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최고의 이혼

2018. 10. 27. 17:58

마루님

Drama/하차

기대는 안됐다. 일본판 감상글에도 밝혔지만 한국드라마와 작법도 다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고 할정도로 한국정서가 아니다. 게다가 히스테리컬한 역할에 너스레 떨고 호감이미지인 차태현이 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볼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포털에서 자꾸 망드라고 기사내서 궁금해서 봤는데 웬걸. 드라마가 정말 멀쩡하고 심지어 연출도 잘했다. 그런데 껍데기나 드라마는 평온하고 멀쩡한데 일드를 그대로 가져와 자질구레한거만 손질한 정도고 전혀 한드로서 타겟과 기획의도가 안보이는 일판 번역에 그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역동성없이 반은 대사로 떼우는 드라마인데 일드는 40여분 11부작이지만 한드는 60여분 구체제로 16부작인데 시간만 늘렸다.

일판을 보면서도 한국정서에 아니 한국드라마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산적해있었다. 드라마에서 남주가 저렇게 히스테리컬하면 주시청층이 염증을 느낀다. 게다가 첫사랑에 자꾸 얼쩡거리는게 살짝 불륜 낌새가 있으며 첫사랑 남편은 대놓고 불륜하러 다니면서 응징당하지 않으면서 마성의 남자라고 포장해주고 자빠진걸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니 일단 기혼층들이  욕하면서 볼 드라마도 아니고 결과적으로 인과응보도 없다. 일본정서 다운 마무리를 한국시청자들이 반길리가 없다. 이런건 한편으로 끝나는 거면 모를까 긴호흡 속에 불륜썸바람이 혼재돼있는 세계를 뭐하러 굳이 틀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다.

난 현실적인 캐릭터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자발적 왕따까지 자처하는 석무는 한국사회에서 정말 희한한 캐릭터다. 게다가 자기 우월주의로 지식뽐내기에 여념이 없으면서 은근히 주변사람을 무시하는게 비호감이었다. 그래서 에이타도 캐릭터성 강하게 연기했는데, 차태현은 정극연기로 정색하며 연기하니까 정말 밉상이었다.  진지먹고 불평불만에 짜증내는 표정 보노라니 한대 치고싶을정도. 내생각엔 [최고의 사랑] 독고진 처럼 캐릭터화로 유하게 유화시켰어야했지 않나 싶은데. 세상을 왕따시키고 신입 첫회식에서 1년이내 이직 80퍼라고 입터는 정말 사회성에 하자있는 석무는 주위사람이 무던해서 평화로운 것.

배두나는 오랜만에 보는데 놀랐다. 그가 맡은 휘루는 특별할거 없는 역할에 일본판에서도 여주 얼굴은 예뻤지만 매력은 하나도 못느꼈을 정도로 특색없는 캐릭터를 무던하고 자기만의 페이스가 있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로 연기했다. 그리고 대사치는거 뿐 아니라 표정연기에서도 전형적인 연기나 계산적인 연기가 아니여서 보기 편안했고 그냥 하면되는 생활연기를 '잘'하기 쉽지 않은데 연기력 발전이 눈에 띄었다.

이엘은 걱정이었다. 남주의 첫사랑이지만 남주를 싫어하고 남편은 나돌아다니지.. 그런 복합적인 캐릭터를 일본판에서 마키 요코가 너무 퉁명스럽게 연기해서 너무나도 거슬린데다, 이엘이 하는 멜로적인 드라마는 처음이라 잘어울릴지 걱정했는데 기대이상이었다. 발음이 분명하지 않은거 빼고는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를 그대로 잘살렸고 자기도 친구남친 빼앗아온거라 남편의 바람에 뭐라고 하지 못하는 약간 빙썅기 있는 캐릭터인데도 얄밉지 않게 유화시켰다.

문제는 아야노 고였기에 수긍했던 마성의 남자 역에 손석구가 너무 벅차보인다. 아야노 고를 참고했는지 외모적으로는 느낌이 비슷할지 몰라도 대사칠때마다 엄청깸. 자기만의 분위기로 홀리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아야노 고를 흉내내는 듯한 느낌에 나른한척하는게 너무 연기티가 나서 못봐주겠다. 원래성격이 이장현 캐릭과는 동떨어진건 잘알겠음. 그리고 톤도 좀 정돈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생각보다 톤이 높음.

연하남 역은 원작에서 도시락 알바였나 하여간 알바하는 프리터였는대 한국에선 멋없다고 생각했는지 가난한 밴드가수ㅋㅋㅋㅋㅋㅋㅋㅋ한드다운 적절한 설정변경에 넘나 동의. 백치미 있는 캐릭터였는데 이런 설정 나쁘지 않다. 현실에서는 차고넘치지만 드라마에 안나오는 캐릭터들도 적당히 현실감 있어야지. 위하준은 정말 전형적인 공룡상에 연기가 많이 어색해서 처음엔 썩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워낙 캐릭터가 좋아서 외모 호불호고 연기미숙이고 나발이고 시호 나올 때가 힐링타임. 보다보니 위하준 목소리가 괜찮다. 아근데 아무리 썸타고 좋아하는 티내려고 먹던 파스타 바꿔 먹는 토쏠리는 씬 좀 쓰지마라.

