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2. 3. 21. 19:02

마루님

Drama/하차

요즘 웨이브에서 [학교2],[프러포즈],[컬러] 90년대 드라마를 보고있어서 마침 잘됐다 싶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90년대스러운 타이포그라피, SD화질에 정사각형의 TV화면비, 옛날느낌 물씬나는 락사운드까지 빈티지 느낌 제대로 잘살려 타이틀 하나보면서도 90년대 디테일을 집약했음이 바로 보였다. 남주혁이 빨간 오픈 스포츠카 끌고 로데오거리에서 선글라스 뒤집어서 끼는 장면 보고 마침 [프러포즈] 본 지 얼마 안돼서 류시원 패션인지 바로 눈치까고 신경쓴 티가 났다.

 

필연적으로 같은 방송사의 [응답하라 1997]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응칠보다 한수 위였다. 응칠은 일단 아다치 미츠루의 표절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절묘한 음악선곡이나 응팔에서 보여준 메타포 등은 신원호의 재능이지만, 응칠에서 응팔까지 한번도 아다치 미츠루의 세계관속 인물관계와 대사 특정장면, 분위기, 심지어 제목까지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면에서 독립적인 세계관과 앵커 어머니를 캐릭터로 두면서 또 IMF로 가족의 해체로 알바하는 남주를 두면서 90년대 말 사회현상과 주인공의 상황과 결부시킨 점 또한 영특했다. 응사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나 굵직한 사건을 스치듯 배경적으로 다루는 데 반해 탈옥수 신창원 보도라든지 보다 전면적으로 끌어왔다. 게다가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해맑은 18살의 여주가 시대를 타고 득과 실을 본다든지, 풀하우스를 미친 듯이 좋아하고, 누군가를 동경하고, 펜싱에 푹빠져 노력하고 성장해나가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다는 설정에서 잘난 남주에 비해 러브라인 빼면 무능력한 응답하라 시리즈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주인공으로서의 가치 압승이다.

희도-유림 라이벌에서 친구가 되는 과정이나 보통은 인절미-라이더 같은 서사는 남주나 섭남에게 주는데 [스타트업]에서 섭남에게 줬다가 연애전선 파탄난적 있어서 그런지 아예 선의의 경쟁자로 서사로 전환된건 신선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부모를 위해 내색않고 노력하는 선수, 경쟁자의 추격으로 불안하고 예민한 감정선, 통신으로 사귄 친구나 자신에게 응원해주는 팬의 우산선물을 소중히 하는 유림의 서사라든지 악녀같은 통속적인 캐릭터를 쓰지않고도 매력적인 주변캐를 만들어냈다.

 

다만 미성년자-성인간 연애전선은 그모든 장점을 상쇄하고 남음이 있다. 김태리가 동안이라 22살로 나오는 백이진보다 연하에 10대 고등학생 설정도 무난해보일정도였는데 문제는 제목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인데 정작 고등학생 이야기가 주무대면서 사회인과 고등학생 간의 연애를 다룬다는 점이 좀 뜨악스럽다. 보통 시절연인이면 그 시대 좋아했던 동갑내기나 최소 선배 떠올리지, 군대도 다녀온 동네 아저씨가 시절연인은 아니잖아. 남주혁이 연하니까 아저씨 느낌 유화시킨거지. 면죄부를 받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굳이 백이진이 기자일 필요는 없었다. 펜싱선수로서의 성장은 대학가서 했어도 충분하고, 세기말 고등학생의 현안을 다루려거든 백이진을 10대로 만들면 됐다. 동갑으로 만들었어도 아니 같이 고등학교 다니다 졸업한 선배라든지 어릴때 쭉 보고자라 부촌갔다 망해서 온 동네친구 얼마든지 설정 조정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초반에 고딩은 고딩끼리 성인은 성인끼리라는 대사가 있길래 키다리아저씨 느낌으로 가다가 대학생 가면 연애하겠거니 했더니, 남자가 여주한테 사랑드립하고 나서 키스만 안했다 뿐이지 어깨감싸고 스킨쉽하고, 여주가 언제이렇게 정신적으로 성장했고 어쩌고 자꾸 여주가 자신을 일으켜세운다는 둥 하면서 미성숙한 미성년자 여주한테 구원받으려는 성인 남주캐가 역겹게 느껴졌다. -이 남주를 사회인 캐릭터 만들어놓고 고딩이랑 억지로 엮으려고 했던거 전지훈련 빼주는거까지는 그렇다쳐도 밴드 서게 만들려고 1학년 옷벗겨서 교복입고 올라간 4년전 졸업한 화석 늙은이가 말이돼. 여주랑 키스하게 만들려고 넓은 승완이 집도 아니고 백이진 집에서 무려 2000년 새천년 새해 카운트다운을 직전에 두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데 여자애 혼자 남겨두고 간다? 너무 속보여서 혀가 절로 차졌다. 아니 키스신도 굳-이 미성년자일 때 그것도 볼뽀뽀도 아니고 입뽀뽀 하려는 것도 징글징글하지만 생애 첫키스를 누가 어두컴컴 불꺼놓고 TV보면서 그렇게해. 무슨 호롱불 키고 다니던 시절에도 그거보단 환하게 하고 키스신 찍겠다. 이렇게 음침한 첫키스 처음봄. 진짜 내가한 첫키스 보다 비루한 드라마 키스신이라니...

