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동화 - 마스크의 저주

2018. 10. 9. 01:57

마루님

단막극

우연히 알게된 어린이 드라마. 과거회상이나 과도한 친절 빼고 적당히 2화정도였다면 좋았을걸 그래도 웬만한 망작드라마 보다 나았다.

마스크를 써서 자기와 다른 인격이 나오는 신비한 힘은 영화 [마스크]에서 따왔고, 초록색 눈으로 다른 인격을 연출하거나 음성변조는 [M]에서 따왔다. 등장인물 패션,구권 지폐,번호판에서 요즘이 아닌건 알았는데 여주 책장에 HOT사진 보고 98~01년 pc방을 보고 늦어도 02년쯤 추측했는데 극중 어릴때 사건이 99년이고 현재가 4년후이니 2003년. 여러모로 90년대 그늘 아래있었다. 특히 음향효과가 섬세함없이 투박한 음산함에만 잔뜩 도배한게 꼭 90년대스러웠다.

왕따로 괴롭힘 당하던 친구가 의문의 마스크를 쓰고 힘을 가져 괴롭혔던 친구들을 응징하는 내용인데 착한친구가 당하는 에피들이 현실적이긴 하다만 치욕스러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나가떨어지면서 대걸레에 얼굴이 닿는다든가... 성인이면 아무 느낌없었을텐데 아동배우라서 어설프레 닿는 흉내만 내는것도 힘들진 않았을지 안쓰러웠다. 뭐 세월이 벌써 15년전이라 아이들도 거의 삼십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돼있겠지.

세월에 비해 그렇게 유치하지 않았고 대사라든지 성숙한 태도 등에서 그시절 어린아이들을 대변하기 보다는 속에 성인작가가 들어있음이 훤히 잘보였다. 승연이의 깍듯하고 예의바른 행동이나 진욱이가 어른을 속일 요량이든 뭐든 어른앞에서만큼은 말본새가 매우 공손하고 단정했다.

드라마를 보며 새삼 어린 아이들의 사회를 통해 그 민낯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약육강식의 시대에는 진욱이처럼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청동기시대 곡식을 저장하는 사유재산 축적이 가능해지면서 힘이 아닌 계급사회로 변모했다. 힘을 가진자도 돈앞에 굴복시키고 대다수를 지배할 수 없는 사회권력으로 통제하는 것. 우리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힘의 논리 앞에 지배당하다가 사회 진출하고 나서는 성공한 친구, 자수성가한 것으로 우열이 갈라지는 것도 물리적인 힘이 가장 원시적인 지배지만 체제를 통해 힘을 무력화 시킬 수 있다.

그렇게 당면한 힘의 사회 아래 은호는 2학년까지만해도 당당히 진욱이의 도둑질에 돈이라면 줄수 있다며 훔치던 지갑을 빼앗고 자기 지갑에서 돈을 주며 도둑보다 거지가 낫다며 진욱이를 창피하게 만들던 패기는 어디로 가고 6학년이 되자 무력하게 가방셔틀하면서 온갖 구박과 멸시 돈까지 강탈당하면서 찍소리도 못했다. 호시탐탐 전복의 기회를 노리지만 힘의 격차가 허락치 않았고 진욱이 대놓고 농락하는데도 자존심이 꺾여도 대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럴거냐는 은호의 물음에 진욱은 "니가 싫어질 때까지. 왜? 그게 언젠지 궁금하냐? 언제긴 언제겠냐 니가 날 이기는 날이지." 그런날이 언제 오겠냐는 조소와 함께.
마스크를 쓴 은호가 당했던 걸 그대로 되갚아주며 도둑으로 몰렸던 누명도 모두 앞에 망신당했던 것도 그리고 예전부터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던 승연이 짝도 되찾았았다. 자신을 짓밟았던 진욱이 똘만이도 전세가 역전되자 성떼고 이름만 부르는게 어린이 드라마의 묘미였다. 암튼 단지 힘만으로 자신의 세계를 전복시켰다. 여자가 만약 남자와 대등한 힘을 가졌다면 승연이 진욱이나 은호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굴복시킬 수도 있었을거다.

한편 마스크와 은호의 인격이 충돌하면서 점점 마스크의 인격대로 끌려가고 있었는데 너무 멋대가리가 없어서 승연이와의 러브라인도 파토내고, 중학생도 팬다던 진욱이한테 엄마없고 아빠 폭력전과에 알콜중독 서사까지 줘서 마냥 미워하기 힘들었다. 뭐 복수를 하더라도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으로 되갚음은 하지말란 의도는 알겠는데 후반은 진욱이가 불쌍하고 마스크가 꼴통같았다. 승연이랑 진욱이 사귄다고 짝을 바꾸었고 마스크는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거라고 하면서 그 사이에 끼어 왔다갔다 짝바꿔준 여자애 체면도 있을텐데 가만히 있으니까 갑자기 책상 쓸어버리는데 인성쓰레기짓에 깜짝 놀랐다. 7세 관람가

러브라인도 나름 착실하게 쌓아서 승연이가 미국 다녀와서도 한결같이 좋아하는 것도 은호의 마음씨. 진욱이가 2학년때 자기멋대로 볼뽀뽀 한거가지고 은호 들으라고 그때 뽀뽀한거 안잊었다는 둥 블러핑하고 애들 다 나가라고 하고 단둘이 있을 때 고백하는게 웬만한 성인남성 못지 않았다.
그런데 진욱이는 정말 승연이를 좋아해서 은호 괴롭히지 않으면 사귄다고 해서 약속대로 은호 안때리고 봐준게 얼만데 마스크에겐 승연이도 방해라고 없애야한다고 하니까 초딩 맞나. 여러모로 성인드라마 뺨치는 7세 관람가 드라마.

암튼 중간에 승연이가 열혈으로 해결책을 찾아다니면서 찾아간 기자한테 뜻밖에 소식을 듣는데 그 저주의 시작이 토-꾜-도 아니고 오끼나와랰ㅋㅋㅋㅋㅋ사사끼ㅋㅋㅋㅋㅋㅋ일본이라는데 넘나 한국애들에 한국배경에ㅋㅋㅋㅋ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정말 그게 제일 뜬금없어서 터졌다. 일본 신문에 띄어쓰기도 있었고ㅋㅋ

극중에는 부각되지 않지만 진욱이는 허름한 집에 대낮에 술 한병달라고 초딩붙잡고 사정하는 한심한 아빠에 방은 개판, 진욱이가 삥뜯은돈으로 게임방도 갔겠지만 아빠 술사는데 드렸을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은호네 집 갔을 때 깔끔하게 정된 은호방, 은호 엄마가 우리애는 애같다고 하자 의젓하게 은호를 칭찬하던 진욱... 왠지 개똥같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서 부러워하던게 생각났다.

아이들이라서 때리는 장면에 때리는 장면만 따고 애가 맞는 장면은 없어 폭력을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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