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미스 함무라비

2018. 7. 19. 08:09

마루님

Drama/완주

A급 인생의 B급 이야기 혹은 이치마이를 거부하는 니마이 이야기. 법정물은 수사물과 다르게 추리하는 맛도 없고 생각보다 드라마틱하지 않아서 최근 법정물이 쏟아진다고 하는데 의외로 몇 개 본 게 없다. 볼사람만 보는 것.

첫회가 제일 재밌었고 사람을 믿는 오름이만 믿고 한드는 결말을 잘 보지 않는 주의지만 간만에 끝까지 봤다. 웰메이드가 되기엔 단점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상당했고 아쉬웠다. 작가가 현직 부장판사든 데뷔작이든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대본으로 돈 받으면 프로고 결과로 말하야 하기 때문에. 첫째, 생각보다 너무나 러브라인이 치우쳤다. 메인 연애서사도 생각보다 과한데 서브 연애서사까지 가관. 본방 잘 안보는데 시간나서 본방 챙겨보다가 서브 서사 실시간 방영중인데 스킵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둘째, 매번 후반부는 감동을 과장해서 그린다. 안그래도 신파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 대본에 웅장한 OST까지 더해져 신파의 정점을 찍는 연출까지. 어딘가 익숙한 CJ감성실제 NEW제작이 함정, 셋째, 교훈을 꺼내는 방식이 직접적이다. 감동직후에 직접 오늘의 교훈을 읊조리는 대사까지 쳐주면 어디 넣어도 손색없을 거 같은 [히어로] OST. 일드에 익숙한 나지만 연애는 한드, 교훈은 일드같은 짬짜면같은 드라마였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를 끝까지 지켜본 이유는 특별함이 그 단점들을 뛰어넘었기 때문. 이 드라마 등장인물은 선악을 이분법하지 않는다. 마치 현실세계처럼. [그들이 사는 세상] 노희경 작가는 주준영의 입을 빌려 말했다.  “지금 내 옆의동지가 한 순간에 적이 되는 순간이 있다. 적이 분명한 적일 때 그것은 결코 위험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동지인지 적인지 분간이 안 될 때는 얘기는 심각해진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았어도 그런 순간이 올 때 과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될까? 그걸 이미 알 수 있다면 우린 이미 프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진짜 내편인지 아닌지 구별하기는 그리 녹록치 않다. 항상 드라마는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를 분명하다. 프로타고니스트가 안타고니스트로 밝혀지는 순간만을 ‘반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딱 떨어진 선인도 악인도 아니다.