자판기 영업사원인 남주는 사설경비직원으로 미주알고주알 치과진료받으러와서 사생활 시시콜콜 떠들던거 AI한테 미주알고주알하는게 차라리 개연성 있게 바꿨다. 세탁소 알바하던 여주는 쓰리잡 프리터로. 섭여주도 마사지샵에서 개인패션매장으로 잘 바꿨다. 웨딩드레스 에피는 꾀가 말짱했다. 그렇지만 큰 틀과 전채적 에피는 베끼고 소소한 것들만 자잘하게 바꾸다보나 드라마의 한계를 일찍이 탈피할 각색에 소홀한 건 변치 않는다.

나름 연인간 가ㅇ가ㄴ이나 안전이별, 엄마몰카 등 시의성있는 소재를 담으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원래 남자가 바람피면 지남편을 조지는게 아니라 아내가 상간녀 머리채잡는 클리셰 노이해라. 지남편한텐 찍소리도 못하고... 휘루가 잘못한 남자는 내비두고 여자들끼리 뭐라고 하는거 싫어서 봐줬다고 하면서 아무 대꾸 못하는 유영 대신 웨딩드레스로 농락하려던 조교 머리채잡는 씬은 좋았다.

유영과 장현이 혼인신고 안돤 상태라는걸 전해들은 석무가 쥬스쏟는장면에서 그 유명한 쥬스짤이나 우주의 기운이 같은 미세입자같은 패러디 웃겼다.

도로에 선따라 걷는거 [GO]에서 나오는데, 이름 불러줄 사람이 없다며 할머니가 이름불러달라는 건 친구가 없어 엄마한테 이름불렀던 [...ing]가 생각났다.

석무가 잘난척할 때마다 나는 잘조질수 있는데 그생각. 테디베어가 왜 테디베어인줄 아냐고 했을 때 루즈벨트 대통령이잖아 그래서 뭐? 한가롭게 테디베어 유래 나불대기 전에 조선에 어떤 스탠스였는지 알고 떠드냐고 튀어나올정도로.

근데 머리는 석무인데 가슴은 휘루라.


시호 쉬는날에 뭐하세요?
휘루 휴일에 뭐하냐고 묻잖아.
석무 아, 나? 휴일은 시간별, 날짜별로 다릅니다. 매일매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없죠.
시호 아 그쵸...
휘루 시호는 음악해. 노래 되게 좋은데.
석무 으음.. 무슨 음악을 좋아하시는데요?
시호 아 저는 뭐 대중적인거요. 호텔 캘리포니아 같은거.
석무 아~ 예전에 올드락 틀어주는 술집에서 일한적있어요. 100명 중에 90명이 술취하면 그 노래를 신청해가지고 미쳐버리기 전에 관뒀죠.
시호 아...
휘루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거지. 하여간 사람들이 좋아하는 꼴을 못보지.
석무 다들 좋아하는 걸 무턱대고 안좋아하는 것 뿐인데.
휘루 사람들 각자 취향이라는 게 있는거야.
시호 걸그룹 노래도 좋아해요. 레드벨벳이나 러블리즈나...
석무 그런 가수도 있나요?
휘루 (놀람) 알면서 왜그래? 하여간 잘난척하기는. 이 사람 대답에는 두 가지 패턴이 있는데 진짜 몰라서 모르는 거랑 알지만 그런걸 알고있는 자기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모른다고 하는거. 성격 이상하지.
시호 그러네요. 허허...
책 좋아하시나봐요. 아까 책장보니까 엄청 어려워보이던데. 저는 얼마전에 [시크릿]이란 책을 읽었는데요. 아... 뭔가 되게 좋더라고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
휘루 온 우주가 도와준다.
시호 네 맞아요.
석무 얼마전 대통령 하시던 분이 하던말 아닌가요? 우주의 기운이...어쩌고저쩌고...
휘루 그거 어디가 이거야
석무 희망고문 같은거 아닌가요? 변하는 것도 없이 절망스러운 사람한테 덕지덕지 희망을 붙여주는 거죠. [아프니까 청춘] 같은.
시호 어, 그것도 좋아해요.
석무 아...이게 씹는 맥락인데. 청년실업 최악인 나라에서 구조적인 문제는 건드리지도 않고 감성을 쳐발라서 '원래 청춘은 아픈거란다, 그러니까 잘 버텨보렴' 그런 약타는 소리하는거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시호 어 그렇구나. 제가 너무 단순해서 그런거에 금방 감명 받아서...
석무 그게 정상이지. 이사람이 지나치게 삐뚤어진거 뿐이야.
시호 머리 되게 좋으신거 같아요.
휘루 이런걸 머리 좋다고 볼 수 없지.
시호 지식도 많을거 같고...
휘루 머리가 큰 거 뿐이야.
석무 하!
시호 부러워요.
휘루 으으응. 너는 그대로가 좋아. 솔직하고 삐뚤어지지 않아서 주변사람 행복하게 만들잖아. 머리좋고 지식 많고 그런거 보다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게 훨씬 더 가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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