희도의 첫남친은 동갑의 펜싱부 선수인데 재회할 때 굳이 이틀된 남자친구 설정이 필요할까 했는데 대구 호텔장면에서 너무 황당해서 황당하단 말로 표현이 다 안된다. 희도랑 있을 때 유치찬란하게 알콩이니 달콩이니 하면서 커플 폰줄 하던 꼬꼬마 정신연령에서 갑자기 정상인이 되어 희도 갖고 놀지 말라거나 하는 거 보면 또래보다 물정알고 정신연령이 높아 아직 사랑이란 감정도 헷갈리는 희도에게 맞춰준 거거나 아님 좋아서 혀짧아진건데 걔네 나이에 맞게 풋풋한 연애를 하고 있는건데 그사이에 웬 아저씨가 끼어들더니 지가 후원했었던 펜싱 금메달애 엄마한테 반찬도 쳐받아가면서 밥도 안사주고 다른애는 연애한답시고 장난 아니라고 핏대세우면서 자기 시간보다 걔 시간 일분일초가 아깝다면서 자기가 해줄수 있대. 이거 완전 키잡이라고 대놓고 광고하는건가 소름끼쳤다. 남주혁 호감이라 필모 다 시도하다가 [김복주]이후로 제일 볼만 했는데 진짜 이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넣은건가. 그걸 또 기둥뒤로 듣고있는 희도 장면에서 90년대 감성만 가져온게 아니라 촌스러운 클리셰까지 답습했다.

 

승완이가 폭력남선생이 애들 때릴때마다 흑장미로 등장해서 구해주는 거 까진 좋았는데 백번양보해서 전화하고 기자들이 막나가서 112에 신고하는 간큰 학생들로 내보내려는 거까진 가능한데 그걸로 자퇴하고 엄마가 와서 한마디 해주고 뭐 속박이라도 벗어난 듯 하늘을 향해 교복 벗어던지는데 통쾌한 느낌이 드는게 아니라 현실감없는 캐릭터에 가슴이 답답했다. 1999년에 쓰인 [학교2]도 반항하고 사회의 메시지를 던지지만 이딴 의미없고 터무니 없는 일은 안벌였다. 게다가 그당시에 썼으면 시의성이라도 있지, 지금은 학생인권조례로 학생체벌은 없어지고 촉법소년이니 아동학대니 뭐니 교사들의 교권침해와 인권침해 성희롱등의 문제는 현재의 교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폭력교사 고발과 승완의 자퇴가 현재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수 있는지 아무 생각없이 그냥 한방 먹일 수 있으면 사이다인줄 알아. 승완이가 인터넷 방송에서 교사 실명 까발리는거 지금기준으론 엄연히 명예훼손인데? 적당히 교육청에 고발해서 징계받은걸로 에피 충분히 만들 수 있는거를 진짜 사회생활 안해봤나 너무 얼탱없어서 팍식어버림.

주인공 서사보다 승완-지웅의 서사가 끌린다. 같은 학생끼리, 소꿉친구 서사, 자퇴도 불사하는 의리, 무료한 삶에 니가 있어 즐거웠어 앞으로도 너와 같이라고 말해주는 친구라서 승완-지웅-유림 삼각관계가 더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작가가 [WWW 검색하세요]의 작가라니 [미스 슬로운] 표절 시비는 유감스럽지만 이번에는 한국의 시대상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한게 보였고 같은 작가인줄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많이 발전한게 보였는데 아쉽다. 그때도 여캐하나는 기깔나게 잘그렸는데 가끔씩 삐끗하는 현실과 괴리된 부분이 있었고 과하게 PC스러운 대사 이질적이었는데 이번엔 굳이 미성년자와 성인 연애는 왜 넣었지. PC면 실제 피해자가 될 미성년자 일반인 나희도들을 위해 미디어의 영향력을 외치던 검블유 여주처럼 뺐어야 했던거 아닌가. 이제 수능보고 대학들어가니 다음회에 성인이 되는데 정작 밀어낸다고?? 미성년자 때는 안밀어내고? 볼맛 뚝떨어져서 하차.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건 단연 신재경 역의 서재희다. 90년대 화장법과 머리모양 완벽구현했고 그시절 꽉찬 장신구까지 그시절을 패션만으로 완벽재현했다. 현재의 할머니 연기는 다소 미흡하지만 앵커역을 하기에 탁트인 발성과 또렷한 발음, 그리고 우아한 대사처리까지 90년대 유명 앵커들이 다 떠오를만큼 어디서 이런 보석같은 배우가 있었지 싶음. 그리고 남주혁의 기자 보도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아나운서톤이랑 기자톤이랑 다른데 대구 야구경기 보도신에서 신입 수습일 때랑 다르게 보도톤 잘 살렸다. 그런데 남주혁 '의'발음 원래 못했나. 자꾸 '으'로 발음해. 김태리도 '의'발음 안되는줄 알았는데 호흡이 느린 장면에서는 잘하길래 아예 못하는 건 아니더만 '의'발음 못해서 거슬렸다. 앞으로도 배우생활 할거니 발음교정 잘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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