 한세상만 봐도 처음엔 조신하게 안입는다고 쉽게 여자탓을 하는 성역할에 꽉막힌 사람에, 계급장 떼는 꼴 못보고 '부장이 부장이' 입에 다는 꼰대지만 집에선 자기 딸들 안위 걱정하고 누구보다 배석들 챙기며 보호막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그치만 왜저렇게 사소한 일에 불같이 언성높이는지 본성은 착하다고 한들 툭하면 불같이 화내는 게 싫었다.
 수석부장은 사고 치고다니는 박차오름 판사를 못마땅해하고 시끄러운 일 생기는 데에 누구보다 회의적으로 성공충의 칼럼 아이디어 도용도 눈감아 주라고 엘리트주의 시선으로 사안을 봉합하려고 다독임. 기존 작품같으면 악역으로 시련을 주기위한 도구캐로 그리기 쉬운 인물이지만 마지막에 젊은 판사들의 외침에 귀기울이는 것으로 입체적인 변화를 겪음.
 감부장 사건을 보고 캐릭터로 선악을 가르지 않는다는 것을 쐐기를 박는것처럼 보였다. 감부장은 친분으로 사건 청탁을 해왔다. 언제나처럼 박판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곤궁에 빠뜨렸다가 박판사가 고발하면서 정의구현 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감부장은 박판사를 두둔하고 오히려 박판사의 신임을 얻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청탁을 하는데, 아주 에둘러서. 감부장이 체포당할 때는 조직내 엄청난 압박적인 멸시를 받는 건 옳은일을 한 박차오름이라는게 하이퍼리얼리즘이었다. 감부장은 신망 두텁기로 평판 좋은 부장판사였고, 조직사회의 송곳같은 박차오름이 그의 앞길을 방해했다고 오히려 가해자가 동정받고 용기낸 사람은 괜한짓 한 걸로. 정의가 부패한 사회의 현실의 내음은 악취였고 그 악취에 질식했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나는 악인은 절대 악마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가장 상냥하게 속삭이며 눈한번 질끈 감으면 될 듯이 유혹한다.
유일한 악인 성공충조차 나는 악인이라고 보지 않는다. 실제 아래사람 쪼아 출세하려는 소시오패스들이 악착같이 승진하고 잘되면 내탓 안되면 남탓으로 ‘열심히’하려고 자기 합리화 한다. 실제 그 소시오패스들이 한자리씩 차지하면서 거들먹거리며 가끔 시혜적인 시선으로 사탕이라도 하나씩 주는게 지들은 평범하게 열심히한 결과라고 알기 때문에. 성공충이 지가 아쉬울 땐 동기들에게 형님형님하다가, 고법부장으로 승진하자 은근히 수석부장에게 태세전환 하는 것도 피식했다.
 배곤대는 배석들에게도 꼬박꼬박 존대해주는게 배석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를 높임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더 높이기 위한 위선같은 거다. 속기사랑 연애하는 걸 알고 반말 하는 걸 보면 얼마나 위선적인지... 그런게 재밌었다.

솔직히 사건은 몇차례 지나다 보니 패턴이 간파되어서, 차라리 오피스 리얼리티로 소소하게 재밌었는데 부장들끼리 술자리에서 둔재니 뭐니 너스레 떠는거 보고 동동구르다가 보왕이 학교 법대교수 거론하다가 공대출신이라고 하니 잠시 정적 위화감 보고 감탄. 성공충이 먼저 고법부장으로 승진하자 한껏 어깨에 힘들어가서 배석들에게 영감들 어쩌고 한거나, 배곤대가 먼저 승진한 그를 두고 메인스트림 운운하며 무시하는 마인드 너무나 KS셔. 오피스 리얼리티가 건빵의 별사탕 만큼 적었지만 인상적이었다. 차기작엔 더 넣어주세요.
수도없이 대중은 통쾌함을 원한다고 누차 밝혔지만, 이 드라마는 다른 법정드라마들이 그래왔던 것을 본 후에 나온거라 아마 모르지는 않았을듯한데 그러지 않았다. 이사장 부군 준간강 사건에서 오름이는 자신이 치우친 판결을 낼까봐 자중하고, 대형로펌의 유도심문 공세에도 강간판결을 이끌어냈는데 분명히 옳은 판결을 냈지만 극중에선 환호하지도 않고 후련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판결 듣자 쓰러진 가해자 걱정을 하고 부장판사는 자신의 판결이 틀렸던 사건을 회고하며 중압감과 함께 무겁게 엔딩했다. 3회도 그렇고 다음회차 호기심을 끌려고 낚시하지 않고 여운을 시청자의 몫으로 돌렸다.

NJ그룹도 여러모로 특별했다. 보통 드라마속 재벌은 남주로 돈도많은데 선하기까지 하다. 실제 재벌 기사들과는 다르게 재벌의 인품을 고평가로 묘사하지만, 민용준은 가진돈으로 세련됐을지언정 탯줄로 얻은 부에 특권의식으로 위에서 굽어보며 돈으로 해결하려들고, 일감몰아주기로 큰 거나 회사를 자기소유로 생각하는 데 전혀 거리낌없다. 준강간 사건을 청탁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특권층에 걸맞는 위선을 세련된 매너로 포장했을 뿐. 이태성이 연기를 잘했으면 의뭉스럽고도 위선적인 복합적인 인물을 더 잘 그려낼 수 있었는데 이태성이 흑화된 연기를 할때마다 과장된 표정연기와 검은 속내까지 다 보여줄듯한 대사처리에 이렇게 연기를 못했나? 백만년전에 [너를 잊지 않을거야]에서 풋풋함에 못봐줄 정돈 아니었는데 후반부에 다면적인 연기를 했어야 할 시점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게 너무 보여서 민망할정도였다.

