다른것에 의존하거나 예속되지 않고 홀로선다는 것이야. 내가 먼저 당당하게 홀로서야만 남도 있고 사랑도 있는거야."
대한 독립과 덕순의 홀로서기 독립이란 두 가지의 의미를 관통시킬 발상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시대는 1926년 여성은 배움에 배제돼 한글 까막눈이 태반인 현실이었고 그 당시에 묵묵히 활약한 여성독립군들도 모두 현실이었지만 후자는 묻혀있었다. 심지어 독립유공자 지정도 제대로 받지 못한게 절대다수인 지금 의미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자기도 독립 주요임무를 맡을 줄 알았다가 심부름이나 연락책, 허드렛일같이 시시한게 주어지자 그런 작은일도 독립운동이라는 말. 여태껏 생각해본적 없는 독립지원하는 일의 가치도 곱씹어보게 됐다. 문득 조선 독립운동을 도왔던 후세 타츠지 변호사 집에 당시 우유가 귀했을 시절에 우유를 공짜로 넣어줬던 일. 독립에 힘을 보태고싶었던 조선인의 작은 마음도 다 작은 독립운동이 아닐까란 생각이 닿았다.
 용감하게 주소만갖고 찾아든 덕순이의 순정은 누구보다 주체적인 사람이었다. 자기보다 4살어린 동생에게 한글 가르쳐주니까 바로 선생님하고 살갑게 구는거 하며, 언니라고 해보라고 했다가 무시 당했는데도 강요하지 않고 넘기는 융통성에 나중에서야 언니야하고 부를 때 나도 울컥했다.
 꽃신과 립스틱 떡밥회수하는 센스도 인상깊었다. 재치와 재능이 보이는 극본이었다.

"멍청한 것이 비겁한 것보다 낫잖여"
거사를 앞두고 뜻밖에 석삼과 조우할때는 료스케도 낳고 친일파 집안에 장가들은 김석삼에 진저리가 쳐질만한데 왜 도왔을까 갸우뚱했는데 마지막에 쪽지와 진웅이... 나보다 한참 덕순이가 어른이구나 했다. 결국 석삼도 깨닫고 입체적으로 변하는게 픽션이지만 연애코드에도 참 사람냄새 나게 썼다.

보통 연소자는 해요체와 연장자는 해라체를 쓰는데 주막어른이 덕순에게 하게체를 쓰는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모습과 당시 세계적으로 아나키스트와 사회주의 물결이 있었던 때라 동지라는 호칭도 시대적상황에 부합한다. 다만 충청도 사투리 너무 과장돼서 ~유 등 한껏 오버했지만 그정도는 감안가능.

주인공 어쩜 저렇게 연기를 물만난듯 잘하냐. 표정이며 눈빛이며 거칠것없이 자유자재로 쓰는데 [욕망의 불꽃]에서 신은경 아역이었던 김유정을 봤을 때 감탄했던 이래로 그 감정을 또 느꼈다. 까무잡잡하게 얼굴빛을 확 죽이고 꼬질꼬질한 무명옷을 입어도 싱그러운 아름다움이 검댕이칠을 뚫고나왔다. 촌스러운 패션과 단발머리마저 사랑스러웠던 [응답하라 1988] 혜리봤을때 그 느낌도 났다. 검댕칠을 해서 이정도면 평소 얼마나 이쁜걸까 연기잘하는 아역 많구나하고 검색해보니 김소혜라고. [프로듀스 101] 안봐서 설마 IOI 동명이인인줄 알았다. 심지어 첫연기?????????연기 천재세요?? 천연덕스럽게 잘소화해 연기 첫도전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오승윤은 이젠 성인연기 익숙해짐. 이목구비가 일본 스타일링이 어울려보임. [사랑비] 촐랑대던 역보다 이런 차분한 쪽이 잘어울리네. 일본어 연기 나올줄 몰랐는데 외워서 한거치고 생각보다 억양이 괜찮았음.
다른 분들은 나애향 역의 박규영이 그나마 괜찮고 다들 연기가 어설펐음. 단막이니깐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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