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사쿠라

2021. 6. 1. 13:17

마루님

영화/비추

-결말 누설이 있습니다-


개이름이 제목인거 치고는 개가 주인공이지 않고 큰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인에 불과하다. 딱히 개가 아니어도 벚나무 였어도 상관없었다.

뭐 나오키 문학상 수상의 소설원작 영화라고 해서 작품성을 기대했는데 뚜껑열어보니 순한 [몽정기]랑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 합친느낌. 가족드라마는 대체적으로 싼마이 느낌은 안나는데 그저 맥락없이 쎄ㄱ스껙스 하는 남중딩처럼 짜증나게 성적코드를 집어넣어서 이게왜? 갑자기? 어이없음. 당연히 야한장면 따윈 없으며 흥분되라고 만든게 아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흐름을 꺼뜨리고 가족애 사이에 부조화스럽고 민망하다.

- 실제 아동인 6~8세 남짓한 아동배우들을 앞에다 두고 성교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정자와 난자와 어쩌고 하는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세련된 방법은 없었나. 아역이 실제 아동이기 때문에 내가 애기였으면 충격이었을듯. 엄마 얘기를 들은 애들 대사도 영 찝찝.
-둘째 여친방장면 장면 전환 사이사이 무의미하게 많이 넣음. 다른장면에서 맥끊음. 둘이 사랑해서 하는게 아니고 그냥 동정떼기+관성적으로 하는 거라 대사처리해도 될거를, 특히 형이 하반신 마비 직후 슬펐지만 여친에게는 티내지 않고 했다 이건가.
이게 약간 그 무라카미 하루키나 다자이 오사무 등으로 대변되는 일본소설 특유의 성교를 갈구하면서도 관조적인척 허무주의로 달관한척 하는거가 소설에서는 통했을지언정 영상화 되니까 영상작법에서는 영 감성이나 사상적 스노비즘이 초월된게 아니라 그냥 생각 없고 상스러워짐. 약간 프랑스영화처럼 있어보이는척하는 연출이 아니라 연출톤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가족영화여서 더더욱 영화톤과 삽입한 코드가 겉돌았다. 밥에 우유 말아먹는 느낌.
약간 근친, 동성애, 트젠 코드도 살짝씩 건드는데 전반까지는 그저그런 진부한 싼마이가 왜 나오키상? 의문이었다가 첫째가 갑작스런 사고로 안면상처 하반신 마비를 당하면서 핵심소재는 장애를 둔 가족으로 급변한다. 신파 극혐해서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같은 사회고발적 내용과 울지않고 울림을 줄수 있는 작품을 높이 사는데 이영화는 작품성은 둘째치고 여태껏 울지않던 일본 정서가 되게 해괴하게 느껴졌다. 하지메가 사고를 당했을 때 아무도 울지 않았던거는 하지메를 위해서 라고 생각했지만 장례식에서 조차 아무도 울지않았다. 사고를 당한후로 셋째가 이상행동을 하는데 뭔가 유아퇴행 같기도 하고 현실부정인지 하지메를 독점할수 있게되서 돌은건지 왜그런지는 영화로썬 알수 없다. 그런 그가 장례식에서 미친거처럼 돌발행동을 하고 눈물대신 오줌을 지릴때는 기함.
이 영화에선 아무도 누굴 탓하지 않는다. 차라리 [걸어도 걸어도]에서 가족한테만큼은 자기 아들이 구해줘서 산 남의집 아들이 당연히 내년에도 와야지 하는 한서린 모습을 보여줬는데, 사고를 낸 택시기사도 원망하지 않고 여태껏 하지메가 애타게 기다렸던 여친 편지 수십여통을 숨긴걸 미키가 해맑게 꺼냈을때 쳐맞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카오루한테 진짜 주먹으로 맞긴 했지만 부모님이 혼내지도 않고 뜬금없이 아빠가 그 편지 담아둔 가방들고 집나감. 그리고 아빠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마도 혼 안냄. 그나마 사쿠라가 병으로 앓을때나마 전에 다니던 병원 망했다고 없으니까 모르지 하고 다른 감정선에서 울던게 여태껏 모든 잘못을 이걸로 퉁쳐서 해소하는건가 싶음. 그리고 사쿠라의 갑작스런 똥싸면서 이 모든 가족간의 얽힌 감정이 한방에 퉁쳐지면서 얼렁뚱땅 결말맺음. 그와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언제죽을지 모르니까 좋아한다 고백할거라고 뭐그런 괜찮은 요지의 말도 상스러운 대사로 쐐기를 박았다.
뭐 항상 천박하거나 특이한 설정은 칸사이 사투리 쓴다니까. 배우들은 유명배우지만 꼭 사투리 못하는 배우써가지고. 미키가 편지 읽을 때는 거의 표준어고 카오루가 내레이션 할때는 아예 표준어ㅋㅋ
-훔친 편지로 [아메리칸 뷰티] 흉내낼때 피가 식는 느낌. 추모도 자기반성도 아니고 그걸 또 성적코드로 소비하는 발상에 아연실색. 하지메 방에서 호두는 작작좀 하지 극의 의미조차 퇴색돼버렸다.

솔직히 하지메의 얼굴상처 특수분장티가 너무나서 현실감은 덜했지만 20대 잘생긴 남배우로서 요시자와 료가 영화 전반부에 멋진연기는 잘 받아먹었지만 후반에 내면연기를 요하는, 특히 계단을 올라가지 못해 좌절하던 장면에서 연기력 부족이 날것으로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비주얼을 포기하고 장애를 연기한 연기혼 만큼은 치켜세워주고 싶다.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극에서 중점인물 치고는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되게 단편적으로 나오는데 하지메가 음식 쓸어버리는 장면도 여타 영화 인물이었으면 인성ㅉㅉ했을걸, 한순간의 사고로 인한 상실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리고 어릴때 놀렸던 페라리 아저씨 처럼 이제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되었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하는데... 되게 말로 형용할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처음에도 계단이 너무 많은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고당한후로 휠체어를 타야하는 하지메에게 차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자체가 엄청난 일이 돼버렸으니 그런 사소한 일상에서의 좌절감+잘난 얼굴이 눈탱이밤탱이에 표정조차 마비되어 자연스럽지 않고 눈에 띄는 상처+야구는 커녕 일상생활도 힘든 하반신마비. 집이 평지였다면 나았을까.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하지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이를 먹는 게 무섭다'며 자살한 하지메. 하지메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나이먹는 노화가 문제가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버거운데 한창 하고싶은 연애나 취업 미래는? 당장 1년뒤는? 생에 의지가 확고한 사람이 대단한거지, 그 삶을 견뎌야 하는건 하지메니까 그의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

키타무라 타쿠미 본의아니게 자꾸 필모보게되는데 내성적인 연기로는 제일 이미지가 잘어울리고 무난히 소화함. 약간 깨는 대사나 장면이 있어도 얘로 유화가 됨. 청춘작으로 엄청 밀어주고 있어서 당분간 계속 자주 볼듯.

코마츠 나나는 캐릭터가 워낙 돌아이라서 못마땅한 부분이 있어도 이번영화 만큼은 캐릭탓할게. 청춘작을 하긴하는데 [물에 빠진 나이프]도 그렇고 왜이렇게 이상한 영화, 이상한 캐릭터를 하는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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