법정드라마 말고 로맨스드라마로 봤을 때는 썩 괜찮았다. 남주가 가진건 독립된 헌법기관 자부심과 명석한 두뇌뿐이지만 얼마나 반듯하게 자라서 상대에게 고백을 할때도 거절에 순응할 때도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 정직해서 바람직한 남주상을 그렸다. 불만인건 바른이 부친이 IMF에서 해고당한게 벌써 근 20년인데 무슨 남의 피 헌혈해주는게 대단해서 전화 갖고 다니는게 그렇게 대단하다고 치켜줄일이며, 오랫동안 불륜해서 사생아 동생을 뒀다는 오해를 하면서도 한집에 있었던게 어이가 없고 그러면서 불쌍한척 동정표에 사람은 좋다고 인물이 좋다는 둥 사람구실 하나도 한게 없는데 영혼까지 끌어올려 칭찬해서 보는사람 복장을 터뜨렸다. 집에서도 하는일 없이 TV만 보면서 정말 식충이가 따로 없는데 반해 모친은 한시도 쉬지않고 일하고 있는거 너무 [밥 잘사주는 예쁜누나]집안이랑 비교됐다. 아무리 포장해봤자 포장 안됨. 돌아가.

그리고 주취폭력해서 감경해주는거 가해자에 감정이입하는 거 너무 역겨웠다. 바른이가 그 때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쏴대지 않았으면 때려칠 뻔했다. 간혹 한세상도 범죄저지른 가해자 형량을 두고 감옥가서 어떻게 지내는지 아냐고 무게를 생각하라는 둥 헛소리하고 있는데, 그 폭력에 죄없이 당하는 선량한 시민을 생각해서 사회에 방생하지 않도록 판결해야하는게 판사들의 임무 아닌가. 시골이라 술먹는게 낙인데 전과 36범에 못고치면 사법이 고칠때까지 쳐넣으셔야지 형량 깎아주고 앉았어. 인명피해 당해야 그때서야 외양간 고치려는 마인드로 허락되지 않은 사법 온정을 베풀 것도 주취폭력과 음주운전이 대상이어선 안되지. 죽었다깨도 먹고살돈 없어서 저지른 장발장같은 생계형 강도나 참작할만할까. 그회차 너무 빡쳐서 하차할 뻔.
보통 드라마에서 검사나 변호사가 재판을 주도하기 때문에 그들의 활약으로 판사들이 판결이 좌우되는데 한쪽으로 흘러가는 걸 보고 오름이가 면밀히 심문을 유도하는걸 보면서 판사들도 주도적일 때도 있구나. 본드사건 때문에 판사가 공장을 찾아갔다는 에피소드를 보고 또 판사가 얼마나 업무가 많은데 신파 나왔다고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실제 판사와 목사 이름나왔을 때 반전이었다. 픽션보다 더 열정적인 현실속 그들의 노고에 숙연해졌다. 그리고 능력있는 변호사로 나오는 사람들 증인심문이 아니라 유도신문이 정말 장난 아니었는데 준강간사건 변호사 톤도 특이하고 전혀 관련없는 사실로부터 원하는 목적으로 목격자 진술 신빙성 파괴하려고 하는데 악의무리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연출하지 않고 유도심문 차분하게 해나가는거 보고 소름돋았다. 목격자에 이입해봐도 보통 언변이 아니어서 코베어가겠더라. 그래서 외부에서 볼 때 명확해 보이는 사건이 재판 판결에선 이해안가는 것도 그런 변호사 수완인건가 싶기도 하고. CCTV는 재단에서 어떻게 돈먹이거나 한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너무 나갔다ㅋㅋㅋ 암튼 박판사를 궁지에 몰기 위해 신문, 종편, 댓글폭격으로 압박했는데 [리갈하이] 1편에 코미카도가 여론전하던 수법으로 정반대측을 보자니 오싹했다.

남주의 내레이션도 신선했고 작가가  감정이입하고 쓴게 임바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름이가 연수원때 존경하던 교수님이라고 변호사에 인사하는 장면 자기 경험담 녹여낸게 오름이가 작가가 믿고싶은 이상이고 바른이의 개인주의적 성향인게 느껴졌다. 후반부 되어서는 한세상이 배석들을 이끄는 부장자리에서 무게감을 느끼며 마지막에 책임을 진것도 한세상이 현재 자신이 느끼는 기성세대로서의 할 일을 고민하는 캐릭터였고. 속기사가 부업으로 소설책 낸 작가로 미스함무라비 대본을 쓰는 거까지 다 자기캐릭터를 어느정도 투영한 작품이구나 싶었다.

극중에서 한세상 빼곤 다들 존대를 하는데 그 보이지 않는 급간의 간극이 있는게 다 보이는게 일반 직장과는 달랐는데. 일반직장에서도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그러는데 술자리에서 언니라고 한거까진 이해되는데 직장에서 언니한데서 깜짝 놀랐다. 사적인자리에서야 그렇다쳐도 홍판사 같은 판사선후배끼리 언니언니했던건데 계약직 속기사에게도 했다는 건 정말 권위의식이라곤 깃털만큼도 없어보여서 정말 그런 사람이 실존할까 싶음. 공교롭게도 속기사와 사귀는 정보왕이지만 좌배석이 형이라고 하자 형은 아닌거 같다고 쳐냈는뎈ㅋㅋㅋㅋㅋ첫회에 바른이도 오빠라고 부르는 오름이에게 법원에서는 아닌거같다고 정색했음. 문판사님은 오름이는 이상이고 성향은 바른이니까 실제론 바른이처럼 하지 않을까. 아닌가?  아님말고.

14회에서 갑자기 연애드라마 한창찍더니 직장사람들 주루룩 나오는거는 악몽같았다. 마지막회 무드 미리뺀거도 약간 의아했는데 동료들은 둘째치고 아이들까지... 아 부담...
아무리 해피엔딩을 위했다고 하지만 오름이를 짓누르던 큰 짐 속에 엄마를 정신병원에 심각한 정신병처럼 묘사해놓고 호전되는 거라도 보여주든가 결말 돼서 뚝딱 해결한건 졸속. 그거 빼곤 허투로 보던 엑스트라까지 알차게 떡밥회수.

고아라 [홍길동]때 막힌 발성이더니 대사치는 발성이 많이 발전했고, 김명수 연기하는거 처음보는데 꼴뚜기 목소리에 놀라고... 대사톤이 안정적이어서 차차 적응돼갔다. 그 “내말들어 박차오름 내가 안괜찮아”할 때 평소 화 안내던 사람이 힘주어 말한다고 약간 삑사리 톤에 약간의 떨림같은게 마음에 들어서 예고를 보고 또보고. 다만 발음이 매번 부정확해서 몇 번이나 다시듣고 다시듣고 특히 초반회차 웅얼웅얼 심해서 짜증났는데 후반부터 좀 나아졌다. 발성발음 연습 많이해야겠음.
그런데 성동일은 연기 자체는 괜찮은데 말할 때 숨을 입으로 들이쉬는 거친 숨소리 너무 거슬렸다. 전형적인 흡연자의 걸걸함 꼭 고쳤으면함.

시즌2는 나오면 좋지만 꼭 바라지 않고 각자의 길대로 좋은 작품으로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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